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기

유난히 시려운 겨울을 보내는 이들을 위해

by 울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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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기


겨울이 찾아오나 봐요.

주변은 차가워져만 가는데 나는 따스움을 유지하고 싶어서

온기가 발산하는 곳을 찾아 숲 속을 어슬렁거리고 있어요.


하지만 찾지 못할 걸 알아요.

겨울의 횡포에 못 이겨 온기는 그 색깔을 잃어 백기를 들고,

조심스레 간직하던 온기의 빛이 새어 나와 들켜 버리기도 하고,

또 어떤 온기는 날렵한 맹수의 것이 되어 다가가기조차 힘드네요.


그럼에도 도처를 떠도는 나는 어리석은 걸까요?

동굴에 웅크려 겨울잠에 드는 곰이 현명한 걸까요?

길거리를 나다니며 새로운 온기를 발견하는 나그네는 어리석을까요?

집을 짓고 온기 가득한 난로를 쬐고 있는 정착자가 현명할까요?


나의 발자국이 어디로 향할지는 오직 미래만이 알겠지만,

어떠한 자취를 따라간 대도

언제 어디서든 내 온기는 내가 지켜야겠어요.

수없이 많은 변수가 도사리는 세상 속에서

가변적이지 않고 예측 가능한 존재는 오로지 나 뿐이니까요.


우리는 항온동물이니까

스스로의 체온 정도는

잘 유지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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