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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Jul 16. 2023

오키나와에 다녀왔습니다. (4)

여행 1일차 : 2023.06.17 (토). 2nd. 

타코 라이스는 훌륭했습니다. 남미 음식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요리 자체가 훌륭했습니다. 재료들이 서로서로 잘 어우러져 있기도 했고 재료 하나하나의 맛이 모두 좋았습니다. 소스 맛도 좋아 리필을 요청했지만 추가 요금을 내야된다는 쑥스러운 답변에 그럼 알겠다며 남은 음식을 박박 긁어 먹었습니다. 옆 테이블의 처가 어른들은 입맛에 그리 맞지 않으셨는지 밥이 꽤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자리를 곧장 그쪽으로 옮겨 남은 그릇마저 삭삭 긁어 먹었고 맛있게 잘 먹었다는 서툰 일본어로 직원들께 감사 인사를 드렸습니다. 시작이 좋았습니다.


가게를 나와서는 곧장 주차장으로 향했습니다. 비는 추적추적 내렸고 공기는 덥고 습했습니다. 하늘은 잿빛이었고 수평선도 흐릿했습니다. 1945년 여름, 바로 이런 날씨에 미군과 일본군이 오키나와에서 전투를 벌였겠지요? 탐욕스런 전쟁 기획자들에 의해 목숨을 잃은 어린 병사들과 민간인들 명복을 빕니다.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했습니다. 운전석이 한국과는 반대라 방향 지시등을 켜야할 때 계속 와이퍼를 움직였습니다. 도로 정중앙을 가지런히 가지 못하고 계속 왼쪽으로 붙었습니다. 살짝 긴장됐습니다. 


10여분 정도 지방도로를 달린 다음 58번 고속도로를 탔습니다. 과속 차량이 없던 덕분에 고속도로 주행이 그리 어렵지 않았고 20여분이 지나자 조금씩 적응되기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제한속도를 지키며 때로는 추월로를 달리며 여행 첫날의 목적지인 만자 비치로 계속 가속 페달을 밟았고 마침내 아나 인터콘티넨탈 만자 비치 리조트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체크인을 끝내고 배정 받은 방으로 간 다음 여장을 풀었습니다. 오래된 건물이긴 했지만 관리를 잘 한 덕분에 시간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아담한 숙소였습니다. 피로가 몰려왔습니다. 


따뜻한 물로 씻고 커피를 한 잔 했습니다. 캡슐 커피 맛은 훌륭했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플래너를 꺼내 오늘 일정을 쭉 기록했습니다. 티비를 틀어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EBS 한국기행에 해당하는 현지 프로그램을 보며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렇게 1시간 여를 쉬고 나서 래쉬가드로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갔습니다. 여전히 하늘은 흐리고 비는 내리고 있었지만 물놀이를 즐기는 분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너무 신이 나 소리를 지르며 풀장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아내가 다가와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말합니다. '다이빙 금지야!'


30분 정도 수영을 하고 나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따뜻한 물로 씻은 다음 차를 한 잔 했습니다. 아까 마신 커피가 목을 탁탁 쳤다면 이번에 마신 차는 목을 부드럽게 감싸 안습니다. 올해 들어 커피보다 차가 더 좋다는 느낌이 점점 듭니다. 식구들이 근처 편의점에서 저녁 거리를 사는 동안 저는 계속 쉬었습니다. 1시간 뒤 식구들이 모두 옆방으로 모여 해물컵라면과 볶음밥을 가운데 두고 빙 둘러 앉았습니다. 한국에서 챙겨온 소주와 오키나와에서 산 맥주를 함께 마시며 가족 첫 해외여행의 첫날밤을 즐겼습니다. 어느새 23시가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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