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시라 통영을 모린다꼬'를 읽고 있다

by 우선열

'머시라 통영을 모린다꼬' 라는 제목에 시선이 멈췄다.

'사투리로 쓰는 통영 가이드북'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제목 짓기는 글쓰기나 책 내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 책은 일단 제목 짓기에 성공한 것 같다.

제목을 보는 순간 통영이 더 궁금해졌다

통영 문우가

"양 선생님은 아주 훌륭한 분입니다. 통영 사투리로 책을 내기도 하셨어요' 하는 말에

사투리가 많이 나오는 수필집이 있나 보다'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통영에서 배달된 책들 속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제일 먼저 손이 갔다

'머시라 통영을 모린다꼬'하는 구수한 사투리 때문이기도 하고

'통영 가이드 북'이라는 부제도 한몫했다


이번 통영여행은 특별했다

단순한 관광이 아니고 성인이 되어 처음인 독후감 시상식을 겸했기 때문이다

생면부지의 통영 문인들과 하나가 되는 신비한 체험이었다

통영의 수려한 풍광과 찬란한 예술인들의 발자취에 취하고 통영문인들의 따뜻한 배려가 있었던

이틀 동안의 여정에서 나는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감동과 경이와 환호의 감정들이 뒤섞여 머릿속에 맴돈다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하던 이순신장군의 목소리가 들릴 것 같은 넓고 웅장한 통제영.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풍광들 , 그 속에 여러 문인들과 예술인들의 발자취가 보석처럼 박혀 있었다.

그날의 감동을 정리를 해 보고 싶기도 하고 아름다운 꿈처럼 깨고 싶지 않기도 하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이 책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도 같다


제일 먼저 목차를 훑어보았다

통제영과 디피랑, 동피랑, 서피랑이 반가웠고

청마 문학관, 김춘수 유품전시관, 김용식·김용관 기념관을 보며 안도했다

그날의 행적을 생생하게 재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반가움은 잠시 '사량도'에서 눈길이 멈췄다.

내가 알고 있는 박완서 작가의 '사량도'가 거기에 있었다

박원서 작가는 작품 '그리움을 위하여'에 사량도에 핀 사랑 이야기를

'시냇물 위로 점점이 떠오르는 복사꽃 잎 같은 사랑이다 '라고 묘사했다

책을 읽은 후 사량도가 아니라 사랑도가 아닐까? 하는 의혹에 잠길 만큼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70대 재혼부부의 이야기라 자칫 통속에 흐르기 쉽고 사회문제를 제기하는데 그칠 수 있는 소재였다

재혼하려는 아버지가 주책맞고 부끄러워 보인다거나,

재산을 노리고 재혼을 한다는 이야기들을 공공연히 해대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지만 백세시대, 노후의 삶이 길어지며 노후의 재혼은 새로운 사회문제가 될 수도 있다

길어진 노후만큼 사별이나 이혼을 한 경우 혼자 살아야 하는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노후의 비극이 몸은 늙는데 마음은 늙지 않는 데 있다고 한다

신체가 노화되었다고 사랑의 감정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살아온 세월보다 살아갈 시간이 더 많아지기도 하니

아름다운 사랑의 추억만으로 살기엔 긴 세월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사랑이 모난 지 둥근지 알 수는 없지만

여성편력으로 이름난 카사노바도 사랑하는 그 순간만큼은 진실이었다 한다

사랑도 해본 사람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움을 위하여' 여자 주인공은 사랑꾼이다

열일곱 살에 첫사랑과 결혼해 온갖 고생을 하며 사랑을 지켜 내었고 사별했다

결혼 생활동안 사랑을 지키기 위한 고생이 지긋지긋할 만도 하건만 사별한 지 얼마 안 돼 다시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동생의 고생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언니는 그 사랑을 인정할 수 없었다

사랑 때문에 감당하는 동생의 불행을 더 이상 지켜보고 싶지 않았다


동생의 두 번째 사랑은 멀리 사량도에 있는 70대 남자였다

그도 사량도에서 이름난 사랑꾼이었건만 그들의 사랑도 죽음은 비껴갈 수 없었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혼자가 되었다.


사량도의 이름난 사랑꾼과 서울 사랑꾼의 만남이었다

둘은 서로를 깊이 이해했다

지나온 그들의 세월마저 서로 받아들였다

밤새 지난날들의 추억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며 그들의 사랑도 깊어 갔다

"언니는, 그게 뭐가 이상해, 내가 그의 전 와이프 제사상 차려주고

내 전 남편 제사상 차리는 거 그이가 도와주는 거 당연하지 않아?

우린 그렇게 살아, 하루 종일 밤새워 이야기해도 할 이야기가 또 생겨

그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 내가 살아온 이야기, 듣고 또 들어도 재미있어"

동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언니는 그제야 그들의 사랑을 인정한다

'시냇물 위로 점점이 떠오르는 복사꽃 잎 같은 사랑이다'

언니의 말이다

책을 덮으며 나도 그들의 사랑을 인정했다

지고지순한 첫사랑 못지않게 마음을 흔드는 사랑이었다


나는 '머시라 통영을 모린다꼬'라는 책과 사랑에 빠질 것 같다

책을 읽으며 통영에서 보고 느꼈던 감정들이 되살려내고

시냇물 위로 점점이 떠오르는 복사꽃 같은 사랑을 내 안에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머시라 통영을 모린다꼬' 제목에 이끌린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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