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넘어섬 10화

뒷담화

정말 "멀쩡한 어른이 되긴 글렀을"까?

by wordsfromulsan

인간 군상을 들여다보면 특이해서 눈에 띄는 사람들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그 사람들의 모습이 타인의 기분을 좋게 하건 나쁘게 하건 인간 군상 속 독특한 사람의 수는 총량의 법칙을 반드시 지킨다. 내가 다니는 직장에도 그런 독특한 사람들이 두 분정도 계신다. 물론 안타깝게도 그분들은 긍정적인 쪽보다는 부정적인 쪽에 가깝다. 나이대는 대략 5~60대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요즘 그분들을 바라보면 어떤 어른이 좋은 어른인지, 혹여 내가 기준을 잘못 세워 그들을 포용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오늘은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한 분은 여성 부장님이다. 이 부장님은 소통에 있어 의견이나 말보다 감정이 앞선다. 대체로 항상 화가 많이 나있거나 흥분된 텐션을 유지하며 부하 직원들, 타 부서 직원들에게 공격적으로 접근한다. 그러다 보니 대화를 하거나 회의를 해도 듣는 입장에선 무슨 말인지 모를 때가 많고 부장님은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경우도 많다. 감정이 먼저 급하게 튀어나온 뒤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하려다 보니 이 부장님과 소통이 잘 된다고 느끼는 분들은 거의 없다시피 한다. 사실 말만 이렇게 하고 텐션만 거칠다고 하면 적당히 하고 넘어갈 수도 있을 법한데 그 태도로부터 오는 거친 표현들은 타인을 기분 나쁘게 하기 딱 좋다. 그분이 골라서 사용하는 단어들은 오직 타인의 마음을 아프게 찌르기 위해 사용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날카로운 표현들을 고르고 골라 내뱉는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 함께하는 이들은 모두 그 사람을 싫어한다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다. 틈만 나면 뒤에서 그녀를 욕하기 바쁘다.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사실 어떤 시점에선 그녀는 절박해 보이기도 한다. 그녀는 직급이 직급인 만큼 누구보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해 보인다. 본인의 빈틈이나 실수가 드러나면 다른 직원들이 본인을 부장의 직급에 걸맞지 않은 사람이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 게 싶다. 특히 우리 회사는 제조업인지라 공장과 현장에 밀접한데 거기서 느끼는 콤플렉스도 있어 보인다. 이전에 어떤 일을 했는진 몰라도 그녀는 현장과는 거리가 먼 일들을 해온 것으로 보이고, 사무적인 영역과 현장의 영역 사이에서 가운데에 있지 못한 채 한쪽으로만 치우쳐 있는 본인의 포지션이 많이 신경 쓰이는 듯하다. 하지만 그런 부족한 부분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가혹하게 만들었으며 그게 결국 남들이 보기에도 초조해 보이는 모습으로 드러나게 된 게 아닐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표현과 태도가 합리화되진 않는다. 이유야 어찌 됐건 그녀는 여전히 부하 직원들에게 막말을 쏟아내며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자신의 실수를 가리기 위해 다른 부하 직원에게 떠 넘기거나 덮어 씌우기도 하고 자신의 팀원들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다른 부서에 일들을 넘기기도 한다. 그녀는 그런 추한 방식으로 자신의 초조한 마음을 달래고 있다.

또 다른 사람은 남성 부장님이다. 쓰고 보니 부장님들이 문제다. 여하튼 이 부장님은 타인의 말을 듣는 방법에 대하여 연습이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안 그래도 기본적으로 박찬호 선수처럼 말이 엄청 많은 편인데 남들의 얘기는 전혀 듣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업무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도 언제나 본인의 방식이 옳다고 생각한다. 위에서든 아래에서든 무언가 잘못되었거나 방향성이 다른 게 아니냐고 해도 그는 항상 본인만이 옳다. 그러니 서로 답답하다. 소통이 전혀 되지 않고 혼자 동 떨어져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니 프로젝트의 진행 속도는 더뎌질 수밖에 없고 다른 사람들이 피해받기는 부지기수다. 그래서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단호하게 "이건 이런 이유로 올바른 방향이 아니니 이것 말고 다른 방법으로 해야 해요."라는 의견을 전달한 적도 있지만 실제로 돌아온 말은 "너네는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내가 맞아."였다. 이렇게 꽉 막혔다.

이 분은 아마 너무 오랜 시간 이렇게 살아와서 본인의 태도를 고칠 시기를 놓친 게 아닐까 싶다. 세 살 버릇이 여든 간다고 본인이 이런 태도를 관철해 살아오는 동안 남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을 것이고 그래서 고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비슷한 맥락으로 대화를 하는 동안 타인의 이야기에 대해 생각하고 답하는 게 아니라 어떤 얘기를 하던 상관없이 본인이 다음에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지를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화 속에 사람은 없어지고 일방적인 의견으로 쌓인 벽 하나만 세워지고 있으니 서로 답답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분들을 보면 고민이 많아진다. 나도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데 혹여나 나도 저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닐까? 저들을 무조건 반면교사로만 삼기에는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도 있는 게 아닐까? 내가 저들을 너무 넘겨짚고 있는 건 아닐까? 등등의 고민들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당연히 내가 앞서 언급했던 안 좋은 부분들은 배우지 않을 것이고 내가 피해받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흡수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그들을 보면 내가 정말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사라지지 않는다. 서른이 넘었는데도 아직 나는 스스로가 아이 같은데 저 나이가 됐을 땐 내가 꿈꾸던 인자하고 소통도 잘 되는 어른이 되어 있을지 확신이 안 선다. 참. 저렇게 되면 안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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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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