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드id Jan 25. 2019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연습

'당신의 의미 부여가 만든 아름다운 꽃'

 

인정하기 싫지만 지나온 인생을 찬찬히 돌이켜보면 매 순간이 후회투성이였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아득한 과거를 떠올리며 회한에 잠기고, 안타까웠던 순간이 뜬금없이 떠올라 머리를 쥐어뜯기도 하죠.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이라는 허무맹랑한 생각에 빠질 때도 있고요. 똑같은 상황에서 다시 한번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과거보다 현명한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착각 때문일 것입니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인간은 후회로 점철된 동물이라는 사실을 그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요?   


  <트라이앵글>이라는 제목의 미스터리 영화를 봤습니다. '트라이앵글'은 '버뮤다 삼각지대'를 의미하고, 이곳에서 벌어지는 타임 루프를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는 끊임없이 자신의 과거를 바꾸기 위해 몸부림치는 한 여자의 처절한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줍니다. 결국 되돌릴 수 없는 과거에 대한 집착은 자신을 죽이는 장면에서 절정에 달합니다.


  잡히지 않는 후회로 소중한 시간을 탕진하는  과거지향적인 망상에서 벗어나라는 메시지를 툭 던지는 것 같았습니다. 지난 일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현실에 충실 하라는 묵직한 교훈인 셈이었죠.


  문득 '우리도 영화 속 주인공처럼 자신을 죽이면서까지 과거를 바꾸고 싶은 절박한 삶을 사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시에 '미련에 얽매인 사람에게 과연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스쳤습니다.


  인간이라는 나약한 존재는 제아무리 발버둥 치고, 머리를 두드려도 치욕과 통한으로 잠 못 들게 는 과거를 바꿀 수 없습니다. 영화에서처럼 미련스러운 후회와 집착이 인생을 점점 더 비참하게 만들 뿐이죠.



  과거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제가 깨달은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바로, 지금 이 시간을, 상황을 소중히 다루는 것입니다. 현재에 충실한 삶이 내일이 되는 순간, 의미 있는 과거로 남겨질 테니까요. 피할 수 없기에 매일 맞이해야 하는 소중한 현재가 바꿀 수 없는 과거보다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은 '현재'라는 순간을 망각한 체 행복했던 소싯적을 회상합니다. 젊은이 '현재'라는 지금에 충실하지 않으면서 보다 나은 내일의 행복을 기대합니다. 에게 행복했던 소싯적 과거는 그때의 현재입니다. 젊은에게 행복하지 않은 현재는 미래를 관통해 회귀하는 행복한 순간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라는 소중한 가치를 무심코 흘려보내는 것은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행복을 낭비하는 무모한 짓 아닐까요.


  학창 시절 매년 12월 31일 일기를 쓰면서 한 해를 마무리했습니다. 매번 회한뿐이었죠. 군대에서도 사회에 나와서도 늘 제가 남긴 궤적에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연말이면 어김없이 비슷한 신세 한탄을 늘어놓으면서 달라지지 않았어요. 더 나은 내일을 꿈꿨지만, 항상 변함없는 오늘을 살았으니까요.


  어느 날 갑자기 '후회하다'의 반대말이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사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만족하다' 정도의 의미가 아닐까라고 생각했어요. '후회하는 인생'vs '만족하는 인생' 어느 정도 들어맞는 거 같잖아요.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반드시 만족하는 삶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또 하나의 궁금증을 품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을 곰곰이 헤아려봤습니다. 그러다 불현듯 떠오른 게 바로 '교훈', '소중한 오늘'과 '의미 부여'였습니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부족한 과거를 교훈 삼고, 소중한 오늘에 의미를 부여하자."


  내게 주어진 하루에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면 '지금 이 순간'은 의미 없는 찰나로 사라져 버립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 시인 말처럼 오늘 내 하루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시간이 흐른 뒤 돌아봤을 때 '지금 이 순간'싱그러운 꽃으로 남지 않을까요?


  후회는 미래의 발목을 잡는 현실의 족쇄입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만 전력을 쏟아라."라고 뉴턴이 말했어요. '현재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나는 오늘 하루 어디를 향해 달릴 것인가?'를 잊지 않고 하루를 소중하게 어루만진다면 <트라이앵글>의 여주인공처럼 미련과 후회 속에서 하염없이 헤매는 형벌은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전 13화 누군가 지어낸 하찮은 규정의 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