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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대웅 Nov 06. 2023

연주력 쩌는 밴드들

음악 감상은 참 좋은 취미다. 나는 무엇보다 이 취미가 다양한 포인트에서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가사, 멜로디, 사운드, 편곡, 악기 구성, 보컬 스타일, 퍼포먼스 등등. 물론 곡이 총체적으로 전달하는 정서와 감성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분석적으로 들어가 보면, 5분 내외의 곡 안에도 참으로 다양한 요소들이 어우져 있음을 알게 된다. 음악이 종합 예술인 이유다. 여러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시너지를 일으키며 감상자에게 감동을 전해준다.

      

연주도 빼놓을 수 없는 감상 포인트다. 밴드가 노래하는 음악이라면 더 그렇다. 밴드에서 연주자는 스타일리스트이면서 네고시에이터다. 각자의 스킬을 화려하게 드러내지만, 다른 포지션과도 조율하며 곡의 정체성을 만들어나간다. 우리나라 가요는 아무래도 멜로디와 보컬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 같다. 그러나 멜로디든 보컬이든 뛰어난 연주와 공명하지 못한다면, 곡의 가치는 반감된다. 멋진 연주가 돋보이는 레전드 곡들을 모아봤다. 연주를 생생하게 들어보기 위해서 영상은 다 라이브 버전으로 골랐다.



     

Toto, <Stop Loving You>

    

연주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밴드. 별명부터 아예 슈퍼밴드다. 세션맨들로 구성된 밴드로서 혼이 빠질 듯한 연주 스킬을 선보인다. 팀의 주축이었던 제프 포카로(1992년 타계)는 특히 전설의 드러머로 꼽힌다. 언뜻 들어보면 별로 화려하지 않지만, 굉장히 흥겹고 생동감 넘치는 비트를 들려준다. 그의 시그니처 리듬은 ‘포카로 셔플’이라고 불릴 정도다. 토토의 대표곡은 아무래도 <Rosanna>일 것이다. 이 곡은 드러머의 연주 실력을 가늠하는 지표로도 쓰인다. 즉 드러머가 이 곡을 연주할 줄 알면 “어 좀 치는데?” 정도의 평가는 받는다. 여기서는 <Stop Loving You>를 골라봤다. 1980년대 유행한 팝록의 세련된 흥겨움이 물씬 풍기는 곡이다. 듣고 있으면 몸을 안 움직일래야 안 움직일 수 없다. 섹시한 리듬을 중심으로 기타, 베이스, 키보드 등이 빈틈없이 짜여진, 아주 꽉 찬 연주를 들려준다.

  

Dream Theater, <Pull Me Under>

    

고교 3년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곡 중 하나다. 이 팀을 보면 『슬램덩크』의 도미 드립이 생각난다. 변덕규는 전국 최고 센터 신현철을 “화려한 기술을 가진 도미”라고 평한다(가자미 채치수 지못미ㅜㅜ). 록밴드의 도미는 바로 이 팀일 것이다. 그만큼 연주력이 화려하다. 하긴 프로그레시브 록을 하는 팀이라, 연주력이 딸리면 곡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아마 아마추어 록밴드들이 가장 커버하기 힘든 팀일 게다. 그중 이 곡은 장엄한 아우라, 강렬한 리듬, 변화무쌍한 코드진행 등 밴드의 시그니처를 그대로 구현했다. 그 시절 나를 비롯한 고딩들은 장장 8분여의 이 곡을 헤드뱅잉하며 들으며, 이거시 록스피릿이구나 하는 깨달음에 서로 감동하곤 했었다.


Eagles, <Hotel California>

     

너무 유명해서 새삼 설명이 필요 없다. 이 팀은 기본적으로는 컨트리 록밴드다. 미국에서 컨트리 음악이라고 하면 우리로 치면 트로트 느낌이려나? 그런데 그저 미국적인 사운드라고 치부하기에는, 연주 테크닉이 너무나 환상적이다. 특히 트윈기타의 서로 주고받는 듯한 리프 전개는 누구도 흉내 못 낼 이 팀의 시그니처다. 이 곡에 그 매력이 가장 잘 살아있다. 1994년 <Hell Freezes Over> 공연의 연주는 언제 봐도 가슴이 뛴다. 네 대의 기타로 미끄러지듯 이어지는 어쿠스틱 사운드의 대향연은 자못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Asia, <The Smile Has Left Your Eyes>

    

또 하나의 슈퍼밴드. 킹 크림슨, 예스,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 등 레전드 밴드 출신들이 모여 만들었다. 인적 구성만 보면 아주 그냥 프로그레시브 록의 끝장을 보여줄 것 같다. 그런데 의외로 팝 성향이 강한 음악을 했다. 이 곡은 그러한 팝록 노선의 정점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록발라드 곡이다(박정현도 커버했었다). 들어보면 부드러운 멜로디와 달리 연주는 꽤나 짱짱하고 선이 굵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곡을 이끌어가는 키보드 연주는 1980년대 초반 유행했던 팝록, AOR 사운드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하다. 난 그 시대에 애기였지만, 듣고 있으면 왠지 아련한 향수가 느껴진다.


U2, <One>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좌파 밴드의 최고 명곡. 가사가 러브송처럼 들리지만, 밴드의 성향(?)도 그렇고 보통 인류애로 해석한다. 그래서 9.11 테러 등의 추모 행사에서도 자주 불렸다. 곡 자체는 별로 화려하거나 드라마틱하지 않다. 그러나 나직하게 고백하는 듯하면서도, 강인한 의지가 느껴지는 곡의 정서를 드러내는 연주가 일품이다. 도입부에 깔리는 간지나는 기타 리프 하나로 다 한 곡이기도 하다. 곡의 진중한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묵직한 드럼 비트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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