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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Jun 29. 2022

김충환, <성주촛불일기>.

성주투쟁의 이름 없는 영웅들. 

<성주가 평화다>에 이어 <성주촛불일기>를 읽었다. 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위원회에서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한 김충환 전 노무현 대통령 비서관이 쓰고 엮은 책이다. 부제는 '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 365일의 기록'으로, 2016년 7월 7일부터 2017년 7월 13일까지의 일기가 가지런히 담겨있다. 2016년 7월 8일은 박근혜 정부가 한반도 사드배치를 결정한 날이며, 2016년 7월 13일은 경북 성주가 사드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날이다. 경북 성주가 선택된 바로 그날, 한반도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성주군청 앞 광장에 모였다.


2016년 10월 20일 목요일 일기를 보자. 투쟁위원회에서 상황실장 직을 맡은 박수규 님의 촛불집회 발언이다. "처음 성주에 사드가 온다고 했을 때는 생존 문제라고 생각하고 싸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싸우다 보니까 우리의 생존 문제를 넘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지키는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주민들은 평화를 위해 싸워 왔다는 자부심이 있다. 이 자부심이 100일 동안 촛불을 이어가게 만든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오후 6시 30분부터 시작된 이날의 행사 이름은 '100번째 성주 촛불 밝히는 날'이었고, 표제는 '사드가고 평화오라!'였다.


2017년 7월 9일 일요일, 362일째 촛불 일기의 한 대목은 이렇게 이어진다. "오전에 맑았다가 오후엔 지나가는 소나기가 많았다. 07:00 소나무 두 그루를 심었다. 예전부터 마당에 소나무를 심고 싶었다. (…) 촛불집회에서 주민들이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보고 둘러앉았다. 성주촛불투쟁 1년의 소감을 나누는 자리다. 영웅의 시대는 갔다. 지금은 시스템의 시대다. 성주촛불이 365일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스템을 갖추고, 스스로에게 부여한 역할을 책임지고 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스템의 시대에는 모두가 영웅이다."


 2017년 7월 10일 월요일, 363일째 촛불 일기는 이렇다. "발언했다. '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 365일의 기록, <성주촛불일기>'를 책으로 낼 계획이다. 마무리가 이틀 남았다. 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은 엄청난 역사적 사건이다. 그 중심에 성주 주민들이 있었다. 365일 동안 함께 한 주민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기록하여 역사에 남길 것이다. 성주촛불투쟁의 영웅들이기 때문이다. 얼굴은 알아도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하니 이름을 적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책 부록에는 강태임 님부터 황성재 님까지, 1년 내내 촛불을 들었던 분들의 이름이 있다. 


이 책에는 또한 익숙한 이름들도 나온다. 2016년 8월 21일 일기 중 일부다. "발언했다. '사드오적 五賊'과 '성주 사드삼적 三賊'을 발표했다. 사드오적은 박근혜 대통령,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황교안 국무총리, 한민구 국방부장관, 윤병세 외교부장관으로 선정했고, 성주 사드삼적으로는 김관용 경상북도지사, 이완영 의원, 김항곤 성주군수를 선정했다." 지금은 모두 하찮은 사람들이 되어버린, 하라는 일은 안 하고 나라 팔아 먹느라 바빴던 군상들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성주촛불투쟁의 영웅들과 함께 그들의 이름도 비로소 기억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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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 附記


1. 내가 선정한 이 책의 한 문장은 2016년 9월 21일 수요일 일기의 한 대목이다. "변방 邊方에 살더라도 본질을 꿰뚫고 있다면, 그곳이 바로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2. 2020년에 이어 2년 만에 이 책을 읽었다. 작년에 읽은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과, 보름 전에 읽은 <대구, 박정희 패러다임을 넘다>와 함께 귀향을 다짐케 한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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