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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Jul 20. 2021

싱겁지만 눈물 핑 돈 의사의 특급 처방

'현실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중이다'


겸연쩍게 웃는 의사 모습에
눈물이 핑 돌았고,
엄마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7월 19일 월요일, 모두가 바쁜 출근길. 3호선 종로3가역에서 5호선으로 갈아타는 길목에 몇몇 사람이 모여있다. 젊은 여자가 대자로 누고 구급대원과 역사 관계자가 서있다. 구급대원은 의식 없는 여자에게 응급조치를 했다.


자석에 끌리듯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이 그녀  바람럼 지나쳤다. 아무 일 없길 바라면서 나 역시 그 옆을 다. 자연스럽게 순간의 장면이 눈에 담겼다. 예측 불가한 건강이라는 현실, 인생이라는 팩트, 참 얄궂다는 생각이 가슴을 쳤다. 펄펄 날던 엄마가 폐암 판정을 받고, 온 가족이 함께 일 년 남짓 사투를 벌이다 결국 암세포들에게 패했다.


우리는 상조차 해본 적 없는 공간에 머물고 있다. 7월 1일 응급실에 입원해 일반 병실을 거쳐 7월 5일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겼다.

 

엄마는 6시간에 한 번씩 네블라이저를 이용해 호흡기 치료를 했다. 깊게 마시고 내뱉는 단순한 일인데도 숨이 가빴다. 기침 때문에 수시로 멈췄다. 8시간에 한 번으로 치료 횟수를 줄였다. 결국에는 하루 두 번만 치료하기로 했다.


7월 9일 아침었다. 식사 후 엄마가 호흡기 치료 기구와 사투를 벌일 때 의사가 회진을 돌았다. 힘겨워하는 엄마를 보면서 주치의가 말했다.


"엄마, 힘들면 쉬었다가 하고, 그래도 힘들면 이거 안 해도 돼. 하루 한 번만 할까?"

"이제 곧 죽을 데 안 하면 어때."


엄마는 아직 말도 잘하고 정신도 명료하다. 의사의 심플한 처방에 엄마는 후련한 듯 시크하게 답했다. 의사는 아무렇지 않은 정으로 했다. 전혀 예측 못한 심오하고 감동적인 처방이었다.


"대신 꼭 해야 하는 게 하나 있어요!"


엄마랑 나랑은 동시에 귀를 쫑긋 세우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들 볼 때마다 웃어주는 거. 이건 꼭 해야 돼!"


겸연쩍게 웃는 의사의 모습에 눈물이 핑 돌았고, 엄마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엄마가 일반 병실에 있을 때 주치의가 호스피스 병동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했다.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무슨 의미인지 묻고 싶지도 않았다. 임종을 앞둔 이들이 모인 침울한 곳, 아무리 포장해도 파고드는 슬픔을 가릴 수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호스피스 병동 진입 5일 만에 '분위기가 다르다'라는 의미를 알다. 의사는 엄마에게 아들을 볼 때마다 웃으라는 처방을 내리고, 의사와 간호사는 환자라는 말 대신 어머니, 엄마라는 말을 건넨다. 눈물 흘리는 보호자 등을 다독이며 침묵으로 위로한다. 환자의 고통을 줄여주고, 보호자의 슬픔을 이해한다. 환자를 휠체어에 태우는 일, 기저귀 가는 걸 돕는다. 발을 닦아주고, 다리 마사지를 해주고, 머리를 감겨준다. 이런 곳이었다. 여기는. 보호자와 환자 외에는 아무도 힘든 내색을 보이지 않는 곳.


호스피스 병동 입구에는 완화의료센터라는 커다란 글자가 쓰여있다. 육체적 통증만이 아닌 마음의 고통 또한 완화해 주고자 하는 실천이 동반된다는 걸 알았다. 편안한 임종이라는 합의가 만들어낸 여유로움이자, 본인들보다 힘들 환자와 가족을 위한 마지막 배려일지도 모르겠다.


"엄마를 포기해 버린 거 같아서 너무 미안해요."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오면 간호사, 의사, 사회복지사와 면담을 한다. 간호사와 면담할 때 감이 격해 수시로 눈물이 흘렀다. 의사와 상담할 때는 임종이 약  달 정도 남은 것 같다는 말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사회복지사는 보다 현실적인 내용을 전다. '화장' 얘기에서 감정은 다시 폭발했다.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힘든 사람은 환자 본인이다'라는 말에 정신을 차렸다. 살면서 하루에수십 번씩 감정이 요동치는 곳, 호스피스 병동이다.


당장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괴로워하던 엄마는 이곳에서 안정을 찾았다. 온 가족이 영겁 같은 찰나를 거치며 현실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중이다. 아들 보고 웃으라는 의사의 싱거면서도 무거운 처방을 가슴 깊숙이 새기면서.


엄마를 조금이라도 더 담기 위해 틈틈이 사진을 찍는다. 그동안은 하나같이 무표정하거나 힘겨운 모습이었다. 아픈 엄마에게 포즈를 취하라고 할 수 없으니 그저 남기는 목적이자, 누나에게 보내주기 위함이었다. 의사 처방 이후 많은 게 달라졌다.


"엄마, 나 보면 웃어야지."

'찰칵'


이제 엄마는 병동에서 가장 표정 은 환자로 통한다. 사진 속 엄마 더더욱 편안하고 행복다. 전혀 환자 모습이 아니다. 의사의 처방 이후부터 웃는 엄마 얼굴이 휴대폰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받 누나도 마음이 한결 가볍다. 애써 웃음 짓는 엄마가 고맙고 또 고맙다. 훗날 머나먼 여행을 떠났을 때, 남은 가족에게 전하는 선물이라는 걸 엄마도 알고 있지 않을까. 더불어 삶을 받아들이는  마음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죽으면 생명이 끝나는 것이지 관계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구절이 유난히 가슴을 찌르는 날이다. 모두가 께한 힘든 순간을 넘어 관계의 영원함 속에서 행복했던 순간을 마음껏 떠올릴 수 있는 그런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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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파라다이스, 호스피스 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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