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는 당신의 디폴트 값이자 프리셋이 되었다.
당신의 고향은 어디인가? 당신의 성별은 무엇인가? 당신의 정치 성향은 어떠한가? 당신의 직업은 무엇인가? 당신의 MBTI는 무엇인가? 당신은 얼마만큼의 사랑을 갖고 있는가? 이 질문들의 공통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이것들 뿐만 아니라 더 많이 떠올릴 수 있을 질문들의 공통점은 요즘 우리 사회 속에서 당신을 판단하는 참혹하게 잔인한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이 굉장히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질문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당신의 답이 정답이 될 수 있는 여부와 상관없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예측 불가능한 공격에 방어할 준비를 해야 한다. 당신이 어떤 논리를 가지고 있건, 어떤 방향의 견해를 갖고 있건, 어떤 답변이건, 심지어 당신을 처음 봤다고 해도 그들은 당신을 판단하고 공격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 시대에 살고 있다. 고도로 발전된 사회는 우리에게 고귀하고 아름다운 혐오의 시대를 선물했다.
유튜브와 SNS가 발달할수록 셀프 바이럴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미디어 컨텐츠가 티비가 아닌 다른 플랫폼에 올라온다. 덕분에 우리는 대부분의 컨텐츠를 손쉽게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즐거움을 위해 제작된다. 그냥 즐겁고 재밌자고 만든 컨텐츠다. 댓글은 어떤 부분이 재밌었는지 소회를 나누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작동하고 있는가? 아니다. 어떻게든 물어뜯을 구석을 찾아서는 제작자를 도덕적으로 비난하기 일쑤다. 그러고 나선 본인은 사회적으로 더욱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느낀다. 무론 이런 이들이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그들은 또 그들을 비난하고는 그들보다 더더욱 우월하다고 느낀다. 감상과 소회는 없고 혐오와 자아도취만이 남아 우리의 사회를 갉아먹는 현상을 매일같이 지켜볼 수 있다.
심지어 여기서 더욱 소름 돋는 부분은 이런 일이 현실에선 벌이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서로 얼굴 보고 일상적으로 대화하던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돌변한다. 익명성에 숨어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실명이 드러나는 공간에서 행동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즉 우리 주변의 대다수가 어쩌면 혐오 가득한 의견을 가진채 살아간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인터넷을 보지 않고 SNS를 하지 않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 당장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나에 대해 어떤 기준과 사상으로 어떻게 예단하고 있을지 모른 지 않는가. 물론 과거에도 이런 일은 분명히 있었지만 이제는 이 모든 것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고 사회적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모든 말과 행동을 조심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우리는 정치적 성향을 발설해선 안 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구성원들은 서로 다른 정치인과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걸 입 밖으로 내선 안된다. 절대 안된다.
우리는 이성 간의 당연한 차이에 대해서도 언급해선 안된다. 근본적으로 남성과 여성은 서로 다르게 태어난다. 신체적으로 서로 다르게 태어나고 그로 인한 호르몬 분비도 서로 다르니 당연히 사고방식도 충분히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언어로 만들어내어 대화 속에 심어선 안 된다. 절대 안된다.
당신의 직업과 수익에 대해서 대화할 때도 굉장히 많은 계산을 통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직업이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 있다면 귀천은 없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심지어 수익은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한들 당신의 가치를 단정 지을 숫자가 된다. 당신의 인덕이나 사랑의 방식과는 상관없이 딱 그 숫자만큼의 사람이 될 것이다.
특정 국가를 좋아한다고 할 때도 생각을 한번 더 해보고 내뱉을 필요가 있다. 아름다운 여행의 추억이나 해당 국가의 문화와 예술이 좋다고 한들 특정 국가는 당신의 정치 성향을 국한 지어 버릴 것이다. 특히 요즘 지도자의 야욕과 패권국이 되기 위한 공격적인 정책을 펼치는 어느 국가는 당신이 좋아하면 안 되는 국가가 되어있다.
자, 그럼 여기까지 읽었을 때 당신은 공감할 수 있는가. 사실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길 바란다. 어쩌면 공감되면 안 되는 글이기를 바라기도 한다. 나 또한 사람이 연을 맺고 알아갈 때는 서로의 사이에 사람만이 있길 바란다. 모두가 나와 잘 맞을 순 없겠지만 그래도 안 맞는 이유 또한 사람으로부터 나왔으면 한다. 하지만 요즘 사회를 지켜볼수록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고 불필요한 요소들이 끼어들어 서로를 판단하고 있다. 갈라 치기. 없다고 하고 싶지만 그렇지 않아 너무 슬프고 안타깝다. 더욱 가슴 아픈 건 나 또한 그렇다는 것이다. 이들을 비판적으로 쓴 나 조차도 이런 성향이 아예 없다고 할 수 없다. 부끄럽다.
생각과 사상은 마치 잡초의 씨앗과 같다고 생각한다. 한 번 심어지면 이는 아무리 뽑아도 다시 자라나고 신경 쓰지 않는다면 어느새 자신의 범위를 굉장히 넓게 퍼뜨린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나무와 꽃을 가꾸기에도 바쁜 나머지 잡초의 존재를 자주 잊고는 한다. 자신의 마음속 정원을 어떻게 가꾸는 가는 각자의 자유지만 내가 정리하지 않은 잡초가 타인의 정원에도 퍼질 수 있다는 것은 절대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