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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May 31. 2022

이상우, <마음 병에는 책을 지어드려요>.

물처럼 자연스럽게.

경북 경주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이상우 원장의 책을 읽었다. 제목은 <마음 병에는 책을 지어드려요>이며, 부제는 '경주에는 책을 처방하는 한의사가 살고 있습니다'이다. 현직 한의사가 쓴 책을 읽은 건 이번에 3번째인데, 앞서 지윤채 원장이 쓴 <불안 우울 강박 스스로 벗어나기>와 권해진 원장의 <우리 동네 한의사>를 꽤 유익하게 읽었다. 이상우 원장의 책은 이 2권의 책 가운데 권해진 원장의 글과 결이 비슷하고, 마음병이 있는 이들에게 '책을 처방하는' 방식은 '사적인 서점'을 운영하는 정지혜 대표의 방법과 조금 닮아 있다.


먼저 '여기는 동네 사랑방'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1부 1장부터 보자. "원장실에서 컴퓨터를 켜고 환복을 하면서도 나는 대기실을 향해 귀를 쫑긋하고 있다. 상추가 얼마나 자랐는지, (…) 아랫시장 5일장은 어땠는지 동네의 이야기들이 들린다. 내가 하는 역할은 이제 그분들을 방으로 모시고 들어가 침을 놓는 일이다. 침을 놓는 중에도 대기실에서 나누던 이야기는 끊어지지 않는다. 콩은 누가 얼마에 샀는지, (…) 고구마는 언제 캐는지 계절별로 들리는 이야기가 다르다." 이 한의원의 이름은 '수선 사랑방한의원'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이상우 원장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를 살펴보자. 앞서 읽은 지윤채 원장, 권해진 원장의 책에서도 확인했지만, 이상우 원장 역시 '균형', '음양', '조화'를 강조한다. '순환', '자연' '중용' 또한 반복되는 표현이며, 이 6가지 요소는 '건강', '위로', '행복' 으로 이어진다. "특목고 입시를 준비했는데 아쉽게 떨어져서 상심하고" 있는 환자에게 이상우 원장이 한 말을 들어보자. "네가 공부를 하건 무엇을 하건 가벼워야 잘 할 수 있단다. 머리고 가볍고 몸도 가볍고 마음도 가벼워야 한단다. 그러기 위해서는 화장실 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상우 원장이 '한의사'라는 직업을 대하는 태도 또한 상큼하다. "고백하건대 나는 돈을 많이 버는 한의사를 꿈꾼 적도 없지만 아픈 사람을 돕겠다는 소명도 없었다. (…) 내 몸의 건강과 마음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 내가 한의사로 살아가는 이유다." 그는 "본래 시비를 따지기 좋아하는 까칠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욱하고 화도 잘 내서 친구들이 욱상우"라고도 부르곤 했단다. 스스로를 다스려가면서, 동네 이웃들과 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어울리면서 살아간다고 한다. '수선 水善' 사랑방한의원의 수선은 '상선약수 上善若水'라고 한다.


  <마음 병에는 책을 지어드려요>, 경상남도 통영시 봉평동에 자리한 '남해의봄날' 출판사에서 2022 3 31일에 펴낸 작품이다.    서지사항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2012 7  책을 펴내고, 올해  살이  남해의봄날이 펴낸 예순네 번째 책을 구입해 주시고, 읽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좋아하는 지역 출판사의  돌을 축하하며, 좋은 글을 세상에 내놓은 이상우 원장과 그의 동네 이웃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모두 돈도 많이 벌어서 지속가능한 꿈을 계속 이어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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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 附記


산과 바다가 맞닿아 있는 경남 통영으로 이사를 하고, 남해의봄날 출판사에서 뭐라도 한다면 참 즐거울 것 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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