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야 꽃, 다시 피다

by 우선열

호야 꽃이 다시 피었다. 작년 8월에 마치 꿈처럼 호야 꽃이 잠시 피었다 지고 말았다.

만개할 때까지 10여 일 이상이 걸리는 호야 꽃이 잠시 피었다 지고 말았던 건 순전히 내 잘못이다

내 무식의 소치였다.

꽃을 예뻐하기는 하지만 키우는 건 자신이 없었다

어쩌다 예쁜 꽃들을 키우게 되면 내 딴엔 애지중지 하건만 제대로 자라 주지 않았다

물을 많이 주면 뿌리가 썩고 조금 주면 말라죽어 버리고 만다.

식물 키우기에 소질이 없는 것 같았건만 예쁜 걸 보면 참지 못하는 바람에 봄이 되면 꽃 화분을 사들였다가 속절없이 시들어 버리는 꽃들을 보아야 했다.

죽은 화초도 버리지 못하고 베란다 구석에 처박고 마는 미련이 많은 성격이니 그때마다 후회스러웠다

꽃을 키우지 않는 게 꽃나무를 보호하는 일이었다.

가끔 선물 받는 화분들은 어쩔 수 없이 키워야 했으니 어쩌다 내 손에 살아남는 생명력 긴 화분들이 몇 개 베란다 화분을 차지하고 있다.

다른 식물들이 짧게 스치고 지나가는 가운데 산세비에리아와 호야와 금전수는 오 년 이상 내 베란다에 머물고 있고 그들이 고마웠지만 자신이 없었다

언제 내 곁을 떠날지도 모르는데 정을 주었다가는 떠난 후의 허무함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았다

최소한의 의무만 했다.

햇볕에 놓아주고 적당량의 물을 주는 것

그런 와중에도 산세비에리아와 금전수는 잘 자라고 봄이 되면 새싹이 보기 좋게 돋아 키우는 보람이 있었다 호야는 친구의 선물이었다.

선물한 성의를 보아서라도 잘 키워보고 싶었다

호야는 가끔 잎이 분홍색이나 노랗게 변하여 색다른 즐거움을 주기는 했다

잎이 변하는 아름다운 식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내 거친 손끝에서 살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산세비에리아의 새싹들이 유난히 예쁘던 작년 봄에 잘 자란 산세비에리아를 앞에 두고 키 작은 호야 화분을 뒤에 놓았다

호야는 위로 자라기보다는 덩굴이 밑으로 뻗는 경향이 있다.

산세비에리아 뒤에 가려 호야는 잘 보이지 않았다


작년 여름휴가는 길었다 며칠 집을 비우고 돌아와 베란다에 나가 보니 산세베라아 뒤에 호야 꽃이 피어 있었다

'꽃이다' 처음엔 산세비에리아 꽃인 줄 알았다.

호야가 꽃이 피는 줄 모르고 있던 청맹과니였다.

자세히 보고야 호야 줄기에서 핀 꽃인 줄 알게 되었다

"호야 꽃이네"

줄기를 들어 올리는 순간 호야 꽃들이 후드득 지고 말았다

예쁜 꽃을 피우고 산세비에리아 뒤에서 내가 보아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 무심함을 견딜 수 없었다

아쉽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고 꿈결처럼 믿을 수 없기도 했다

'지금부터 잘 보살필 테야, 내년에도 예쁜 꽃이 필 수 있도록' 다짐을 해보았건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아도 딱히 내가 할 일이 없었다.

물도 자주 주면 안 되었으니 베란다 문을 열고 한 번씩 들여다보는 것 밖에는 할 일이 없었다.

봄이 되면서부터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호야는 생육조건이 맞으면 일 년 내내 꽃이 피지만 개화기는 4월에서 8월이다

'작년에 8월에 꽃이 피었으니 올해도 8월이 되어야 꽃이 필 거야"

호야 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마음을 졸였다.

"작년에 꽃 피었다면 올해도 필 겁니다. 꽃이 피던 가지에서 꽃이 피거든요, 가지 자르지 말고 잘 키워야 합니다" 호야 꽃을 키우는 선배들의 말을 들었으나 안심이 되지 않았다

넝쿨진 가지를 잘라 내던 일이 후회스러웠다

내 딴엔 그걸 보살피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지지대를 세워서 넝쿨이 뻗을 수 있게 도와주어야 했다. 뒤늦은 후회였다

물은 표면이 마를 때 충분히 주고 잎은 가끔 스프레이로 수분을 보충해 주고 자리를 자주 옮기지 말며 덩굴을 보호해야 한다

이제는 호야가 좋아하는 것들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만족할 만큼 호야에게 좋은 환경을 마련해 주지는 못하지만 가능하면 호야가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려는 노력을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호야에 개 인사하고 저녁에도 잘 자라는 인사를 한다

덕분에 5월 초 호야 꽃이 한 송이 피었다

봉우리를 맺은지 열흘이 지나도록 꽃이 피지 않아 안타까운 시간이 흘렀다

호야는 봉우리를 맺고 개화할 때까지 열흘 이상 시간이 걸린다

늦게 피는 대신 피어 있는 시간도 길다

열흘 이상 예쁜 꽃으로 피어 있다

핑크빛 고운 별 같다

핑크빛 별 안에 빨간 별이 하나 더 들어 있는 꽃송이가 모여 한 송이를 이룬다

내 부족한 필설로는 호야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없다

한 송이 송이가 모여 꽃무더기를 만들고 각자가 그리고 모여서 더 아름답다

올해는 그 예쁜 호야 꽃송이가 세 송이나 된다.

한 송이는 흐드러지게 피었고 두 송이는 앙다문 꽃봉오리이다

야무지게 닫은 꽃봉오리에도 이젠 초조하지 않다

얼마 안 있으면 예쁘게 피어 날것을 믿는다


호야 꽃말은 아름다운 사랑이다

사랑은 내가 해주고 싶은 것을 해주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라 한다

호야를 키우며 길게 늘어진 가지를 잘라주는 게 사랑이라 생각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었다

정작 호야가 원하는 것은 긴 줄기를 보호해 주는 것이었다

긴 줄기에서 아름다운 꽃을 파워 내는 호야이다.

예쁘게 피어나는 호야를 보며 다시 생각해 본다

내가 원하는 걸 하면서 사랑이라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호야는 내게 사랑을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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