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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름 Jun 23. 2018

결코 승리할 수 없는 질문
“내가 왜 좋아?”

<그럼에도, 나를 사랑한다> 4화

  장점을 찾아서 사랑해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사실이 와 닿지 않는다면 이렇게 생각해보라. 연인에게 “내가 왜 좋아?”라고 묻는다. 곰곰이 생각하던 연인이 말한다.    

  

  “얼굴이 예뻐서 좋아.”    

    

  그 순간 기분이 언짢아진다. 분명 나쁜 말은 아닌데 기분이 그다지 좋지는 않다. ‘내가 예뻐서 좋다고? 지금 내 얼굴 때문에 나랑 사귄단 말이야? 내가 이 얼굴이 아니었으면 나랑 안 만났겠네?’ 그렇다면 “넌 착해서 좋아.”라는 대답은 어떤가? ‘뭐? 그 좋은 이유 다 놔두고 내가 착해서 좋다고? 호구같이 다 받아줘서 좋다는 뜻인가?’   


  사실 애초에 내가 왜 좋으냐고 묻는 건 별로 현명한 질문이 아니다. 원하는 대답을 들을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묻는 사람조차 자신이 무슨 대답을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무슨 말을 들으면 마음이 흡족할 것 같은가? “예뻐서”나 “착해서”가 그다지 탐탁지 않다면 “예쁘기도 하고, 성격도 착하고, 성실하고, 돈도 많고, 나한테 잘해주고, 능력 있고….” 등의 수십 가지 이유를 상대가 조목조목 대면 어떨 것 같은가? 이런 대답을 듣는 경우 기분이 알 수 없이 찝찝해지는데 도무지 우리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대체로는 이런 느낌 때문이다.   

  

  ‘뭐야, 결국에는 이런저런 조건들이 좋아서 날 만난다는 뜻이네? 참 나!’   

   

  우리는 도대체 무슨 말이 듣고 싶어서 이 질문을 던지는 걸까? 재미있는 건 아예 “그냥 좋아.”라는 대답조차도 흡족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막상 이유 없이 그냥 좋다고 말하면 “아 성의 있게 대답 안 해?”라는 불만이 올라오는 것이다. 장점을 콕 집어서 좋아한다고 말해도 싫고, 그냥 좋다는 말도 싫으면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애초에 어떤 대답을 들어도 승리할 수 없는 질문이다. 장점에 중점을 둔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연인은 상대의 내면을 볼 수 없고 눈에 보이는 장점만을 이유로 들어 대답할 수밖에 없다. “성격이 개차반 같아서 좋아.”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네 안의 영혼이 반짝반짝 빛나서 좋아.”라는 대답을 들으면 목마름이 해소될 것 같은가? 그렇지도 않다. ‘도대체 무슨 소리야? 자기가 내 영혼을 어떻게 안다고?’ 그러니 우리는 이 승리할 수 없는 질문을 그만두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만 한다.   


  장점을 찾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느끼고, 장점을 찾을 때 기분이 좋아진다면 계속해도 좋다. 하지만 기분이 좋지 않다면 자기의 부족한 부분을 억누르고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사랑받을 만하지 않다고 여기는 성격이나 기질은 그대로 남겨두고 장점만 찬양해봤자 자신에 대한 인식은 달라지지 않는다.   


  장점 찾기보다 중요한 것은 장점이 보일 때도, 단점이 보일 때도 나 자신을 사랑하겠다고 끊임없이 다짐하는 일이다. 때로는 결점이 보이고, 뭔가에 처참히 실패했을 때도, 스스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한심하게 굴었을 때도 나 자신을 사랑하겠다고 말해주는 일이다. 내 기분을 좋게 해주는 장점이 넘쳐날 때만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이 한심해 보일 때도 나 자신은 나를 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일이다.   


  덧없이 변하는 것들, 외모처럼 언제든 모양을 바꿀 수 있는 것들, 결국에는 남들이 좋게 평가할 부분들만을 붙들고 힘들게 나를 사랑해왔다면 그것이 위태로운 사랑이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가시적인 것들, 장점들만을 근거로 사랑하는 습관에서 벗어나자고 다짐해야 한다. 결국에는 외적인 부분도, 내적인 부분도, 내가 자랑하고 싶은 부분도, 숨기고 싶은 부분도 사랑할 수 있어야 그것이 진정한 자기사랑이고 통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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