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한 번 더 손을 씻었다
어제 저녁,
손을 씻으러 욕실에 들어갔다가
작은 바다를 하나 만났다.
세면대 위엔 물이 가득했고,
그 위로 조심스레 배치된
게, 거북이, 펭귄, 상어까지.
우리 둘째, 4살 서준이가
자기만의 작은 바다를 만든 것이다.
작고 젖은 손으로 하나하나 물 위에 띄웠을 그 시간.
나는 그 장면이 너무 귀여워서,
그리고 왠지 모르게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다른 곳에서 손을 씻고 나왔다.
문득 생각했다.
"이 장면을 나중엔 얼마나 그리워할까."
그러고 보니
언젠가부터 나는 '미래의 그리움을
지금 이 순간에 미리 느끼고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서준이의 작은 바다를 바라보며
조금씩 말라가던 손의 감각보다
마음이 먼저 젖어 들어버린 저녁.
물 위에 떠 있는 건
작은 장난감 몇 개였지만,
그 위에 함께 떠 있던 건
아마 내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이 참 고맙고,
지금이 가장 좋다는 걸 너무 잘 알아서
가끔은 지금이 벌써 그립다.
그 마음 때문에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사라질 것을 붙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마음에 한 장의 기억을 덧입히기 위해.
지금 서준이는
어떤 생각으로 그 바다를 만들었을까
그걸 묻지 않아도
나는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
"아빠, 이거 멋지지?"
서준이는 말 대신 장난감으로 그렇게 말했을 테니까.
오늘,
그 작고 푸른 바다 덕분에
나는 세면대 앞에서
마음으로 한 번 더 손을 씻었다.
그리고,
오늘을 한 번 더 사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