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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Jan 09. 2024

딸에게 다시 읽어주는 《사기 열전》 39.

연재를 마치며. 

제 딸아이는 2018년 4월에 태어났습니다. 이제 겨우 여섯 살이지요. 키와 몸무게는 또래 평균 정도 되고 말 역시 제 친구들과 비슷한 정도로 하고 있습니다. 한글도 조금씩 익히고 있습니다. 제 이름 석자는 쓸 줄 알고, 간단한 인사말도 삐뚤빼뚤하지만 제법 적을 수 있습니다. 책도 꽤 좋아합니다. 자기 전에 꼭 책을 읽어달라하고 놀다가 심심하면 책을 꺼내 드문드문 읽어보기도 합니다. 어릴 때 책을 가까이 하지 않았던 저로서는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바라건대, 부디 학교에 들어가서도 책을 좋아하고 책에서 많은 것을 배웠으면 합니다.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여섯 살짜리가 사기 열전을 읽지는 못 합니다. 불가능한 일이지요. 어린이는 어린이책을 읽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또한 이 연재의 제목이 '딸에게 다시 읽어주는 사기 열전' 이지만 저는 딸아이에게 사기 열전을 읽어준 일도 없습니다. 제가 이 어린 아이에게 백이와 숙제의 이야기를 들려준들, 사마천이 어떤 사람인지 설명해준들, 이제 여섯 살짜리 어린이가 무엇을 알겠습니까. 책장에 꽂힌 이 책의 제목을 입으로 읽는 게 딸아이가 알고 있는 사기 열전의 전부이고, 또 그걸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저는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 연재의 제목을 '딸에게 다시 읽어주는 사기 열전'으로 했을까요? 그건 딸아이가 너무나도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제겐 너무나도 소중한 딸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책에 이런 말이 있더군요. '단 한 사람을 위한 글이 진정한 글' 이라고요. 그래서 제목을 이렇게 지었습니다. 사기 열전을 읽고 제 나름대로 정리해보고 싶었고, 소중한 딸아이에게 읽어주는 형식으로 쓴다면 꽤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2022년 8월부터 11월까지 글쓰기를 했고, 퇴고를 거쳐 2023년 5월부터 8월까지 연재를 재개했습니다. 


저는 사기 열전 총 70편 가운데 36개 편을 연재했습니다. 사기 열전의 총론에 해당하는 '태사공자서'를 연재의 시작으로 삼았고, 첫 번째 편인 '백이 열전'부터 서른 다섯 번째 편인 '번역등관 열전'까지 순서대로 읽고 정리했습니다. 서른 여섯 번째 편인 '장승상 열전'부터 예순 아홉 번째 편인 '화식 열전'까지는 읽기만 했고 정리는 하지 않았습니다. 지친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회사일이 많아져 시간을 더 내는 게 버거웠습니다. 조금 더 노력을 하여 시간과 환경을 저 스스로 장악하게 된다면 못 다한 서른 네 편을 마저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저는 2014년에 《사기》를 처음 읽었습니다. 완역본은 아니었고 만화로 된 11권짜리 작품이었습니다. 너무 재미있어 한번 더 읽었고 친구에게도 이 책의 존재를 알렸습니다. 2015년부터는 사기를 설명하는 교양서를 틈틈이 읽었고 2022년 8월부터 완역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모진 형벌로 몸이 다 망가졌음에도 오직 '역사를 기록해야된다'는 일념 하나로 10년을 버틴 사마천이 존경스러웠고, 그가 기록한 개인과 사회의 흥망성쇠 과정을 읽어내려가는 일은 또한 너무나도 즐거웠습니다. 영면하신 사마천 선생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이것으로 연재를 마치며 건강과 행복을 두루두루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

《사기》를 처음 읽은 그해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했습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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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의 〈사기〉를 다룬 책 몇 권. (2023.08.19)

딸에게 다시 읽어주는 《사기 열전》0 : 연재를 시작하며 (2023.05.24)

딸에게 다시 읽어주는 《사기 열전》39 : 〈백이 열전〉~ 〈번역등관 열전〉총 정리 (202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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