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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mit Jul 22. 2020

#19 나를 나답게 해 주는 것, 희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이유

식물 키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럴 능력이 애초에 없다고 단언했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은 식물이 시들어도 보이지 않는 법이라 선물 받은 화분도 곧잘 말려 죽이곤 했다.

예전에는 선인장을 제외한 살아있는 화분을 나에게 선물해 본 적이 드물었다.

그런 내게 아침마다 베란다 식물들에게 물을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긴 이후

상추 같은 채소도 길러먹고 식물에 꽃도 피게 한다. 




너 변했어.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누군가가 나에게 흘리듯이 말한다.

긍정적인 의미건 아니건 숨은 의중은 상대만이 알 것이다.

그런데 나는 뜬금없이 흔히 듣는 이런 말을 꼭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거의 10년 가까이를 외국에서 지낸 터라 과거에 매일같이 만나던 이들을 자주 볼 수 없게 되었다.

겨우 시간을 맞춰 만나는 그 순간은 당연히 반갑고 즐겁지만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우리가 서로의 삶에서 많이 멀어져 있었구나 라는 걸 더 크게 깨닫게 되곤 하기 때문이다.

삶의 우선순위는 각자 모두 다르니까 각자가 우선시하는 삶의 목표를 쫒다 보니

서로의 시간은 서로가 없는 채로 그렇게 계속 흘렀을 것이다.

그동안, 소중했던 다른 추억도 쌓였을 것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한 가치관, 자주 만나는 사람들, 생각하는 방식, 자주 먹는 음식들이 주변의 영향과 본인의 의지로 변화했을 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라면 사실 서로가 변한 것처럼 느껴지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나를 안다고 자부했던 그들이 나에게 변했다고 말하고 있다. 과연 나다운 게 뭐였을까?

그들의 기억 속에 있는 나는 분명 그 나이 때의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 미성숙한 인간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때의 내가 더 좋았다는 걸까?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자면 나는 지금의 내가 훨씬 좋다.

그때 즈음에 있던 나는 너무 다듬어지지 않아 거칠고 엉망진창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잘 풀리지 않는 현재와 알 수 없는 미래에 너무 지쳐있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 그 힘든 시간 속에서 다시 그렇게 울고 싶지 않다.  




힘든 시절이 없었던 사람은 아마 세상에 없을 것이다.

내가 힘들었던 시절, 많은 사람들이 나를 위로해주고 격려해줬지만

결국 나에게 지금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 건 열심히 살았던 과거의 나이다.

최선을 다하며 살아준 과거의 나에게 고맙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여전히 산더미지만 그 시절의 내가 그렇게 버텨줘서

지금 내가 언젠가는 이렇게 살겠다고 꿈꿔왔던 나다운 나로 살고 있으니까. 


요리를 즐기지 않던 내가 이제는 아침마다 아보카도 토스트를 준비하고

건강주스를 만들어 마시며 영양제도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 


운동은 여전히 즐기지 않는다. 그러나 어쩌다 하는 산책 정도는 견딜만해서 가끔 하고 있다.  


서른 가까이 되어가는 나이에도 1유로에 벌벌 떨던 내가 이제는 보통의 월급도 받고 저축도 하고 그것을 바탕 삼아 더 큰 미래도 꿈꾼다. 얼마 전엔 60유로(대략 8만 원) 짜리 사고 싶던 전공 관련 책도 사고 인터넷 강의도 등록해서 듣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가 끝나면 여행 가기 위해서 여행 저금통도 하나 마련해두었다.  




생각해보면 내일은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나를 좀 더 나답게 만드는 거 같다.

그렇게 나답게 또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다 보면 미래에도 당연하다는 듯이 나다운 나로 살고 있을 것이다.  


Photo by Ron Smith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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