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초의 사제.
천주교 사제를 다룬 책을 2022년 가을부터 틈틈이 읽고 있다. 故 이태석 신부의 평전인 <신부 이태석>을 9월에 읽었고, 두 저널리스트의 프란치스코 교황 대담집인 <교황 프란치스코>를 11월에 읽었다. 13세기 초반에 프란치스코회를 창설한 '아시시의 성 프란시스'를 다룬 그림책 <아시시의 성 프란시스>를 12월에 읽었고, '조선 최초의 사제' 故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를 다룬 그림책 <김대건>을 2023년 새해들어 처음 읽었다.
김대건 신부는 1821년 8월 21에 태어나 1846년 9월 16일에 사망했다. 조선에서는 한학을 배웠고 청나라에서는 신학을 공부했다. 당대 조선 왕조는 천주교 교리와 신자들을 억누르고 있었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천주교의 교리가 '신분과 질서'를 강조하는 당대의 이념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무시했기 때문이다. 신유박해가 1801년에 있었고 기해박해가 1839년에 있었다. 김대건 신부가 처형당한 1846년에는 병오박해가 있었다.
김대건 신부는 청나라 마카오에서 서학을 공부했다. 신학을 중심에 두고 라틴어, 중국어, 프랑스어를 공부했고 지도를 연구하고 지리학을 공부했다. 지도를 보면서 조선이 좁다는 걸 알았고 지리학을 알아 가면서 세계가 넓다는 걸 깨달았다. 동양과 서양이 충돌하는 장면도 목격했다. 1840년에 영국과 청나라 간에 발생한 아편전쟁과 그 후속 조치인 1842년 난징조약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1845년 8월에 드디어 사제 서품을 받았다.
김대건 신부는 조선을 떠난지 1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조선 최초의 사제'가 되어 모국어로 미사를 집전하고 지도를 만들었다. 천주교 교우들은 점점 늘어났지만 교리를 가르칠 사제는 충분하지 않았고, 고심을 하다 결국 청나라에 머무르고 있는 프랑스 신부들을 조선으로 초빙하기 위해 어부로 위장을 하고 서해로 나아갔다. 불행히도 일을 성사 시키기까지 운이 따르지 않아 바다 위에서 결국 조선 관리들에게 체포 당했다.
천주교 사제를 다룬 책을 읽는다고 해서 안 가던 성당을 더 다니거나 전역 이후 옮기지 않았던 교적을 집 앞으로 바꾸는 일이 내게 일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이따금 순교를 했거나 선종을 한 사제들이 생각나는데 그 이유를 말이 되게 설명을 하는 것도 난감하기는 매한가지다. 그냥 궁금하고 그냥 땡기는 것이니 이렇게 책이나마 읽고 한 번씩 그 생의 의미, 말과 행동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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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에 읽을 책 : 이충렬, <김대건, 조선의 첫 사제> 김영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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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하얼빈>. 2022.09.22
이충렬, <신부 이태석>. 2022.09.26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2022.11.09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아시시의 성 프란시스>. 2022.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