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26
요 며칠 파란 하늘을 못 본 것 같다. 비가 오거나 비가 올 듯 흐린 하늘. 먹구름이 낀 하늘이 대부분이다. 하늘 찍는 일이 심드렁하게 느껴진다.
6월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운동시간에 출석하지 못해 오늘은 꼭 참석하려고 했는데, P 팀장이 올라와 점심을 같이 먹자는 제안을 한다. 현업에서 일할 때 친하게 지낸 팀장인데 내가 물러난 이후 얼굴 볼 일이 거의 없었다. 제안이 반가워 운동을 취소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광장시장에 가보기로 했다. 청계천을 따라 20분쯤 걸어가면 되는 곳이어서 밥 먹고 돌아오면 운동하기에 딱 좋았다. 그곳에는 또한 최근에 문을 연 '스타벅스'가 있다. 경동시장에 있는 '스타벅스'가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시장 활성화에 일조하고 있는데 광장시장도 그런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P팀장은 점심시간에 청계천을 많이 걷는다고 들었는데, 과연 그 말대로 청계천의 각종 동물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가물치와 잉어는 물론 백로와 쇠백로까지. 어디쯤에 잉어들이 많이 모여있는지, 자라를 본 곳은 어디인지, 오늘은 새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청계천은 수돗물을 흘려보내는 개천에 방생한 동물들이 서식하는 곳이지만, 도심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고 그 자연 덕에 기온이 내려가 환경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 청계천에서는 야외 도서관, 빛초롱 축제, 연등행사 등 각종 행사도 많이 열리는데 삭막한 도시생활에 낭만을 느낄 수 있다. 점심때면 개천가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 직장인도 꽤 많다. 청계천을 따라 걸으면 신호등에 걸리지 않아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하기도 한다.
광장시장에는 먹을거리가 엄청 많지만 우리가 가는 곳은 비빔밥, 백반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7,000원 정도에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곳 중 하나다. 포장마차 식당인 그곳에는 외국어 한 마디 쓰여있지 않지만, 외국인이 정말 많다. 사장님은 생존 영어로 인사와 가격 등을 말씀하시는데 외국인 관광객도 사장님도 모두 친절, 친절 모드다.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한 번은 음식을 다 먹은 관광객이 사장님이 일하는 공간에 침범해 뭔가 말을 거는데 둘 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비빔밥을 먹던 우리는 통역을 해줘야 할까 하며 잠시 고민하는 사이, 그 관광객이 돈을 거의 던지다시피 사장님 손에 쥐어주고 도망가는 거다. 우리는 어안이 벙벙해져 쳐다봤다. 사장님은 절뚝거리는 다리로 좀 쫓아가시다가 "나 다리 아파 못가"라며 돈을 쥔 손을 내밀며 도로 가져가라고 하셨지만, 그 관광객은 웃으며 인사를 하고 갔다. 무슨 일인가 여쭤보니, 사장님은 우리나라에 올 때마다 들리는 대만 관광객인데 항상 뭔가를 사 온다고 한다. 초콜릿 같은 작은 선물. 사장님은 고마운 마음에 김치를 따로 담아서 주었는데 그 값을 치르고 갔다는 거다. 그냥 주려고 했는데 돈을 준다며 못내 서운해하셨다. 사장님의 그 마음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는 것 같았다.
오늘도 그 비빔밥 집에 들렀다. 고추장 대신 볶은 김치를 넣어달라고 했더니 마침 다 떨어졌다며 대신 김치찌개를 주셨다. 비빔밥에 포함되지 않은 뚝배기 김치찌개를. P팀장과 나는 사장님의 넉넉한 인심에 황송한 마음으로 음식을 싹싹 다 비웠다. 광장시장 스타벅스는 아마도 포목점이 있던 빌딩이었던 것 같다. 인테리어 곳곳에 실타래, 곱게 염색한 천 등이 걸려있다. 루프탑을 보고 싶었는데 비 올 것 같은 날씨로 출입문을 닫은 상태여서 못 봤다. 오래된 빌딩을 개조해 만든 카페는 방문하는 사람 누구나 좋아할 만한 곳이었다. 그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디저트 메뉴가 있는데 시루떡 모양의 '시루허니 케이크', 실타래 모양의 '실타래 바움쿠헨', 비단 포목 모양의 '포복보 딸기 크레이프'다.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지만 특이한 모양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인기 있을 것 같다.
짧은 점심시간에 밥 먹고 차 마시고 걷기까지 할 수 있는 환경이라니, 감사한 마음이 드는 시간이었다. 같이 밥 먹자고 제안해 준 P팀장도 감사하다. 덕분에 점심 잘 먹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