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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대웅 Aug 24. 2023

바이러스, 초고속작전, 성공적

백신과 코로나19 극복

현대 국가의 업무량은 엄청나다. 회사로 치면 ‘일잘러’다. 일단 정치, 경제, 군사, 외교는 고대부터의 전통적 업무다. 여기에 국민의 복지, 교육, 평등, 건강, 주거 등의 문제도 해결한다. 사회학자 토머스 험프리 마셜(Thomas Humphrey Marshall)은 이를 시민권(citizenship)의 확대로 설명한다. 근대 시민혁명 이후 최소한의 법적 권리(신체, 재산, 표현의 자유)에서 정치적 권리(투표권과 참정권)를 거쳐 사회적 권리(사회보장과 복지)로 범위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그중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보건의료는 오늘날 국가의 가장 중요한 임무다. 이는 20세기 과학기술, 특히 생명과학과 의약학의 눈부신 발전을 반영한다. 그 중심에 백신이 있다. 백신 덕분에 질병의 예방에 중점을 두는 현대 보건의료체계가 가능해졌다.


백신의 원리는 꽤 오래전에 알려졌다. 무려 기원전 429년 역사가 투키디데스(Thoukydidēs)의 기록이 있다. “한번 천연두에 걸렸던 사람이 환자를 간호할 수 있다” 천연두는 기원전 1,000년 경부터 인류를 괴롭혀 온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치사율이 20~30%에 달했다. 누적 사망자는 10억 명 이상(20세기에만 3억 명이다)으로 추산된다. 단일 질병으로는 인류사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냈다. 그런데 투키디데스의 기록은 당시 사람들이 경험적으로 면역 현상을 알고 있었음을 함의한다. 면역(immunity)은 ‘면제하는, 빈’을 뜻하는 라틴어 immunis에서 유래했다. 즉 병으로부터 면제받았다는 의미다.



     

현대 의학의 오래된 미래

     

이러한 경험 지식을 질병 예방에 적용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10세기 중국에서 쓰인 인두법(variolation)이 대표적이다. 건강한 사람의 팔을 절개해서 천연두 환자의 고름을 투여하는 방법이다. 원리로만 보면 현대의 백신과 같다. 다만 양 조절에 실패하면 병원성이 온전한 바이러스를 몸속에 들이는 꼴이 된다. 실제로 접종 후 천연두에 걸려 죽은 사람도 많았다. 17세기 청나라 강희제는 수십 명의 궁녀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으로 이것의 적정량을 알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민간요법에 가까웠던 인두법이 제대로 된 면역을 이루지는 못했다. 천연두의 치사율은 여전히 10%를 넘나들었다.


과학적 방법으로 천연두 면역에 최초 성공한 것은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다. 그는 민간에서 전해 내려오는, 소의 우두를 앓으면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우두는 천연두와 비슷한 병이나 증상이 심하지 않다. 이에 제너는 우두균을 사람에게 접종하여 면역을 유도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것이 인류 최초의 백신(종두법)이다. 백신(vaccine) 자체가 소를 뜻하는 라틴어 vacca에서 기인한 단어다. 이로써 천연두로 인한 사망자는 크게 줄었다. 1977년 아프리카에서 마지막 환자가 나왔고, 1980년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완전 근절을 선언했다. 인류를 수천 년 괴롭힌 질병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백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역사적으로 소는 인류에게 큰 도움을 준 동물인데, 백신을 발명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천연두에서 유래한 백신은 질병의 예방약으로서 더욱 보편화되었다. 덕분에 인류는 파상풍, 홍역, 뇌막염 등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오늘날 백신은 병원성을 제거하거나 약화시킨 병원체 또는 그 일부로서, 인체에 투여하면 항원 특이적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물질을 의미한다. 다만 이것의 개발은 간단하지 않다. 과학적 발견, 기술 확립, 임상 시험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시간과 돈도 아주 많이 든다. 보통 10년 이상에 조 단위의 예산이 투입된다. 그러니까 백신 개발은 몇 사람의 천재적 역량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국가, 과학자, 산업계가 거국적으로 협력해야만 한다. 어려운 만큼 한번 성공하면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수천만이 넘는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이제껏 25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백신 관련 연구에서 배출된 이유이기도 하다.



