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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온트 Nov 10. 2021

무직 3주 차는 이렇게 삽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3주가 흘렀다.

퇴사하고 2주는 신나게 놀았다. 

친구들과 만나 가벼운 농담과 진지한 대화를 섞어가며 게으른 오후를 즐겼고,

서울에 놀러 온 아빠를 데리고 마치 서울에 처음 온 사람처럼 관광을 즐겼다.


그사이에 나는 앞으로 어떤 생활 패턴을 가지고 살 것인지

찐J답게 계획표를 마련해두었는데,

정신없는 2주를 살아내고 드디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게 된 이번 주

그 계획을 철저히 지키며 삼일 째 사는 중이다.


P인 사람이 보면 깜짝 놀랄 수도 있을 것이다.

혼자 알아서 하루를 보내는 사람치곤 너무나 철저하게 관리되어 있기 때문.(ㅎㅎ)


아침 8시 반에 일어나 물 한 잔을 마시고 아침을 준비한다.

이번 주는 지난 2주간 너무나 잘 먹은 나머지 쌓여버린 체지방과 안녕을 고하는 한 주이므로

최대한 가볍게 먹고 있다. (이것마저 계획적임..)

오늘은 마켓컬리에서 주문한 룩트 요거트를 먹었다. (맛있다! 그래놀라랑 꿀 스틱도 같이 주는데 가성비 짱)

그리고는 아침 운동을 한다.

지난 이틀은 비가 너무 오고 흐린 나머지 집에서 간단한 스트레칭과 복합 유산소를 했고, 

오늘은 오랜만에 얼굴을 비춘 해를 맞이하러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확실히 바깥공기를 마시니 상쾌함이 두 배!

돌아와서는 샤워를 하고 커피를 한 잔 내린다.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는 순간을 상상할 때 나는 하루 중에 가장 설레 하는 것 같다.

뭔가, 평화롭고 아름다와. (?)

따뜻한 커피를 한 잔 들고 책상에 앉아 점심 먹기 전까지 뉴스를 읽는다.

구독하고 있는 뉴스레터들을 정독하고, 다음 뉴스 탭에 들어가 분야별로 눈길이 가는 뉴스들도 읽는다.

가끔 이렇게 글도 쓰고, 다이어리도 정리하고, 태블릿에 오늘 할 일도 정리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1시!

점심시간이다.

이번 주는 앞에서 말했듯이 가벼운 식단 중이므로 오늘은 오리고기+양배추 쌈을 먹을 예정이다.

집에 혼자 있을 때는 밥을 굉장히 천천히 먹는 편인데,

어제는 샐러드를 한 시간 동안이나 먹었다. 

점심은 여유롭게, 한 시간 반 정도 즐겨주고 오후 할 일을 시작한다.

오후에는 주로 자기 발전(?)과 관련된 일을 하려고 하는데,

11월에는 기억이 다 휘발되기 전에 리멤버와 링크드인 이력서를 업데이트해두려 하고 있고

그 외에도 취미로 하는 브이로그를 편집하거나

내년 초에 내가 배우고 싶은 것들을 부지런히 찾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러다 보면 해가 지고 6시가 넘는다.


할 일을 다 해갈 무렵에는 집중력도 떨어지고 배도 슬슬 고프다.

그때 바나나 하나를 간식으로 먹고, 고구마와 단백질 쉐이크를 저녁으로 먹는다.

그리고는 요가원으로 출발!

예전에 직장인일 때는 일주일에 3번 가는 것도 벅찰 때가 많았는데,

요즘은 매일 편안한 마음으로 가고 있고, 수업도 2시간씩 연강으로 듣고 있다.

해가 진 후 시간들을 내 몸에 집중하며 보내는 게 참 좋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어느새 밤.

챙겨보는 티비 프로그램을 보거나,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를 보거나

망나니처럼 그저 하고 싶은 걸 한다. 

뭘 해도 상관없는,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낸 나를 위한 시간!

그러다 보면 12시에서 1시 사이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그렇게 잠이 든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굉장히 철저하게 사는 사람 같지만

중간중간 쓸데없는 생각에 매몰될 때도 있고, 불안감에 가슴이 떨릴 때도 있고,

근거 없는 자신감에 휘말릴 때도 있다.

하지만 늘 그 끝에는 똑같은 결론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 이 소중한 순간이 나의 삶을 99.9% 채우고 있고,

이 난잡한 생각들은 겨우 0.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그러니 99.9%를 충분히 음미하고 누리고 즐거워하며 살자고 말이다.


가볍게 설레고 가볍게 두려운 날들

그렇게 켜켜이 쌓일 경험의 나이테

오늘도 난 즐겁다를 외치고 싶다!

즐거워!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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