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야는 잎이 예쁘다. 작고 단단한 타원형 잎이다. 초록색에 노란 테두리의 잎이 대부분이지만 가끔 핑크빛이나 노란 잎이 피기도 한다. 보는 즐거움이 있다. 호야가 내 베란다에 들어온 지 족히 7~8년이 넘었건만 나는 호야가 포인세티아처럼 그렇게 잎이 예쁜 식물인 줄만 알았다. 선인장 류의 식물들은 꽃이 잘 피지 않고 죽기 전에 한번 예쁜 꽃을 피운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어 당연히 호야는 꽃이 피지 않는 줄 알았다 .
작년 여름이었다. 휴가에서 돌아와 보니 내 초라하던 베란다 화분에 핑크빛 별 같은 꽃들이 한 무더기 피어 있었다. 마치 산세비에리아 핀 꽃 같았다. 자세히 보니 산세비에리아에 걸쳐 있는 호야 넝쿨에서 핀 꽃이었다. 그제야 키 작은 호야를 산세비에리아 뒤에 옮겨 놓았던 생각이 났다.
작년 산세비에리아는 유난히 싹을 많아 틔웠다. 초록색 잎이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 보는 즐거움이 컸다 키 작은 호야를 산세비에리아 뒤로 옮기고 늘어진 호야 덩굴을 산세비에리아 위로 올려 주었다 .
휴가 중에 호야는 산세비에리아 뒤에서 보는 이 없이 홀로 피어야 했다. 그 설움이 컸기 때문일까?. 뒤늦게 발견한 내가 호야 꽃 덩굴을 들어 올리자마자 꽃은 후드득 지고 말았다 . 꽃을 발견한 것 만큼이나 느닷없었다. 아쉽고 서운하고 미안했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버텨준 호야가 고맙기도 하고 무식했던 내가 한심하기도 했다.
그제야 호야에 관심을 가지고 꽃에 대해 알아보았다. 호야는 사월에서 8월까지 생육조건이 맞으면 예쁜 꽃을 피우는 덩굴식물이다. 덩쿨에서 꽃이 피니 잘 관리하여 훼손시키지 않아야 한다. 무심한 나는 덩굴이 제멋대로 뻗게 방치한 것이다. 길게 자라는 덩쿨을 주체할 수 없어 잘라 버린 적도 있다.
후회가 밀려왔다. 보는 이 없이 혼자 피고 진 호야 꽃이 가여웠다 .호야를 잘 보살펴 내년엔 예쁜 꽃을 보리라 다부진 각오를 했건만 호야는 별로 손이 가지 않는 식물이다. 기껏 한 달에 한 번 정도 물만 주면 예쁜 잎들을 자랑하며 씩씩하게 자랐다 .
올 사월이 되자 몸이 달았다. '해준 것도 없는데 호야 꽃이 필 수 있을까, 한번 피면 해마다 핀다니까 필 수 있을 거야 작년에 8월에 피었으니 이번에도 8월 일 거야' 초조한 심정을 혼자 다스려야 했다.
6월 어느 날 호야 덩굴에서 작은 덩어리가 발견되었다. 작은 돌기가 있는 볼품없는 덩어리였다. 무얼까? 혹시 아픈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다 . 잘라주어야 하나, 망설이는 데 돌기 하나하나가 조금씩 커졌다. 꽃봉오리가 아닐까? 그제야 생각이 미쳤다. 그때부터 애지중지, 아침 저녁으로 살펴보았지만 호야는 그리 녹녹치 않았다. 앙다문 꽃잎을 좀체 열지 않고 여전히 예쁜 꽃잎들 사이에서 조금씩 조금씩 커졌다 .작은 돌기 하나하나가 별 모양이 되더니 드디어 조금씩 꽃잎이 벌어졌다. 돌기를 발견한 후로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흘렀고 꽃봉오리임을 눈치챈 후로도 일주일 이상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지만 벌어지기 시작한 꽃잎은 다투어 피어 한무리 꽃 덩이를 이루었다. 내게는 마치 분홍색 은하수 같다 .
작년에 한 송이, 올해는 6월에 두 송이, 지금 두 송이가 다시 피어 있다. 한 송이는 아직 작은 돌기 상태이다
나는 아직 세 송이의 호야 꽃을 볼 수 있다. 8월 까지 핀다는데 무사히 꽃피울 수 있을까 돌기 상태의 줄기를 보며 걱정이 늘어진다 . ''걱정 마, 윤달이 있으니 필 수 있을 거야' 혼잣말도 한다 .
이번 여름은 호야로 행복하다, 아직 피기를 기다리는 호야 꽃도 있으니 남은 더위도 무섭지 않다. 더위를 뚫고 피는 호야 꽃처럼 아름다운 여름을 만들어야겠다 . '호야 꽃 피는 집' 이번 여름, 우리 집 옥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