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도서관에서 우리 식구가 함께 읽은 첫 번째 책.
딸아이가 지난 달부터 계속 똥 타령이다.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매일 하는 얘기가 똥, 방구, 꼬딱지다. '아빠 똥!' 그러면 나는 '똥방구!'로 받아치고, '아빠 똥방구!' 그러면 나는 '똥 2개, 방구 17개!'로 되받아친다.
조금 오래하면 속상하다며 하지 말라 하지만, 다음 날 유치원을 다녀오면 또 '아빠 똥 5개, 방구 3개!' 그런다. 그러면 나는 어김없이 '똥 3개, 방구 21개, 꼬딱지 75개!' 이런 식으로 횟수를 차츰차츰 늘려 간다.
오늘 우리 식구 모두 동네 도서관에 가서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를 읽었다. 딸아이는 즐거워했다. 나도 재밌게 읽었다. 동물들마다 생김새가 다른 똥 모양이 참 재미있었다. 똥을 쌀 때 내는 저마다의 소리가 웃겼다.
제목에 '똥'이 들어간 다른 책도 몇 권 읽었고, 손에 닿는 다른 책들도 쭉쭉 꺼내어 읽었다. 에어컨 바람은 시원했고 소파는 적당히 폭신폭신했다. 집에서는 쉽게 읽을 수 없는 공룡 백과사전 등 빅북들도 참 많았다.
식구가 다 같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사온 지 4년 만이다. 나는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봤다. 온라인서점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책 냄새와 사람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