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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mit Jul 01. 2020

#18 코로나 블루?

소소했던 과거가 그리운 순간

일주일에 겨우 8시간 일하고 시간이 펑펑 남아도는 요즘,

편하게 지낼 법도 한데 생각과 걱정이 부쩍 많아져서 사실 계속 피곤하다.

직업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불안정한 상황이니

덩달아 불안해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Home Office를 하고 있는 탓에 생활도 불규칙해지고 잠도 깊이 못 들어서 그러지  

최근 우울함을 더한 무기력한 기분이 자주 들어서 걱정스러워진다.




이전에는 매일 7시쯤 일어나 여유 있게 준비하고 8시에 집에서 출발해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회사에 도착했다.

커피도 중간중간 마시면서 쉬어주고  

회사 사람들과 가식적이지만 필요한 대화들도 가끔 나눠주며 시간을 알차게 보낸 뒤

오전 11시 반부터 2시간 정도가 점심시간이라 운동할 겸 식사를 하러 집으로 왔다.  

밥 먹고 20분 정도 소파에 누워 휴식을 취한 뒤

1시에 다시 회사로 가서 5시 반에 일을 마치곤 했다.

신랑이 학교 갔다 늦게 돌아오는 날이 많아도 늦어도 8시 전에는 밥을 먹고

뉴스를 보고 수다를 떨다 나는 안방 남편은 서재로 떨어져서 보고 싶은 방송 하나쯤 따로 챙겨보고

잠이 드는 아주 단순한 일과를 가지고 있었더랬다.

이번 주말에는 뭐를 할까 계획 세우는 것도 재밌었고 돈 조금씩 모아서 가벼운 여행 다녀오고

한 달에 한두 번 맛있는 레스토랑을 찾아서 시간 보내는 것도 참 좋았던 거 같다.

 특별하지는 않지만 잔잔한 일상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때의 잔잔한 일상을 무척 그리워하고 있다.



어린 시절의 나는 먹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반나절을 굻은 날,

밥을 맛있게 먹고 싶으면 배가 많이 고파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지금도 저녁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배가 많이 고플 때까지 기다렸다가 먹는다.

음식을 남길 수가 없다. 정말 맛있기 때문이다.


휴식도 같은 맥락인 거 같다. 일을 하지 않으면 휴식이 그다지 달콤하지 않다.

열심히 일하다 쉬면 그렇게 행복한데 늘 쉬고 있으니 휴식이 흔해지고 값지지 않아 졌다.


지금은 정해진 시간만 채워서 일하면 되는 터라 아침 일찍부터 컴퓨터 앞에 앉아있을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자주 메일을 확인해서 일의 진행상황을 시시각각 체크하고 있어야 한다.

나만 근로 단축된 게 아니니까 말이다.

다른 사람의 근무시간도 줄어서 그런지 커뮤니케이션 또한 그 전만큼은 못하다.

줄어든 월급 때문이 아니더라도 마스크를 안 쓰고 다니는 사람들 덕분에

여행을 떠나는 일도 레스토랑에 가는 것도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일주일에 한 번 회사를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지난 3월 초부터 거의 밖을 나서지 않고 있다.

햇빛이 부족해서 그런가 싶어서 비타민 D도 챙겨 먹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것이 언제 끝났는지 모르겠다는 거다.

일 년의 반 정도를 교감신경을 긴장시키며 불안한 마음으로 보냈다.

처음에는 날이 따뜻해지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런데 앞으로도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고 하니

끝이 보이지 않는 동굴 안에 있는 거 마냥 힘이 든다.

밖으로 나가면 마스크를 안 쓰고 다니는 사람들 투성이고 이 상황에서도 휴가를 가겠다고

바닷가로 짐 싸들고 모인 사람들로 해변은 붐비고 있으니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다른 사람들 그렇게 욕하고 다녔는데 남편 형도 가족과 독일 북쪽에 있는 바다로 7월 중에 여행 간다고 한다.

정말 총체적 난국이 따로 없다.




모두가 답답해하고 있는 거 안다.

나도 그동안 누적되었던 스트레스가 한계로 다가오는 걸 느낄 정도다.

이기적이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며 지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모두의 부주의로 다시 심각했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그런 걱정이 드니 스트레스가 쌓아는 거 같다.


진짜 이러다가 우울증 오는 거 아냐?


Photo by Ian Espinos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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