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임씨 4
문방구 경자 씨의 발걸음은 더 부산해졌다
고객들의 출입이 잦아진 상가 중앙통로를 수시로 닦아 반짝반짝 윤이 나게 관리하는 것은 물론
슈퍼에서 나오는 박스들을 불편하지 않게 관리하는 일까지 상가 관리인들이 못 미치는 일들을 살뜰하게 해치웠다
와중에도 슈퍼 사장단이 나타나면 몸 둘 바를 모르면서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안타깝게 보이기도 했다
상인들은 어느새 경자 씨를 상가 관리인 대하듯 했다
"아줌마, 박스 흐트러져 있어요 "
"가운데 복도 좀 닦아야겠어요"
스스럼없이 요구하는 모습을 나도 자주 보게 되었다
"아줌마, 우리 쓰레기통도 비워 줘"
옥임 씨는 대 놓고 경자 씨를 하대하며 개인적인 심부름까지 시키기도 하였다
가끔 뾰르퉁해하기는 하지만 경자 씨는 일 자체에 보람을 느끼는 것 같기도 했다
슈퍼 사장을 대하는 옥임 씨의 태도는 문방구 경자 씨와 아주 달랐다
슈퍼 사장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는 문방구 경자 씨에 비해
옥임 씨는 새로 생긴 슈퍼의 큰 고객이었다
가족수도 많을뿐더러 결혼한 두 언니도 생필품을 친정 동네에 와서 사기도 하여
대가족의 맏며느리인 큰언니가 나타나면 슈퍼가 휭하니 빈다는 우스갯말이 나돌기도 했다
쌍방울 옥임 씨는 슈퍼의 vip였고 그런 위치를 적당히 즐길 줄도 알았다
슈퍼 사무실을 제집 드나들듯이 하며 사장단과 친분을 쌓았다
상가의 주축은 자연스레 쌍방울과 슈퍼로 기울어졌다
중앙통로에 위치하기는 했지만 문방구에 비해 쌍방울 집은 두 배 크기이기도 했으니
애초부터 옥임 씨는 문방구를 얕잡아 보았던 거 같기는 하다
친하다는 핑계를 대기는 했지만 다른 점포주들을 사장으로 부르는데 비해
공식 자리에서도 문방구는 항상 아줌마로 부르기도 했다
상주하는 상인들과 달리 나는 가끔 상가에 들리는 편이니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었지만
명랑하던 경자 씨의 얼굴에 자주 어두운 기운이 서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가을 저녁이었다
날씨 탓인지 상가에는 좀 이르게 손님들의 발걸음이 그쳤고
무료한 상인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여느 때 같으면 우리 삼총사가 희희낙락 즐거운 시간을 만들었었건만
경자 씨의 우울한 모습을 지나칠 수 없어 나는 문방구에 발이 묶였다
"슈퍼에서 막걸리 한잔 하자네, 같이 내려갈래?"
옥임 씨가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와서 말을 건넸다
시무룩한 문방구의 눈치를 보던 내가
"우린 술 못 마시잖아, 집에 가야 할 시간이기도 하고 "
"술 마시러 가나, 분위기 때문에 가는 거지 맘 변하면 내려와 "
눈짓으로 문방구가 왜 우울하나를 물었건만
쌍방울은 모르겠다는 제스처를 보이며 무심한 발걸음을 옮겼다
"잰 요즘 슈퍼 사장단과 놀아 우리는 본 척도 안 한다니까 "
문방구가 볼멘 소리를 했다
"경자 씨 막걸리 한 잔은 하잖아? 같이 내려갈래?
"가면 뭐 해, 허드렛일이나 시킬걸, 쌍방울 이상해졌다니까,
건방지기 짝이 없어 마치 지가 상가 주인 같아 뭐, 너한테는 안 그럴 수도 있지만 "
경자 씨의 심기가 많이 불편한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