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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홀 Nov 04. 2024

노이로제

2024. 11. 3

화실에서 꽃잎만 그렸을 뿐인데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것도 꽃을 다 그린게 아니라 꽃잎 6장을 그리는데 그렇게 오래 걸렸다. 명암을 주고 꽃잎의 결을 살리고 꽃술을 그리는 일이 쉽지 않았다. 화실에서 나와 성북천을 따라 1시간쯤 산책을 했다. 가을다운 날씨였다. 햇빛으로 덥기까지 했다.


친구와 얘기하다 공통점을 발견했다. 소리에 민감하다는 점이었다. 나는 소리에 놀라는 편이다. 바람에 문이 쾅 닫히거나 냉장고 문을 쾅 닫는 소리조차 크게 들린다. 그럴 때면 가슴이 벌렁벌렁하다. 냉장고 문을 끝까지 잡고 큰 소리가 나지 않게 닫으면 되고 방문이나 현관문도 조용히 닫을 수 있는데 끝 마무리를 하지 않고 그냥 닫히도록 손을 놓기 때문에 소리가 크다.


어렸을 때 동생이 화난다고 방문을 있는 힘껏 세게 닫고 방에 들어가면 그 소리가 그렇게 듣기 싫었다. 소리가 가슴을 치며 뇌로 올라가 화가 치밀었다. 그런데 지금은 화가 나는 시간은 아주 찰나고 화났던 자리에 불안이 금세 들어앉는다. 신경이 곤두서고 점점 공포심이 늘어난다. 그 마음을 가라앉히려면 애써 주위를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한다. 심호흡을 하고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고 자신을 안심시켜야 한다.  이런 소리가 싫어서 불꽃놀이도 좋아하지 않는다. 대포소리 같고 전쟁 난 것 같기 때문이다. 희한한 건 20대, 30대 때는 느끼지 않았던 현상이다. 나이 들면 겁이 많아진다는데 그런 이유일까?

햇빛좋은 날(12:18, 14:19, 14:19)
산책하기 좋은 날씨(14:23, 14:24, 14:30)
예쁜 하늘(14:30, 14:3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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