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드id Dec 27. 2019

사람들은 자꾸만 답을 주려고 애쓴다

'가끔은 그냥 좀 들어주기만 하면 안 될까'


사람들과 어울리 일이 설레고 즐거웠다. 어느 순간부터 동료 친구들과의 만남을 부쩍 줄였다. 아이들과 가정에 충실하고픈 마음도 있지만, 십수 년 넘게 사람에, 세상에 휘둘리면서 깨달은 바가 있어서이기도 하다.


동료나 친구들하고 오랜 기간 꾸준히 어울리면 어느새 그들은 내 삶의 한 부분으로 들어와 자리 잡는다.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 많은 것을 공유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소속감이나 동질감은 사회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확실한 내 사람이라고 여겨서인지 모르지만, 상대는 내 삶에 관여하기 시작한다. 자꾸 나를 변화시키려고 애쓴다. 자신이 정답이라고 여기는 것들을 자꾸 들이밀면서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내 삶의 방식을 고수하는 나를 못마땅해한다. 사람은 모두 자기 인생에 대한 개개인의 기준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자기가 한수 위라는 걸 과시하고 싶어 한다.


삶이 힘들다면 "너무 욕심부려서 그래"라 "조금 내려놓고 살면 돼"라는 말을 던지고, 직장생활이 버겁다면 "세상에 안 힘든 직장인이 어딨어? 다 지나간다"라며 말문을 막다. 상대에게 바라는 건 똑 부러지는 답변이 아니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심지어 자식에게조차도 정답을 내어줄 수 없는 걸 안다. 나도 잘 모르는 나를 상대가 알리 만무하다. 끔은 따지지 않고 묵묵히 얘기를 들어줬으면 할 때가 있을 뿐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그렇구나'라는 표정 하나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자신의 마음과 생각과 철학이 다른 누군가를 만나면 사람들은 거북을 드러낸다. 자기 삶이 옳다는 생각 때문에 세상은 늘 시끄럽고 논쟁은 정치판처럼 네버엔딩이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끔 한탄한다. "결혼 생활도 힘들고, 부모 노릇은 더 힘들어"라고. '부모님은 어떻게 우리를 키우셨을까? 얼마나 힘드셨을까'라는 의미도 담겨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네가 선택한 결혼이잖아. 자식을 낳았으면 책임져야지!"라는 핀잔을 다.


힘든 사람은 자신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만 있어도 위안을 얻는다. 미소 하나 작은 고갯짓 하나면 충분할 때도 있다. 그런데 람들은 왜 그렇게 답에만 집할까.


몇 주동안 주말마다 아이들 행사에 나가느라 피곤하다는 말에 아내가 흠칫한다. "그래도 많이 응원해주고, 박수도 많이 쳐주고 해야지", "잘했다고 얘기해주고 많이 웃어주고..." 당연한 말이다. 굳이 기하지 않아도 내 역할 잘 알고 있다.


굳이 정답을 가장한 무미건조한 말로 상대 마음의 문을 막필요 없다. 의미 있는 대화는 상대에게 멋들어진 답변을 내놓는 아니다. 점점 침묵하며 사는 이유.







이전 12화 사람들은 할 말이 없으면 욕을 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