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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Mar 22. 2023

안나 스프롤, <고르바초프>.

다시 소련, 러시아.

우연의 연속이다. 2023년 독서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고르바초프'를 읽을 거라는 생각은 없었다. 회사일로 스웨덴 그림책 작가의 책을 동네 도서관에서 찾던 중 우연히 '독일 통일'을 다룬 클레어 렌코바의 <두 개의 독일>을 읽게 됐고, 읽고 나니 관심이 생겨 아델 타리엘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날>을 내처 읽었다. 그러고는 별 일 없이 한동안 뜸했었다.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행복>을 읽는 독서모임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던 중 어쩌다가 '참전 문학', '러시아' 이야기가 나왔고, 그렇다면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를 읽어보자고 합의한 게 2023년 3월 5일이었다. 그때부터 별안간 '소련'과 '러시아'가 불쑥 내 앞에 나타났다.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러시아 · 소련 역대 통치자 일람표'를 세계사 책에서 먼저 훑어봤다. 블라디미르 레닌(1917~1922), 요시프 스탈린(1922~1953), 그리고리 말렌코프(1953), 니키타 흐루시초프(1953~1964), 레오니드 브레주네프(1964~1982), 유리 안드로포프(1982~1984), 콘스탄틴 체르넨코(1984~1985), 미하일 고르바초프(1985~1990/1990~1991), 보리스 옐친(1991~2000), 블라디미르 푸틴(2000~2008), 드미트리 메드베데프(2008~2012), 그리고 다시 블라디미르 푸틴(2012~ 현재). 이 가운데 스탈린을 다룬 책이 먼저 생각났으나, '독일 통일'을 다룬 그림책을 읽은 게 얼마 되지 않아 <고르바초프>를 일단 대출해 읽었다.


'정직한 용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42~43쪽 문장이 이 책의 백미였다. "페레스트로이카는 소련 국민 모두에게 좀 더 많은 것을 뜻한다고 고르바초프는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산업을 좀 더 효율적으로 이끌어 가는 것도 뜻했다. 그리고 그것은 용기를 찾는 것이기도 하다. 변화를 찾는 용기, 비판에 당당히 맞닥뜨리는 용기 그리고 무엇보다 정직해질 수 있는 용기였다. 70년의 역사에서 소련은 국민들에게 정직하지 못했다. 또한 국민들이 그들의 감정을 정직하게 밝히는 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로스트로포비치 같은 예술가들은 부정직한 정부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짓을 하는가를 잘 았다. 니콜라이 같은 공장 노동자도 마찬가지였다."


"고르바초프는 속임수로 유지되는 통치가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국민의 입을 막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통치자들은 국민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똑바로 알아야 했다. 그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일상의 모든 공적인 일들이 더욱 개방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선이 어떤 것이고 악이 어떤 것인가를 알아야 한다. 선은 더욱 발전시키고 악은 싸워서 물리쳐야 한다.' 고르바초프는 글라스노스트를 내세웠다. 그것은 '개방'과 '홍보'를 뜻하는 것이다. 개방, 홍보, 개혁……. 고르바초프가 중병이 든 나라를 치료하는 방법으로 내놓은 것들이다." 이 말이 나온 얼마 뒤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자로가 폭발했다.


2022년 5월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체르노빌의 목소리>를 읽었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달이 지난 무렵이었고 한창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책이 서점에 깔리던 시기였다. <체르노빌의 목소리>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남편, 아들 시신은 방사선 수치가 매우 높기에 드릴 수 없습니다. 모스크바의 묘지에서 특별한 방법으로 매장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문서에 서명하셔야 합니다. 이에 반대하거나 시신을 고향으로 가져가려는 사람이 있으면 꼭 아셔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사망자들은 국가의 영웅이기에, 시신은 절대 가족의 것이 아닙니다." 2023년 5월부터 다시 '소련'을 읽게 된다. 딱 1년 만인데 이 무슨 우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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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읽을 책

1. 델핀 파팽, <러시아 지정학 아틀라스>.

2. 벨랴코프 일리야, <지극히 사적인 러시아>.

3. 니콜라스 랴자놉스키, 마크 스타인버그, <러시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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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체르노빌의 목소리>. 2022.05.09.

클레어 렌코바, <두 개의 독일>. 2023.02.28.

아델 타리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날>. 2023.03.06

작가의 이전글 전현정 글, 홍선주 그림, <김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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