     

새로운 백신의 원리

     

최근 인류를 강타한 코로나19 바이러스(COVID-19)는 백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이 전대미문의 바이러스는 억대의 감염자를 낸 중세의 흑사병, 20세기의 스페인 독감에 비견될 만큼 강력했다. 이전에 사스(SARS)와 메르스(MERS)를 막아냈던 방어체계도 무용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조차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점이다. 이는 초창기 강력한 방역을 앞세워 안정세를 유지했던 우리나라와 대조되기도 했다. 그러나 방역은 대응책이긴 해도 해법일 수는 없다. 팬데믹은 백신과 치료제라는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침내 전열을 재정비한 선진국들은 서둘러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미국이 추진한 초고속작전(Operation Warp Speed)이 대표적이다. 미국 연방정부는 100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긴급 편성해 백신 개발을 지원하고 대량으로 선구매했다. 길고 어렵기로 유명했던 임상시험 단계도 대폭 줄여버렸다. 그리고 백신 개발의 역사를 새로 썼다.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첫째로 효능이다. 전문가들은 백신의 예방 효과를 55% 전후로 예상했다. 그런데 2020년 말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발표한 화이자(Pfizer)-바이오엔테크(BioNTech)와 모더나(Moderna)-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의 백신은 예방률 90%를 상회했다. 둘째는 속도다. 보통 백신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은 5~10년이다. 그런데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은 개발 착수부터 임상 3상 통과까지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어떻게 이러한 성공이 가능했을까? 과학 지식의 축적, 제약회사들의 적절한 전략, 국가의 전폭적 지원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중 하나라도 부족했다면 개발은 불가능했거나 아주 늦어졌을 것이다. 물론 팬데믹이 그만큼 급박한 상황이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눈앞에서 급증하는 감염자 수보다 무서운 것은, 이 신종 바이러스의 미래를 누구도 예견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없던 백신이 갑자기 튀어나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 개발은 좀 더 역사적, 구조적인 관점에서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는 과학을 불신하고 반지성주의를 부추겨왔지만, 초고속작전을 입안하는 아이러니를 보이게 된다.

우선 과학 지식의 축적을 보자. 2020년 12월, 가장 빨리 미국 식품의약국(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 승인을 얻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NIH의 백신은 mRNA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mRNA는 RNA의 한 종류로서 전령 RNA나 메신저 RNA라고 부른다. DNA(디옥시리보핵산, deoxyribonucleic acid)는 많이 들어봤으나 RNA(리보핵산, ribonucleic acid)는 생소하다. 이 둘은 대표적 유전물질이다. 유전정보를 내장한 DNA의 자가 복제 능력으로 인해 모든 세포는 같은 유전자를 갖는다. RNA는 DNA로부터 유전정보를 전달받아 우리 몸의 기본이 되는 단백질을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그 과정은 이렇다. 우선 세포 속의 DNA가 어떤 단백질을 만들지에 대한 정보를 RNA에 전달한다. 이것이 전사(transcription)인데, 이때 전사된 RNA가 mRNA다(보통 RNA라고 하면 mRNA를 의미한다). mRNA가 세포핵 밖으로 나가면 리보솜이 부착된다. 그러면 가져온 유전정보에 부합하는 아미노산만 차례로 붙어 사슬(폴리펩타이드)을 이룬다. 이를 번역(translation)이라고 한다. 그리고 폴리펩타이드는 여러 형태로 가공되어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비유하자면 RNA는 우리 몸의 설계도(DNA)를 암호화해서 생산 공장(리보솜)으로 가져가, 몸의 기본 재료(단백질)를 만들어내도록 복호화한다. 


이렇게 DNA의 유전정보가 RNA로 복제되고 단백질 생산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생명과학의 센트럴 도그마(Central Dogma)라고 한다. 말 그대로 유전정보가 전달되는 중심원리이다. 센트럴 도그마의 결과로 생성된 단백질은 인체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호르몬과 효소가 만들어지며, 면역과 대사 등의 활동도 결정되기 때문이다. 요컨대 센트럴 도그마에 따른 유전정보의 발현은 우리 몸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센트럴 도그마는 우리 몸의 운명을 결정하는 가장 원초적인 생명현상이다.

