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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마귀의밥 Feb 03. 2024

순조로운 하루를 향하여

세상은 여러가지들로 뒤엉켜있다. 사람들, 과거 현재 미래, 사상들, 여러가지 욕망과 찬란함, 신성스러움, 미와 추, 선과 악.. 이런식으로 이름붙일수 있는 다양한 것들로 뒤엉켜있고 모두가 이 복잡다양한 거대한 세상에서 길을 잃고 헤멘적 있거나 헤메고 있거나 길을 잃었다는 사실같은건 생각하지 않고 살다가 어느날 떠나간다.

나의 삶은 어느덧 아마도 생의 중간즈음 와있다. 거대한 세상의 난류에 떠내려가며 표류하다가 이제서야 소용돌이치던 폭류에서 벗어나 약간 잔잔해진 흐름에 정신이 차려지는것도 같다. 표류가 끝났다는건 아니다. 여전히 감정이 오락가락하고 뒤엉킨 세상과 마찬가지로 내면의 뒤엉킴과 복잡함들을 풀어내지 못했다. 그렇게 흘러가는 세상과 사회마냥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는걸 간신히 인지한 정도다.

아까 저녁에 술을 마시며 대학생때 생각을했다. 나중에 누군가를 새로 알게되어서 나보고 대학은 어디나왔냐고 묻는다면 난 대학안나오고 바로 군대생활만 했다고 답변할것이다. 대학을 한번 다녀보고 싶다고 말할것같다. 아까 어느 작가님 글에서 과거의 어릴적 자기가쓴 글을 볼때 오글거린다는 표현을 보았는데 나의 대학생활은 실험적인 성격이 강해서 오글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닭살이돋고 소름끼치는 정도라서 없던걸로 하기로 여러번 생각했다. 진짜고 어느날 빨리 관심분야 야간대라도 입학해서 누군가 물어봤을때 들려줄수있는 다소 정상적인 대학생활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단 생각을 몇번이나 했다. 4년간 짝사랑해서 졸업할때까지 연애한번 못해본 일이나, 전공시험에서 0점받고 F받은일이나, 대학로에 연극보러갔다가 주인공배우한테 매료되어 친해지고 결국 가만히 서있으면 되는줄알고 꾸어온 나무토막같으면서 또다른배역이었던 '벽'과 함께 '달빛'으로 연극조연에 참여했던일이나, 세상은 너무크고 나란존재는 너무나 미미하고 어디로 향해야할지 몰랐던 막막한 심정, 심리적 방황과 진지했지만 너무나 어설펐던 시간들.. 폭류에 떠내려가던 느낌같은건 기회가오면 다소 정상적인 평범한 느낌으로 다시 색칠하고 싶은것이다.


학창시절 부친이 사업에서 실패하시고 집안형편은 어려웠지만 스물한살때 견문을 넓혀보고싶어 학교공모전에 응모해 서유럽에 다녀왔을때 약간의 소득이 있긴했다. 대영박물관은 각국의 유물들로 짬뽕처럼 섞여있었고 한국코너엔 '석탄캐서 산업부흥 이룩하자'라 쓰인 70년대 포스터가 걸려있었다. 50년전이지만 영국은 한국을 그정도로 보나보다 싶었는데 어찌보면 1970년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볼수도있다는 생각이들었다. 차들 많아지고 빌딩좀 늘어났다고 사회가 발전했다 볼수없고 오히려 인정이 각박해지고 행복지수는 낮아지고 삶의 의미를 찾아 열심히 노력하는 삶보다는 퇴폐자본주의나 이념이나 쾌락과 증오에 예전보다 더많이 물들어 2020년대를 살고있는건 아닐까? 지금도 그런 생각이든다. 유명한 미술관에서 인상적이었던건 일상을 그림으로 표현한 미술가들이 있었단 사실, 런던이나 파리의 거리에선 음악을 연주하는등 서울보다 좀더 문화가 살아있고 활발하단 느낌, 낙후된줄 알았던 이슬람문화가 이슬람800년 고도였던 스페인 그라나다 알함브라궁전에 갔더니 놀랄만큼 정교하고 예술적이고 아름다웠단 사실, 알프스에서 별이 초롱초롱 예쁘긴하였지만 여름밤이라도 엄청나게 추웠던일, 역에서 풍찬노숙하는 20대 배낭여행자들이 한국과 다르게 엄청나게 많다는사실 등. (그러나 이런건 나중에 얘기할기회가오더라도 정확한 시기를 말하지않고 다녀왔다정도만 얘기할것같다. 어서 수년내로 대학경력을 세탁해야 할)


야간대학을 다니게된다면 보들레르 악의꽃같은 책을 자주읽고 학생때 매료되었던 클래식음악들, 특히 바이올린이나 차이코프스키 비발디 베토벤 등,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종종 보러가고싶고 -

윤동주의 서시에서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것을 사랑해야지' 이렇게 좀더 착한마음으로,

포용력의 극과 극을 오가는 이중인격환자같은 상태에서 벗어나서 다소 참기어려운 세상과 타인의 공격이나 부조리가 다가와도 좀더 여유있고 따뜻한 시선으로 넘기고,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생계를 너무 무시하지말고 적당히 살림할 용돈정도는 벌어서 생활할수 있는 적성에 맞는 학과를 찾아보는거다.

내가 어부라면 오징어심리학과 내가 목장이있다면 우유학과  고딩때 늘 10점이나 20점대였던 프랑스어문학과 같은것도 좋을것같다.

시민기자같은건 열받아서 하면 안될것같다. 정치 현실얘기가 나오면 독기가 나오고 진정이 안돼서 이런걸 직업으로 했다간 생활이 증오의 불꽃속에 타오를것같다.

별똥별 찾아다니는 학과는 없을까? 문학책이랑 과학책만 정리하는 도서관 사서학과 같은건 없을까?

아무튼 너무 멀지않은 미래에  좀더 감정이 순화되고 아리아도 듣고 영화 연극도 보고 보들레르 악의꽃과 윤동주 서시를 음미하며 별똥별 숫자도 세어보고 바이올린 연주자 음악회끝날때까지 기다렸다가 싸인도 받아오고 대통령탄핵 탄원서나 진정서같은건 가끔씩만 올리고 촛불은 가끔씩들고 대략이렇게 좀더 평이한 생활을 그려본다. 밤이늦어서 이만 자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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