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세바시에 출연하셨다고요??”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약간 주저한다. 당혹스러운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지만 속으론 늘 같은 생각이 든다. ‘내가 그런 감탄을 받아도 되나?’
스피치 울렁증이 있다. 여러 사람 앞에만 서면 모기 목소리가 나오고, 손과 다리까지 떨린다. 입안은 바짝 마르고, 준비한 말은 머릿속에서 하얗게 사라진다.
이런 내가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 앞에 서는 걸 좋아한다. 기질적으로 외향적인 편이다. 무대에 서서 사람들을 이끌고, 생각을 나누는 순간이 좋다.
하지만 말이 따라주지 않으니 그 간극이 콤플렉스가 되었다.
유튜브에서 “스피치 잘하는 법”을 찾아보고, 책도 읽었다. 다음날 회사에서 작은 회의라도 있는 날이면, 전날 밤 시나리오를 써서 말할 내용을 통째로 외웠다. 떨리는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철저한 준비로 나를 숨겼다.
문제는 팀장이 되면서 시작됐다. 회의를 이끌고 조직을 대표해 말해야 했다. 더 이상 외워서 버티는 방식은 통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는 절벽 앞에 선 기분이었다.
그때 우연히 세바시 대학의 스피치 수업을 보게 됐다. 수강 신청 버튼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이걸 듣는다고 뭐가 달라질까.’
그 순간 ‘자전거는 페달을 굴려야 앞으로 나아간다.’는 생각이 스쳤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자전거는 넘어진다. 두렵더라도 최소한 페달은 굴려야 한다.
피하지 않았다. 버튼을 눌렀다.
수업은 생각보다 훨씬 고통스러웠다. 매주 과제가 주어졌고 스피치 영상을 촬영해 올려야 했다. 떨리는 목소리, 흔들리는 시선, 어색한 몸짓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열 번 넘게 찍고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업로드하면, 여지없이 ‘시선이 흔들려요.’, ‘조금 더 천천히 말해보세요.’ 등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을 보며 영상을 지우고 싶었지만 부끄러워도 그게 현재의 나임을 인정했다.
다행히 느리지만 변화가 쌓였다. 말의 속도, 호흡이 자연스러워졌고, 눈을 마주치는 시간이 늘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세바시 무대에 설 기회를 얻었다.
무대에 오르기 직전, 손이 다시 떨렸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우황청심환을 먹었다.) 첫 문장을 꺼낼 때까지도 긴장은 사라지지 않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끝까지 잘 마쳤다. 마지막 인사를 하고 무대를 내려왔을 때 ‘아, 여기까지 왔구나. 내가 정말 여기까지 왔어.’라는 생각에 가슴 벅찼다.
한 번의 경험으로 스피치 울렁증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하지만 말 앞에서 도망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그 이후로 회의실, 강의실, 사람들 앞에서 조금씩 당당해지는 시간이 늘어갔다.
얼마 전, 직원 50명 앞에서 발표를 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나 지금 안 떨고 있네.’
콤플렉스는 준비가 끝나서 사라진 게 아니다.
두려운 상태 그대로 페달을 굴리며 방향을 바꾼 것이다.
자전거는 여전히 넘어질 수 있지만
이제 난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