     

mRNA 연구 60년

     

mRNA는 1961년 DNA의 단백질 생성 메커니즘을 밝히는 과정에서 알려졌다. 발견과 함께 의학적 활용 가능성도 크게 주목받았다. mRNA가 생명현상의 원초적인 조절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이에 1976년, 헝가리의 한 대학원생이 중요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mRNA를 바이러스 방어에 이용하자는 발상이었다. 이 대학원생이 바로 커털린 커리코(Karikó Katalin)다. 후일 바이오엔테크의 부사장으로서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이끄는 인물이다. 


백신은 후천면역의 기억이라는 특징을 이용한다. 즉 병원체의 전부 혹은 일부를 인체에 사전 노출해서 감염이나 증상 없이 면역학적 기억이 생기게 만든다. 그러면 실제 병원체가 침입해도 인체는 그 면역 기억을 살려서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다. 가공된 병원체가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항원이 되는 원리다. 기존의 백신 개발에는 이 항원이 꼭 필요했다. 


mRNA 기반 백신은 항원 대신 항원을 만들 수 있는 ‘설계도’를 넣어줌으로써 패러다임을 바꿨다. mRNA가 수행하는 이 설계도 전략의 장점은 무엇보다 신속성과 유연성이다. 병원체의 유전정보, 즉 설계도만 알면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 개발 플랫폼이 정비되면 기간은 더욱 단축된다. 초기 개발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어서 환자가 적은 병도 대비할 수 있으며, 기존 대비 소규모 설비로도 생산 가능하다. 안전성도 강점이다. mRNA는 인체 내부의 물질이므로 독성이 없다. 또한 제조 과정에 정제된 효소를 사용하므로 위험한 물질이 들어갈 우려도 적다. 기존의 어떤 백신보다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물론 실제 개발은 쉽지 않았다. 일단 세포에 존재하는 mRNA를 필요한 만큼 만들어낼 방법이 없었다. 이 문제는 1980년대 유전자 증폭 기술(Polymerase Chain Reaction, PCR)의 개발로 해결되었다. DNA의 특정 부분을 복제·증폭하여 mRNA를 대량 합성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그렇게 합성한 mRNA를 동물에 주사했더니 또 문제가 생겼다. mRNA가 세포 안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공률이 0.01%에 불과했다. 게다가 심각한 면역반응이 일어나 동물들이 죽기도 했다. 10년을 넘게 이어온 개발 과정은 그대로 벽에 부딪혔다.


다시 10여 년이 지나 한계를 돌파할 기술이 등장했다. 지질나노입자(lipid nanoparticle)라는 물질이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MIT)의 로버트 랭어(Robert Langer)와 다니엘 앤더슨(Daniel Anderson)이 개발했다. 이것으로 mRNA를 감싸면 세포 내부까지 안전하게 도달시킬 수 있었다. 2005년 커리코는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동료 교수 드류 바이스만(Drew Weissman)과 함께 지질나노입자로 면역반응을 유발하지 않는 변형 mRNA를 개발했다. mRNA 백신의 기반 기술이 확립되는 순간이었다.

mRNA 백신을 발명한 커털린 커리코(오른쪽)와 드류 바이스만(왼쪽)은 브레이크스루상, 래스커상 등을 연달아 수상하며 유력한 노벨생리의학상 후보로 꼽힌다.



     

사람, 자본, 지식의 선순환

     

기술이 확립된 다음부터는 기업의 몫이었다. 스탠퍼드대학교의 박사후연구원 데릭 로시(Derrick Rossi)는 커리코와 바이스만의 논문을 읽고 유레카를 외쳤다. 그리고 지질나노입자 개발자 랭어를 만나 2010년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그게 바로 모더나다. 모더나는 ‘Modified RNA’, 즉 인공 RNA의 줄임말이다. 이름에서 보듯 mRNA 기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주력 사업이다. 특히 2011년 스테판 방셀(Stéphane Bancel)이 CEO에 취임하면서 성공 가도를 내달렸다. 방셀은 특유의 사업 감각으로 벤처캐피털과 글로벌 제약회사들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미국 연방정부의 연구비 지원도 받아냈다. 모더나는 민관협력의 구심과도 같은 기업이었던 셈이다. 창업 10년이 채 안 돼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한 최정상급 인력과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것이 바탕이 되어 mRNA 체내 전달 기술을 완성할 수 있었다.


