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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Feb 14. 2020

키 작고 못생긴 직장인이 사는 법

"부디 가치 있는 불평을 하라"


외모 혜택 또는 피해
경험 직장인 55.8%


대학교 때 여자 친구가 과친구랑 대판 싸웠다. 누군가 나를 "아, 나 걔 알아. 키 작고 못생긴 애?"라고 표현한 게 화근이었다. 한 성질 하던 여자 친구가 시원하게 응징했다는 게 주변의 증언이다. 그래도 기분 더러웠다.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에게 내가 그런 사람 이라니.


"학교 다닐 때 A가 진짜 이해 안 됐거든. 공부도 안 하고 맨날 꾸미기나 하고. 교재 산다고 돈 받아서 옷 사고. 그때는 그게 재테크인 줄 몰랐던 거지."


간호사 친구가 신세를 한탄했다. 대학 졸업 후 둘은 같은 대학병원에서 일했다. 꾸미던 친구는 의사와 결혼했고 친구는 아니다. 친구 요점은 A가 예뻐서 결혼을 잘했다는 거다.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다 뜯어고치고 예쁜 삶을 살겠다고 했다. '있잖아... 넌 고쳐도 안 돼'라며 웃어넘겼지만 씁쓸한 뒷맛이 남았다.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 때문이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함께 20·30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 89%가 '외모도 경쟁력'이라고 응답했다. '외모로 인해 혜택을 받거나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는가'에는 55.8%의 직장인이 '있다'라고 답했다.


외모가 중요한 시대다. 겉모습이 출중하면 주변에서 가만두지 않는다. 거지도 잘생기면 관심 대상이다. 중국 꽃거지는 사진 한 장으로 패션모델이 됐다. 선배 회사에서 디자이너를 채용했다. 한 명 모집이었는데, 두 명이 합격했다. 한 명은 실력이 뛰어났고, 한 명은 외모가 뛰어나서라고 했다.(15년도 더 된 일이다) 뽀빠이 아저씨 이상용 씨는 학벌은 좋은데, 외모 때문에 좋은 직장에서 안 받아줬다는 인터뷰를 남겼다. 외모는 분명 내가 가진 능력 이상의 플러스알파다.


남자들만 모인 회식자리에서 한 선배가 팀원 A 외모를 격하게 칭찬했다. 잘생겨서 영업할 때 어딜 가도 환영받는다고. 우리 같은 사람이랑은 다르다며 나머지 사람을 '우리'라는 뭉탱이로 묶어 버렸다. 그러고 나서 테이블에 둘러앉은 후배들 외모 품평을 했다. 졸지에 못생긴 무리에 섞여 속수무책 외모 지적질을 당했다. 잘생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우리 같은'이라고 평가받은 기분 나쁜 경험이었다.


실력이 자신감이다.
당당하면 사람들은 매료된다.


남 다른 외모, 부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게 부끄럽거나 낙담할 일 아니다. 어떤 모습이건 그게 나임을 부정할 수 없다. 외모보다 중요한 건 많다. 능력을 쌓으면 외모는 가려진다. 비호감 외모, 키 162cm에 몸무게 45Kg인 마윈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를 이끈다. 마윈은 "부디 가치 있는 불평을 하라"라고 말했다. 그 시간에 실력을 쌓으라는 일침이다. 특이한 외모와 어눌한 말투로 소외됐던 폴 포츠는 세계 최고의 성악가가 됐다. 못생겼다는 이유로 냉면집 주방 밖으로 나오지 못했던 옥동자도 당당한 삶을 산다. 재능이 외모를 능가했기 때문이다. 재능은 노력으로 맺은 결실이다. 노력과 실력은 사람들 눈이 아닌 마음을 파고든다. 배우, 가수, 운동선수 등 저명인사 중에도 실력이 외모를 능가하는 경우가 많다. 실력자신감이다. 당당하면 사람들은 매료된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외모를 비웃다가도 노래 실력에 감동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행복한 이기주의자>의 저자 웨인 다이어는 "우리는 멋진 몸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내 몸이 바로 나다. 그러므로 자신의 몸을 싫어한다는 것은 자신을 인간으로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말이나 매한가지다."라고 말했다.


외모에 대해 불평할 때가 많다. 얼굴도 키도 못마땅. 그럴 때마다 엄마는 퉁명스럽게 답한다. 등소평은 키 150cm로 중국 천하를 호령했고, 나폴레옹은 작은 키로 유럽을 제패했다고.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다음 스텝을 밟을 기회조차 없다. 가치 있는 불평을 해야 하는 이유다.


중국 당나라 때 관리를 등용하는 시험에서 인물 평가의 기준은 신언서판身言書判이었다. 신(身)이란 사람의 풍채와 용모를 뜻한다. 이는 사람을 처음 대했을 때 첫째 평가기준이다. 아무리 신분이 높고 재주가 뛰어난 사람도 첫눈에 풍채와 용모가 뛰어나지 못할 경우,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게 되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외모가 아닌
인생을 가꾸는 중이다.


외모는 당나라 시절부터 중요한 요소였다. 허무하도다. 그렇지만 좌절할 필요 없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의 완벽한 신(身)은 단정함으로 커버된다. 단정함은 외모를 한층 돋보이게 한다. 그다음 실력으로 더더욱 당당해지면 된다. 간호사 친구는 수간호사 되는 게 목표다. 독보적인 리더가 되면 의사 남편 둔 친구 부럽지 않게 살 수 있다. 나는 배운 게 직장생활 밖에 없다. 그래서 후배들을 위한 책을 쓰면서 살아간다. 외모가 아닌  가꾸 중이다. 


글쓰기 강의를 한적 있다. 사람들은 '키 작고 못생긴' 내가 아닌 내 이야기 경청다. 누구도 내 외모 따위에는 관심 없는 순간이었다. 자신감이 생겼다. 외모에 대한 집착이 아닌 실력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실력이 외모를 이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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