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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Jun 05. 2021

지금 행복해지기 위해 목표와 꿈을 버리기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우리 머릿속에 세뇌되는 것들이 있다. 꿈을 가지고 살아라. 목표를 가지고 살아라. 너는 네가 꿈꾸는 대로 된다. 그렇게 수능을 준비하고, 대학에 진학한다. 여기서 목표한 대로 대학을 가지 못하면 1차적으로 문제가 생긴다. ‘엇, 꿈꾼 대로 안되네.... 꿈꾸는 대로 된다고 들었는데.... 뭐지..?’ 시간이 지나고 취직을 준비한다. 취직을 위해서 대학교 때 남들 놀 때 놀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다. 목표는 대기업, 공무원, 전문직이다. 목표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자격증을 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곳을 못 갈 확률이 높다. 불가능하다는 말이 아니고 확률상 100명 중에 10명밖에 합격하지 못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취직 과정에서도 좌절감을 느끼고, ‘나는 뭘 해도 안되네’라는 뿌리 깊은 열등의식이 자리 잡는다.


이 정도 되면, 꼭 꿈을 꾸고, 목표를 가지는 것이 맞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의 조언이나 책에서 나오는 내용이 진리인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사실, 유년시절부터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그리고,  서울대를 가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게 나는 아니다. 의심이 든다. 꿈을 꾸고 목표를 가지고 사는 것이 올바른 라이프스타일인지.. 지금의 행복을 유예하고, 그저 남들이 정한 성공을 위해 오늘을 희생해야 하는 게 맞는 것인지. 그놈의 마시멜로 이야기가 진리인 것인지. 즉, 꼭 마시멜로는 나중에 먹는 것이 정답인지 스스로 고민해보기 시작한다. 누구는 마시멜로를 나중에 먹을 수도 있고, 누구는 지금 먹을 수도 있는데 우리는 지금 마시멜로를 먹는 아이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아버지가 항상 하는 말씀이 있다. ‘꿈을 가지고 살아라, 너는 결국 네가 꿈꾸는 대로 된다’ 그런데 그 꿈은 항상 대단한 것이어야 했다. 전문직이 되든, 남들에게 존경을 받는 삶이 되든, 돈을 많이 벌든.. 그림 그리는 것과 글 쓰는 것이 좋아 작가나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다고 하면, ‘그것들은 취미로 할 수 있잖니’라면서 다시 한번 멋있는 꿈을 말해보라며 다그친다. 어쩌면 정답은 정해져 있는데 너는 말만 하라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마치 이것은 초등학생들에게 ‘너의 꿈은 뭐니?’라고 물은 후, 의사나 변호사 말이 나오면 환하게 웃어주고, 힘들고 돈도 많이 못 버는 직업을 말할 때는 실망스러운 눈빛을 보내는 것과 같다. 확실히 부모님이 생각하는 성공은 클래식하다. 한정적이고, 경쟁해야 하고, 모두가 다 이룰 수도 없다.


물론, 고등학교 때 목표한 대로 서울대에 가고, 대학교를 다니면서 행정고시나 회계사, 변리사 등 전문직이 된 사람도 있다. 즉, 목표한 대로 다 이룬 사람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되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되지 못한다. 애초에 타고난 기질도 다르고, 주변의 환경도 다르다. 그런데 너무 똑같은 길만을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 중요한 것은 목표한 대로 다 이룬 사람도 매일매일이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목표를 이룬 다음 날도 인생은 계속되고, 엔트로피의 연속이다. 컨트롤할 수 없는 것들이 가득하다. 좌절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고,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생기게 마련이다. 신이 아닌 인간이기 때문이다. 비극은 여기서 시작된다. 나는 그들과 다른데, 그들과 똑같아지고 싶어 한다. 목표를 가지고 사는 것이 정답이라 생각하고, ‘최선 말고 차선을 선택해도 좋다’라는 말은 농땡이 부리는 사람들, 실패한 사람들의 변명같이 들린다.


되려 목표만 거창하게 만들어놓고 하루하루를 허술하게 보내는 사람이 많다. 쉽게 말해 겉멋만 든 것이다. 내 친구 중에도 로스쿨을 예찬하고 본인도 언젠가는 로스쿨에 가겠다고 말하는 친구가 있다. 매일 로스쿨의 좋은 점, 변호사 연봉에 대해서 떠들지만 결국 하루에 공부는 두세 시간밖에 안 한다. 인터넷에 들어가서 변호사 후기, 로스쿨 후기만 주야장천 읽고 있다. 목표를 세우고 살아가고 있지만 목표 때문에 하루를 허투루 살고 있는 경우다. 솔직하게 말해 ‘사실 내가 원하는 길은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하지만, 주변의 눈치도 보이고, 딱히 할 것도 없으니 매일 허술한 하루를 반복하는 것이다.


나도 목표를 가지고 사는 삶이 좋다고 생각한다. 목표가 생기면 몰입하게 된다. 하나에 집중하는 삶은 생기가 넘친다. 대신, 그 목표는 자신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남들에게서 도출된 목표나 꿈은 결코 이뤄질 수도 없고, 이룬다고 해서 행복하지도 않을 것이다. 되려 공허해질 것이다. 자신이 생각한 것과 너무 다른 인생이 펼쳐질 수도 있다. 대기업에 들어가서 1년 내 퇴사 비율을 보면 알 수 있다. 어쩌면 목표를 가지고 사는 것이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


유재석 씨 또한 목표를 가지고 살지 않는 사람 중에 한 명이다. 그는 딱히 목표를 세우고 살기보다는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렇게 성공하는 것 보니, 목표만 잡고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내는 것보다 목표가 없더라도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사는 것도 정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목표를 없애고, 꿈을 꾸지 말자. 대신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고, 꽉 채워 살아보자. 본인도 거창한 목표만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는 날이 많았다. 반대로, 목표에 얽매이기보다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할 때 만족감은 높았고, 자존감은 올라갔다. 즉, 생각만 하면서 이것 할까, 저것 할까 고민하는 시간보다, 밖에 나가서 뛰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시간이 나에게는 더 큰 만족감을 줬다.


있지도 않을 먼 미래에 행복을 찾기보다 오늘 이 자리를 행복한 곳으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하다. 남들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오늘 하루를 버리기에는 인생이 짧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단박에 결정 나는 것은 잘 없고, 조금 뒤처진다고 해서 경기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자기만의 속도로 가되,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야 한다. 목표를 이룬 다음날도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그 삶이 공허하다면 목표를 이루는 것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아마 이런 사람들은 또 다른 목표를 세워버리고 거기에 매진할 것이다. 그럼 오늘 하루는 또 날아간다. 지금 이 순간도 나에게 소중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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