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15
아침에 엄마의 겨울 이불을 빨고 옥상에 널었다. 저녁때 비 내리는 소리를 듣자 이불 빨래가 생각나 다급히 옥상으로 갔다. 잘 말랐던 이불에서 햇빛 내음이 풍겼는데 반 이상이 비에 젖었다. 할 수 없이 다시 세탁기에 넣고 '헹굼'을 눌렀다.
공모전에 낼 글을 써야 하는데 3주째 진척 없는 시간을 보냈다. 몸과 마음이 바빠 여력이 없었다. 브런치에 올리는 글도 몰아 쓰느라 바빴다. 공모전은 이제 겨우 2주 남았는데 낼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 창작열이 불타다 식어버린 것 같다.
친구들이 먹어보니 좋다는 두유를 시켰다. 과연 달지 않고 진한 맛 그대로다. 의사가 개발했다는 단백질 분말을 샀다. 검은콩을 비롯한 곡물로 만들어 단백질 함량이 무려 21g이라고 한다. 검은콩 두유를 넣으니 완전 단백질 음료다. 미숫가루 맛이다. 여기에 삶은 계란을 하나 먹으면 단백질 섭취를 32g 할 수 있다. 편리하다.
동생이 부모님 드시라고 호두파이와 블루베리 잼이 들어간 빵을 사 왔는데, 호두파이는 부모님이 드시기에 너무 딱딱했다. 결국 내가 다 먹었다. 가능한 밀가루를 피하는데 버릴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먹었다. 너무 달았다.
병원가서 티눈 제거를 하라는 말씀을 드렸으나 엄마는 약국에서 티눈 약을 사 오셔서 붙이셨다. 혹여 효과가 있나 하고 나도 그 약을 내 발가락 티눈에 붙였다. 하지만 살만 부풀어 오르고 떨어지지 않았다. 엄마의 티눈에도 효과가 없다.
화실에 가지 않고 오랜만에 낮잠을 잤다. 더위로 땀을 흘리며 잤다. 아직 에어컨을 틀 정도는 아니므로 선풍기로 버티는 중이다. 낮잠을 자고 났더니 몸이 좀 개운해진 것 같다.
의도한 일이 제대로 되지 않고 (날씨를 기억하고 있다가 제 때에 걷었다면 뽀송뽀송하게 마른 이불을 만났을 텐데), 더 급한 일들 때문에 뒷전으로 밀린 일(공모전 응모)이 내 마음에서 후순위가 된 것은 아니므로 다른 기회를 노려야 할 것 같다. 몸에 좋은 음식 정보 덕에 편하고, 버릴 수 없어 먹어서 내 뱃속으로 치워버린 음식들로 인해 조금 안 좋은 영향을 받았을 테다. 아무 효과 없는 약에 돈을 썼고 시간을 보냈다.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 선풍기를 틀었다. 일상이 이런 것이지 싶다.
몇 주간 휘몰아치던 감정이 지나가고 집중해야 했던 일들이 해결되고 나자, 그 일이 언제였냐는 듯 멀게 느껴진다. 오늘은 마음이 평화로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