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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Jul 12. 2019

행복에 대한 어설픈 착각

'가짜 행복에 너무 집착하는 건 아닐까?'


<토이 스토리 4>에 등장해 열연하는 보핍은 행복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이 반쪽짜리 행복일지도 모른다는 예리한 지적이자 깨달음이었다.


주인이 없으면 가슴 아플 일도 없어. 우리는 각자 운명의 주인이야.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행복이 있고, 개인적인 행복이 있다. 좋은 학교, 반듯한 직장, 외제 차, 화목한 가정, 넉넉한 재산. 이처럼 평범한 듯하면서도 대단한 조건을 모두가 누릴 수 없기에 우리는 저마다 행복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살아간다.

주인공 우디는 평범한 집에서 아이에게 사랑받는 게 가장 큰 행복이라고 여기며 살았다. 다른 모든 장난감도 똑같은 생각이었다. 보핍도 그런 평범한 인형 중 하나였다. 그런데 다른 집으로 입양을 갔던 보핍은 주인에게 버림받고 연고 없는 인형이 된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스탠드를 박차고 나와 트레이드 마크였던 드레스를 벗어던지고 모험과 도전을 즐기며 거친 세상을 누빈다. 여전사가 된 보핍은 주인 없는 생활에 익숙해졌고 그 안에서 새로운 행복을 발견한다. 주인 아래서는 결코 누리지 못했던 또 다른 류의 행복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옛 남자 친구 우디를 만난다. 보핍은 위기에 처한 우디를 적극적으로 도우면서 자신이 경험한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우디는 보핍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이 정한 행복의 기준과 반대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은 천편일률적인 행복은 없다는 걸 깨닫고 저마다의 길을 떠난다.

 
현실 속 우리는 어떨까. 온실 속 인형들과 별반 다르지 않 삶을 살고 있다. 미디어가 정해주는 행복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지금의 포근함이 선사하는 안락함이 전부인 냥 살아간다. '회사 밖은 지옥이야'라는 말이 무서워 옴짝달싹 못하고, 그 안에서는 그나마 덜 불행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하면서 말이다. 불행이 행복인지, 행복이 불행 인지도 모른 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행복과 불행은 동시에 존재한다.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삶의 판도가 달라질 뿐이다. 인도 힌두교 신화 속에 등장하는 락슈미와 칼리라는 쌍둥이 자매가 있다. 락슈미는 행복만을 가져다주고, 칼리는 불행만 가져오는 존재지만, 이 둘은 서로 뗄 수 없는 운명의 관계다. 행복하길 바란다면 불행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개개인이 누리는 행복의 온도는 저마다 다르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렇지만 경험해 보지 못한 막연한 현실은 우리에게 기대보다는 불안을 먼저 선사한다. 불안은 실체가 없지만 위력은 대단하다. 다가오지도 않은 앞날에 대한 두려움까지 장악해 버린다. 실체도 모르는 불안을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에 누군가 정해버린 행복의 틀에만 갇혀 아등바등 사는 게 아닐까.
 
"선배님 자료 오늘까지 전달해 드리겠습니다"라는 후배의 말에 선배는 "내일 퇴근 전까지만 보내줘요"라고 답했다. 후배의 반응에 울컥했다.


"선배님 저 지금 너무 행복해요. 선배님 덕분에 칼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초등학생 딸과 아들의 행복 지수는 체육 수업이 있는 날에 상승한다. 이처럼 행복은 주관적인 안정감과 만족감이다. 멀리 있지 않다. 누구나 의외의 사소함에 행복을 느꼈던 때가 분명 있을 것이다. 행복은 대단한 게 아니다. 기약도 확신도 없는 미래의 기대보다 지금 당장의 소소한 기쁨을 누리는 것도 행복이다. 단지 사는 게 버겁다 보니 뭔가 넉넉하고 대단한 행복이 있을 것 같다고 기대하는 통에 초조함만 키워나갈 뿐이다. 행복에는 공식도 정답도 없다. 주인이 있어야 행복한 인형이 있고, 주인 없이 자유로움을 만끽할 때 행복한 인형도 있다. 회사에 다니는 게 행복한 사람이 있고, 회사 밖으로 탈출해야만 행복을 느끼는 이들도 존재한다.

 
중요한 건 내 행복의 기준이 내가 아닌 타인에게 맞춰있는 건 아닌지를 깨닫는 것. 그리고 내 진짜 행복은 어디쯤에 자리하고 있는지 스스로 알아채는 력 아닐까. 영화 속 불량소녀 인형 개비개비가 주인의 품에서 비로소 참다운 인형의 모습을 찾은 것처럼 '개인 맞춤형 행복'은 분명 존재한다. 다만 꼭 맞는 행복을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지.


"우리는 각자 운명의 주인이야."라는 보핍의 말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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