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율의 독서 Jul 22. 2023

방을 옮겼습니다. (5)

책 정리 (3). 

1단 책장 6개가 있습니다. 2018년에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새로 장만한 책장입니다. 베란다 창가에 두고 서재에 있던 만화책을 전부 꽂았습니다.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여름이 지나니 책에 곰팡이 냄새가 나기 시작하더군요. 상한 책을 모조리 폐기하고 책장 6개를 서재로 옮겼습니다. 새로 산 만화책을 다시 1단 책장에 꽂고 6년을 지냈습니다. 2023년 6월에 방을 옮길 결심을 하고 나서 이 6개 1단 책장을 어떻게 관리할 지 궁리했습니다. 3개는 새 서재 책상 밑에, 3개는 거실 소파 옆에 두기로 했고 어떤 책을 둘지 생각했습니다.


책상 밑 책장 3개에는 노동, 코로나를 다룬 책과 돌아가신 어느 정치인의 저작을 두었습니다. 노동 관련 책들은 이전 서재에서는 책장 가장 위쪽에 둔 것입니다. 저 역시 노동자이기도 하고 또한 평생을 노동과 함께 살아야 하기에 우선순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관련 책들은 2021년에 꾸준히 읽은 것들입니다. 지금에야 코로나 확진자 소식이 들려와도 뭐 그런가보다 하지만 당시 상황은 이전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매일매일이 불안한 나날들이었습니다. 기후 위기를 온몸으로 체감했습니다. 


제가 언급한 어느 정치인은 바로 故 노회찬 의원입니다. 저는 그의 말과 행동을 좋아했습니다. 행동을 넘어서지 않는 그의 말을 좋아했습니다. 행동을 말과 일치시키려 하는 그의 생각과 사상을 좋아했습니다. 상황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그의 능력은 단연 압권이었습니다. 또한 그는 실패가 뻔한 일에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세월의 풍파에 그가 그토록 소중하게 생각했던 정당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음에도 그는 끝까지 당을 지키려고 했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별 일이 아니었음에도 그는 그 사실마저 부끄러워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거실 소파 옆 책장에는 교육, 육아, 지리, 시사만화 분야에 속한 책을 두었습니다. 서재에 둔 교육 관련 책은 식구 중에 저만 읽을 것 같은 책이지만 거실에 둔 교육 관련 책은 그나마 저희 가족 모두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리 분야에 속한 책은 지도책 위주로 배치했습니다. 이야기를 하다가, 티비를 보다가 궁금한 지역이 나오면 곧장 지도책을 펼쳐보려는 의도입니다. 시사만화책은 2000년대 초반부터 틈틈이 읽은 것들로, 이 역시 저희 가족 모두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야의 책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1단 책장 6개에 꽂아둔 책은 모두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야의 도서입니다. 인간은 노동을 벗어나서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간혹 그런 사람들이 있기도 하지만 썩 멋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코로나는 이제 흔한 말이 되었지만 여전히 인류는 기후위기가 초래한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을 잘 살아가려면 끊임없이 배워야 합니다.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변해가는지 꾸준히 배워야 합니다. 경쟁하지 않고 공존하기 위해선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배우고 또 배워야 합니다. 저는 그것을 책에서 주로 얻고 있습니다. 


**

이것으로 '방을 옮겼습니다' 연재를 모두 마칩니다. 제목만 이렇지 거의 다 '책 정리'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책을 정리하면서 생각도 정리할 수 있었고 방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개운한 마음으로 다시 공부를 시작합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방을 옮겼습니다. (1) 2023.06.26. 

방을 옮겼습니다. (2) 2023.07.02. 

방을 옮겼습니다. (3) 2023.07.06. 

방을 옮겼습니다. (4) 2023.07.12.




 


 

작가의 이전글 딸에게 다시 읽어주는 《사기 열전》 28.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