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대장 1
그녀는 작고 단단한 차돌 같다
둥글게 잘 다듬어져 어느 장소에 있어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예쁜 조약돌,
어릴 적부터 꼬마대장이라고 불릴 만큼 야무지고 빈틈 없이 똑똑하기도 했다
남동생의 대학 진학을 위해 그녀의 진학을 만류하던 엄마의 간곡한 부탁을 뿌리치고
그녀는 잘 나가는 소위 일류 대학에 입학하여 집안에서 그녀의 입지를 다지기도 했었다
막상 대학에 입학한 그녀는 공부보다 연애에 열을 올렸다,
잘 생긴 복학생 선배와 눈이 맞아 그녀는 캠퍼스에 유명한 CC가 되고
결국 대학을 중퇴하고 결혼에 골인했다
키 크고 잘생긴 부잣집 외아들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인생 절반의 성공인 것 같았다,
속으론 까칠한 시어머니의 반대를 무릎 쓴 결혼이었으니
말 못할 마음의 고초가 있었던 것 같기는 하다
그야말로 꿀같은 신혼이 흐르고 알토란 같은 남매도 태어나
그녀는 순풍에 돛 단듯 평화로운 항해를 할 수 있었다,
시어머니와의 관계도 친모녀처럼 각별한 사이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청천벽력이란 말을 이래서 있나 보다,
전혀 예기치 못한 곳에서 먹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가족력으로 심장병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버님도 늦게까지 건강하시고 특별히 가족력이 문제가 된 가족은 없어서
서로들 안심하고 있었던 듯하다
이제 막 40줄에 들어선 남편에게 병마가 찾아 든 것이다,
쉬이 치료될 수 있는 병은 아니었다
관리만 잘하면 그런대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다,
오랜 기간을 병상에 누어 투병해야 하는 깊고 질긴 병이었다,
처음엔 가족 모두가 힘이 되어 주었다,
병마쯤은 단단한 부부애를 갈라놓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한해 두해 세월이 흐르고
중환자실을 오가는 상태로 또 세월이 그렇게 갔다,
그들이 마련해 놓은 자금은 이미 병원비로 동이 나 버렸고
병원비에서 생활비, 아이들 학비까지 시어머니의 주머니에서 나와야 했다,
한해 두해는 당연한듯하던 시어머님이 차츰 변해가기 시작했다,
짜증과 의심으로 돈이 지불되어야 할 때마다 전쟁을 치러내는 듯 힘겨워졌다
간병을 해야 하는 그녀의 입장에서 취업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불화는 깊어 갔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깊어 갔다
중환자실을 들락거리면서도 그녀의 남편은 그녀를 걱정했다
그녀의 앞날을 위해서 이혼을 종용해 왔다,
그녀와, 어머니, 남편 모두 지쳐갔다,
그녀는 아이까지 시집에 두고 홀몸으로 쫓겨나듯 시집을 나와야 했다,
그렇다고 마음이 편한 것도 아니었다
병든 남편을 버렸다는 소문이 그녀를 따라다녔다,
대학 중퇴의 조건으로 중년의 나이가 된 경험 없는 그녀를 받아들여주는 일자리도 없었다,
"언니, 아들 만나고 오는 길이야, 어머님이 잘 돌보고 계시니까 걱정은 안 해,
스테이크 먹고 싶대서 주머니 탁탁 털어 사주고 나니까 차비가 없어,
걸어왔더니 좀 피곤하네, 좀 쉴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그녀의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나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자동차 보험영업을 시작한 그녀는 발군의 영업 실력을 발휘하였고
얼마 안 가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차츰 당당하고 야무진 꼬마대장의 면모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 무렵 그가 나타났다
꼬마대장의 두번째 남자가 된 그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