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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Jul 19. 2020

떠나고 싶을 때, 갈 곳이 있다는 것.

산은 목표를 향해서 올라가는 매력이 있어서 좋고, 바다는 목표를 잠시 내려놓고, 자신을 돌이켜볼 수 있는 매력이 있어서 좋다고 했다.



어제는 그런 날이었다. 하던 일이 전부 재미가 없고, 때려치우고 싶었다.


지쳤다는 표현이 맞을까. 그냥 하기가 싫었다. 아무나에게 전화해서 계속 칭얼대고 싶었다.

하지만, 매일 징징대는 사람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친구 한 명과 절교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그 친구와 만날 때마다 계속 불평불만만 하고 칭얼대는 것이다.



나는 서울에서 20년 동안 살았고 지방에서 약 10년 정도 살았다. 현재는 바닷가 근처 지방에서 살고 있다.  남해가 가깝다. 마음만 먹으면 1시간 이내에 바다를 볼 수 있다.



근처에 바다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요새는 바닷가 근처 카페들도 많아서 혼자 노트북 들고 가도 괜찮다.(개인 카페보다 체인점을 가야겠지만)



어제는 그런 날이었다. 쓰던 글들을 다 지우개로 지우거나 갈기갈기 찢고, 아이패드로 그리는 그림은 다 지우고 싶은 그런 날이었다.(아이패드를 버리지는 못한다)


무작정 바다로 갔다. 괜히 그런 날이면 바다에 가고 싶다. 사실 바다를 본다고 해서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바다에 가면 괜스레 차분해진다. 바다를 차분히 바라보고 있으면 내 안에 난리 치던 고민들도 어느새 차분해진다. 그래서 바다가 좋다.


도시에 살면 바다에 가기 쉽지 않다. 서울에서는 마음먹고 인천까지 가야 하고, 인천을 간다 한들 도시 느낌이 물씬 풍겨서 시골 바다의 느낌이 없다.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한 느낌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산은 목표를 향해서 올라가는 매력이 있어서 좋고, 바다는 목표를 잠시 내려놓고 자신을 돌이켜볼 수 있는 매력이 있어서 좋다고 했다.


나는 머리가 복잡해질 때면 바다로 간다. 못 간다면 호수라도 간다. 어찌 됐건 물이 있는 곳으로 간다. 물은 멍 때리기 좋기 때문이다. 멍하니 보고 있기에 '물'만 한 것이 없다.



 머리가 복잡하고, 이때까지 하던 것들이 아무 의미 없어 보일 때는 과감하게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공간을 바꿔야 한다. 그 장소에 계속 있으면 더 나락으로 빠진다. 억지로라도 환경을 바꿔줘야 한다. 하지만, 매일 바다나 산을 갈 수는 없다. 그래서 작고 예쁜 나만의 카페라도 찾아야 한다. 왠지 마음이 끌리는 곳,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는 곳.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는 곳. 그런 곳으로 가야 한다. 서점도 좋다.



 지진이나 화재가 나면 대피소가 있듯이, 나도 나만의 피난처를 만들어놔야 한다. 그래야 재난상황이 터졌을 때 당황하지 않는다. 인생에서 쓸데없는 실수를 할 확률이 떨어진다.  떠나고 싶을 때 갈 곳이 있는 것은 삶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오늘 한 번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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