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이 공부를 잘 할 수 있을까? 공부를 잘 하려면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공부를 계속 하고 싶다면 어떤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야 할까? <읽는 사람 김득신>이라는 그림책을 읽고 든 생각들이다. 김득신, 나이 쉰 아홉에 처음 과거에 급제한 이 사람은 조선시대 중기에 해당하는 1604년에 태어나 1684년에 사망했다. 나이가 열 살이 되도록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이런 이유로 늘 조롱과 멸시를 받던 인물이었다.
김득신은 마마를 앓았다. 공중보건 개념이 자리 잡지 않았던 시대에 태어났고 의약 기술 또한 발전하지 않았던 시대였기에 천연두는 일상이었다. 작품 속 대사는 이렇다. "부모님은 또래보다 늦된 김득신이 걱정스러웠어. '득신이가 마마를 앓고 난 뒤 자꾸 깜빡깜빡해요. 머리에 좋다는 약을 먹여도 소용이 없어요.'" 이 대목에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 수 있으니, 바로 몸이 튼튼하고 사회가 건강해야 공부를 잘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득신은 환갑이 다 되어서야 관료가 되었다. 그때까지는 책만 읽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한 직업은 갖지 않았다. 아들이 환갑이 되기 전에 중앙무대에 진출하는 걸 보고 싶다는 부친의 말을 듣고 나서야 과거를 준비했다. 여기서도 우리는 중요한 진실 하나를 알 수 있다. 바로 돈이 있어야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공부를 계속 할 수 있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공부를 오래 할 수 있다.
김득신은 성실했다. 작품 속 설명은 이렇다. "김득신은 온종일 책을 끼고 지냈어. 한 글자를 백 번 이백 번 읽고 또 읽은 뒤에 다시 백 번 이백 번 되풀이해 썼지. 그러다 보니 아는 글자가 하나둘씩 늘어났어. 하지만 다른 친구들처럼 책을 술술 읽진 못했지." 이런 표현도 있다. "재주가 남만 못하다고 스스로 한계 짓지 마시오. 나처럼 어리석고 둔한 사람도 마침내 뜻을 이루었소." 근본적인 성찰이다. 공부는 역시 엉덩이로 하는 것이다.
사마천 <사기 열전>의 첫 번째 편은 <백이 열전>이다. 김득신은 이 <백이 열전>을 1억 2만 8000번이나 외웠다고 한다. 이 수치를 현대의 도량형으로 환산한다고 해도 1000번은 넘게 읽었다는 말이다. 800자가 채 되지 않는 짧은 글이지만, 하나의 글을 1000번이나 읽는다는 게 과연 쉬운 일일까? 체력이 받쳐주고 재력이 받쳐주고 실력이 뒷받침 되어야겠지만, 공부를 잘 하려면 '배우려는 자세와 좋은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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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서 전미화, <책 씻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