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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Jan 02. 2020

쓰레기통을 비우고 광내는 의미

'제때 비워야 더러운 감정도 담을 수 있다'


가끔 쓰레기통을 새것처럼 닦는다. 지저분함이 사라진 휴지통은 전혀 쓰레기통 같지 않은 면모를 신한다. 씻자마자 다시 온갖 쓰레기를 삼키는 본업을 수행하지만, 텅 비고 광나는 순간만큼은 집안 어디에서도 여유로움을 발산한다.


꽉 찬 쓰레기통을 비우고 깨끗하게 닦아낼 때 홀가분함을 느낀다. 분명 다시는 꺼내지 않을 온갖 것들로 가득 찰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당분간은 억지로 누르지 않아도 여유롭게 쓰레기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네 개의 쓰레기통을 열심히 목욕시키면서 쓰레기통과 내가 닮았다고 생각했다. 내 마음에도 다신 꺼내지 않을 쓰레기 같은 감정들이 가득 차 더러워져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 감정을, 마음을 쉬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레저업계에 종사한다. 퇴근길에 한 친구가 카톡을 보냈다.


"워터파크 표 줘."

"없는데…"

"없음 말고."

"모야 매너 없게. 맡겨 ?"

"누가 없는 거 만들어 오랬냐?"


갑자기 뭔가 치밀어 올랐다. 화가 넘쳤다. 오랫동안 묵혀왔던 감정 뚜껑이 열려 한번에 무언가를 쏟아 냈다. 나이가 들수록 여유가 줄고 마음이 쉽게 동요된다. 옹졸해지고 상처도 쉽게 받는다. 이 모든 건 마음속에 불필요한 감정을 가득 품고 있어서다. 굳이 다시 꺼낼 필요 없는 감정, 그저 흘려보내면 그만인 감정까지 꾸역꾸역 채워 여유 공간이 사라져 버렸다. 감정 휴지통을 비울 때가 된 것이다.



수시로 비우기 어려운 거리의 쓰레기통에서는 최근 쓰레기가 가장 먼저 넘친다. 내게 들어오는 감정도 똑같다. 케케묵은 감정 쓰레기들이 밑바닥에 가득 차 더 이상 누군가의 감정을 담을 수 없을 때 넘친다. 밑바닥에 커다랗게 자리한 묵은 쓰레기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쓰레기통 제 기능 수행을 위해서는 수시로 비워야 한다. 사람의 감정 쓰레기통도 마찬가지다. 제때 비워야 타인의 감정을 좀 더 넉넉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누군가의 마음을, 진심을, 배려를 왜곡 없이 받아들이고, 불편한 감정도 희석해 안에 들이려면 마음에 여유라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매일매일 불필요한 감정 쓰레기를 내 몸에서 싸악 비우고 하루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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