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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름 Jul 14. 2018

“마음에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공허하다면”

당신은 조건적 사랑에 놀아나고 있다 - 1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느낌은 내면이 보내는 구조 요청이다. 인생을 수렁에서 건져내 달라는 무언의 신호다. 사람들은 무의미하다는 느낌을 메우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연인을 갈아치우고, 맛있는 것을 먹고, 쇼핑을 하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지만 대체로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건 오래돼 눅눅해진 케이크 시트 위에 끊임없이 새로운 생크림을 발라 위장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이 무의미함은 ‘진짜 나’에 대한 느낌이다. 모든 게 의미 없다고 느끼는 건, 원하는 것이 모두 다 이뤄져도 자신이 어떻게 느낄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존재 자체가 가치 없다는 느낌 말이다. 모든 조건들이 껍데기이며 가짜라는 걸 내가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 진짜 나는 무엇인가? 내 외모, 내 조건, 내 수입, 내 성적, 내 학벌…. 그것들이 진짜 내가 아니라면 대체 나는 무엇인가? 역시나 그것들을 제외한 ‘보잘것없는 무엇’을 진짜 나라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내면의 무의미함과 싸우고 있다면,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연인을 갈아치우고, 새 옷으로 치장하고, 직업을 바꿔봤자 내면의 느낌은 그대로 유지된다. 내면의 느낌은 외부의 조건에 따라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면의 느낌, 곧 감정은 오로지 내면과 소통할 때만 바뀔 수 있다.    


  무의미하다는 느낌은 마음에 뚫린 구멍을 상징한다. 당연히 밑 빠진 독에 무언가를 끊임없이 채워 넣는 것보다는 마음에 난 구멍을 메우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이것은 곧 자기사랑의 문제와 연결된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는가? 내가 좋게 느꼈던 나의 일부분, 모든 조건을 벗어던진 나는 어떤 느낌인가? 괴물? 천사? 이도 저도 아닌 무엇?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괴롭다면, 타인의 인정을 의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로지 내 욕망만 있다면 ‘무언가를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하고 싶다’고 느낄 것이다. 어떤 일을 해야만 한다는 부담감이나 저항감은 외부의 평가를 의식할 때 주로 드는 생각이다.   



  이렇게 원치 않는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고 자신을 몰아붙일 때, 우리의 솔직한 감정은 뒤로 밀려난다. 가장 먼저 보호받아야 할 것이 우리의 솔직한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감정은 항상 제일 뒤에 고려된다. 하고 싶지 않은데 해야만 한다고 자신을 몰아붙이고 학대하는 일은 아주 흔하다. 사회적인 동물로 태어난 이상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는 상황보다는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해야 하는 일을 앞두고 타인의 평가를 먼저 고려한다면 자신을 조건적으로 대하고 있는 것이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타인이 ‘당신은 가치 없다’는 평가를 내리리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우선순위를 박탈당하고 뒤로 밀려난 솔직한 감정은 항상 억압되며, 우리 자신이 가장 먼저 보호받아야 할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을 잊게 만든다. 우리 자신보다 중요한 것들이 세상에 널려 있는 것만 같다. 지금 내 기분이 좋지 않아도 먹고살려면 일해야 하고, 다른 사람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고, 겉으로 내색을 하면 안 된다. 우리는 모든 상황에서 내 감정보다는 다른 것을 더 중시하고 있다.   



  자기사랑은 살다보면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 주제다. 나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라는 조언도 흔하다. 그런 말을 듣다 보면 정말 제대로 나 자신에게 사랑을 못 해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자기사랑의 필요성을 느끼고 야심차게 스스로에게 사랑을 고백했더라도 효과는 그리 높지 않았을 것이다. 살아오는 내내 나 자신을 끊임없이 조건적 사랑에 내던져놓고, 더 잘하라고 채찍을 쳐놓고는 뜬금없이 사랑한다니. 마음이 그 말을 들을 리가 없다.   


  저항하는 내면의 나, 사랑한다는 말을 믿을 생각이 없는 내면의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반복해서 말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사랑한다는 거짓 고백으로 수면 위에 돌을 던지기 전에 먼저 내면의 호수 안으로 깊이 뛰어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묻어두었던, 고통스러운 자기인식을 직면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 그런 후에야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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