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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 후각

2025. 1. 11

by 지홀

설거지를 하는데 툭, 툭 소리가 나서 신경이 곤두섰다. "무슨 소리야?"라며 놀라 물어보니 엄마가 "아빠가 안방에서 창문 열고 옷 터는 소리"라고 알려주시며 그 소리가 들리냐고 신기해하셨다. 유난히 크게 들려 놀랐다.


가끔 화장실에서 환풍구가 연결된 옥상의 바람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슁슁거리는 바람소리에 무서울 때가 있다. 막상 밖에 나가면 두려웠던 마음만큼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다. TV를 보다가 끄면 조금 있다 아주 약한 찌지직 하는 소리가 난다. 아마도 TV 열기(?)가 빠지는 소리일 것이다. 어떤 날은 그 소리가 크게 들릴 때가 있다. 보일러 소리 돌아가는 게 크게 들려 거슬릴 때가 있다. 이웃집에서 현관문 세게 닫는 소리를 들으면 심장이 쿵한다. 회사 비상계단 문이 쾅 닫히는 소리가 싫어 끝까지 문고리를 잡고 천천히 닫는다. 이렇게 아는 소리는 그나마 낫다. 정체 모를 소리를 들으면 불안감이 더 올라간다.


가만히 침대에 누워있다 혹은 내 방에서 거실로 나가다가 불현듯 맡아지는 묘한 더운 열기 냄새에 심장이 빨리 뛸 때가 있다. 아침 화장실에서 유황냄새 비슷한 냄새를 맡을 때가 있고 회사 복도에서 뭔가 타는 듯한 냄새를 맡기도 한다. 나만 맡는 것인지 확인하려고 동료에게 냄새가 나는지 물어보는 때도 있다. 집에서는 하도 여러 가지 유형의 냄새난다는 말을 많이 해서 부모님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신다. 너무 예민한 거라고 안심시키려고 하실 때도 있다.


워낙 개코여서 남들이 맡지 못하는 냄새를 잘 맡는 편이지만, 나이 들며 나지 않는 냄새를 맡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한다. 다 내가 만들어 내는 불안이라고. 정체 모를 소리가 들리면 그냥 정상대로 들리는 어떤 소리들을 내가 모를 뿐이라고. 그럼에도 오늘처럼 아빠가 안방에서 창문 열고 옷 터는 소리를 부엌에서 설거지하며 들으며 무슨 소리인가 깜짝 놀라는 나 자신에게 놀라며 혼잣말이 나왔다. "불안증이야. 이것도 병인 거 같아"

하늘 볼 여유가 없는 하루였다(15:0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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