커리코와 바이스만도 연구실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자신들의 기술에 특허를 내면서 사업화에 뛰어들었다. 2011년 커리코는 변형 mRNA 기술의 사용 권한을 바이오엔테크라는 신생 기업에 부여했다. 튀르키예 이민자들이 설립한 이 독일 회사는 기술이전을 계기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커리코도 25년간 재직하던 펜실베이니아대학교를 떠나 바이오엔테크의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그리고 2017년에는 화이자와 협약을 맺고 mRNA 백신 개발을 본격화했다.


모더나와 바이오엔테크의 ‘대박’이 원천기술 덕분만은 아니었다. 기업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돈이다. 특히 스타트업은 초기에 안정적인 투자를 확보하여 런웨이를 늘려나가는 것이 관건이다. 모더나와 바이오엔테크도 이 과정을 거쳐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여기에는 보스턴 근교 케임브리지의 켄달스퀘어(Kendall Square)로 상징되는 혁신 클러스터가 중요했다. 켄달스퀘어는 한 마디로 미국 생명과학의 총아이다. 하버드, MIT 같은 명문대학을 필두로, 1,000개가 넘는 글로벌 제약회사와 벤처캐피털이 모여 있다. 뛰어난 과학자, 의사, 엔지니어, 사업가, 투자가 등이 모여 매일 부대끼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혁신적 지식이 나오고, 이것이 곧바로 창업과 투자로 이어진다. 이렇듯 켄달스퀘어에는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연구와 투자에 거리낌 없는 문화가 존재한다. 어제까지 실험실에서 연구하던 학생이 갑자기 창업에 나서고, 듣도 보도 못한 사업 모델에 투자가 몰리는 일은 이곳에서는 일상과 같다. 사람, 지식, 자본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혁신 산업의 붐을 일으킨 것이다.

보스턴 근교 케임브리지에 있는 켄달스퀘어는 세계적 명문대학, 제약회사, 벤처캐피털이 모여 있는 혁신 클러스터다.



     

과학과 축적의 시간

     

여기까지가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이 만들어지기 직전의 상황이었다. 즉 60년간 축적된 과학 지식,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확립한 신사업, 그 성공 가능성을 알아본 대규모 투자금이 이미 마련되어 있었다. 초고속작전은 이렇게 무르익은 분위기에 쏘아진 스모킹 건이었다. 그러니까 이름만 초고속이었을 뿐 내용은 전혀 초고속이지 않았다. 오히려 과학의 혁신이야말로 축적의 시간을 정직하게 반영한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입증했을 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K-방역은 국민적 자존감을 한껏 높여준 용어였다. 선진국들이 방역에 실패하며 맥을 못 추는 모습에 국민들은 충격과 함께 우월감도 느꼈다. ‘국뽕’ 콘텐츠들은 K-방역을 퍼나르며 우리나라가 마치 미국과 유럽을 앞질렀다는 인식을 퍼뜨렸다. 정부도 여기에 편승해 K-방역을 정치 슬로건으로 활용했다. 이는 총선에서 여당이 유례없는 대승을 거두는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선진국들이 초고속으로 백신을 생산하여 대량 접종해 나가고 있을 때, 우리나라는 그저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바이러스 출현 3년이 넘도록 국산 백신의 개발은 요원하다. 뒤늦게나마 정부 주도로 우리 제약회사들도 mRNA 백신을 개발하고는 있다. 하지만 이미 촘촘하게 존재하는 선진국 특허를 피해 개발에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이는 그만큼 과학을 키우지 못했던 우리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간 과학에 투자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는 주로 노벨상 수상과 연관되어왔다. 노벨상도 물론 중요하지만,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인 백신에는 비할 바 못 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백신 주권 관점에서 과학의 중요성을 성찰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지난 몇 년간 국민들이 감내해야 했던 고난과 희생이 무의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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