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벌거벗은 몸을 봐도 부끄럽지 않은 관계는, 어릴적엔 가족. 부모님이든 형제든.
나이가 좀 더 들면 모녀, 부자 그리고 동성의 형제, 자매 관계. 성인이 되고 각자 가정을 꾸리게 되면 그런 모습을 볼 기회는 좀처럼 없다.
어른이 되면 벌거벗은 몸 뿐만 아니라 벌거벗은 마음도 보여주는 관계가 나타나는데, 그건 연인. 혹은 부부. 가장 기쁜 순간을 진정으로 기쁘게 표현하고 나눌 수 있는 관계,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절망, 그 하나만을 위로할 수 있는 관계.
기쁨의 순간에 신경써야 하는 타인의 시샘어린 말투와 표정, 그게 그렇게 기쁜일인지 혹은 절망스런 일인지 모르겠다는 무관심한 반응, 위로를 가장한 타인의 안도감어린 말.
그런것들에 연연해하지 않고, 순수한 그 순간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이, 콩깍지가 씌여져 있는 사이. 부끄럽거나 창피하지 않고 둘만의 비밀처럼 관계를 더 단단하게 하는 벌거벗은 마음.
원초적인 심신의 상태를 보여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그래서 기적이다.
그렇게 지내 온 누군가와 헤어지는 것은,
그래서 고통...어두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