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우위

2025. 7. 20

by 지홀

"상대방을 휘청하게 할 만한 이야깃거리를 가진 사람이 실제로 그 이야기를 내뱉고 나서, 그 결과 상대방이 느낀 충격을 확인할 때면 언제나 달콤한 권력을 느끼게 마련인 것이다. 이 경우에는 그 결과가 너무 완벽해서 그녀는 뭔가 변명이라도 하고 싶어진 것 같았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앨리스 먼로(Alice Munro)의 단편 "어머니의 가구"에 나온 대목이다. 상대방의 비밀 또는 상대방은 알지 못하는 어떤 사실 혹은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정보 우위를 가진 사람이다. 무엇이든 우위에 있는 사람은 권력자이고 권력자는 권력을 휘두르며 쾌감을 느낀다.


인사이동 시즌에 누가 어디로 간다더라와 같은 정보를 얻은 사람은 그 소식을 당사자에게 전하고 싶어 안달 난다. 좌천이면 위로한답시고, 영전이라면 잘 보이기 위해서 발설한다. (그러나 대체로 영전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며 잘 전달하지 않으려고 하고, 좌천은 확정된 얘기가 아님에도 '마음 준비시키기'라는 명목으로 언질이라며 전한다.) 그 정보를 획득한 경로는 자신만의 노하우인양 으스대면서. 그런 정보는 결과적으로 루머에 해당되어 결과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좌천될 것 같다는 소리를 들은 사람은 충격에 휩싸여 며칠 마음 고생하게 마련이다. 그 후에는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 말하는 그 '정보 우위'의 사람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는다. '루머 생산자'가 되기 십상이다. 순간의 권력자다.


A와 B(친구, 동료. 가족 등)가 갈등이 생겼을 때 중재하려고 나선 C는 때로 의도와 다르게 A, B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 A의 속마음을 B에게 전달하며 A가 너의 이런 부분을 불편해한다라고 알려준다. 혹은 A에게 B의 속마음을 전하며 이런 부분은 조심하는 게 좋겠다고 말한다. A와 B 모두를 잘 알고 있다는 우월적인 마음이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망각하게 만든다. 당사자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음을 과시하고 싶은 욕망이 커서 A와 B가 느낄 충격과 상처를 간과한다. 이 경우 A와 B는 화해와는 더 먼 거리를 가게 된다. C는 찰나의 우월함을 과시하려다가 두 사람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간극을 넓히게 되고, 결국 C도 그 둘과 멀어지게 된다. 실패한 권력자다. 아무도 내게 상처 주는 일을 만드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설사 그가 직접 가해자가 아닌 '전달자'라고 하더라도. 어떤 경우는 '전달자'가 더 나쁘다. 모든 사건의 가해자, 피해자를 넘어 2차 가해가 더 위험하듯이.


때로는 아는 것을 말할 필요가 없을 때, 말하지 않아도 될 때, 말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때가 있다.

흐린 일요일 오전의 하늘이 점점 맑아진다 (11:38, 12:10, 12:16)


'너는 모르지? 난 알아'

이걸 내세워 좋을 때는 시험 볼 때다. 더 많이 알아서 더 많은 정답을 맞히고 좋은 성적을 얻을 때. 일할 때도 좋다. 과업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추진해야 좋은 성과를 내는지 알면 개인도 회사도 발전한다. 정보 우위에 있는 사람은 권력우위에 있기 쉬우며, 모든 종류의 격차(흔하게 빈부격차)를 만든다. 많이 아는 건 좋은 일이다. 다만, 많이 아는 것을 이롭게 활용할 것인가, 악용할 것인가에 따라 내 삶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에도 영향을 끼친다.


오랜만에 보는 아주 새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14:32, 18:0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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