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rkingmom B Oct 10. 2023

EPILOGUE

나의 친애하는 빌런들에게

 대학시절 휴학을 하고 중국에서 1년 정도 생활한 적이 있다. 돈이 없었다. 중국에 숙모가 계셔서 숙식은 거기서 해결했고 낮에는 어학당에서 중국어를 공부하고 밤에는 그 곳 주재원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생활했다. 6시에 기상해서 공부하고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12시 정도 되는 생활을 반복하면서 그때 나를 버티게 해준 것은 독서와 일기쓰기였다. 그 때 알았다. 나는 힘들면 글 속으로 숨어든다는 것을.


 중증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가장 먼저 했던 것도 책읽기였다. 그렇게 글 뒤로 한참을 숨어있었더니 하고 싶던 말들이 구토처럼 쏟아져나왔다. 그런 말들이 정갈할리 없다. 거칠고 투박하다. 하지만 글 앞에서 가장 솔직하고 싶었다. 우울증이라는 병을 가진 나는 당시에 나의 친애하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를 잊은 상태였다. 내 글로 인해 아파할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글쓰기를 멈출 수 없었던 것은 나의 치유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글을 써내려가는 동안 전지적 워킹맘 B 시점이 될 수 밖에 없었음을 나의 친애하는 빌런들에게 양해를 구한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누구보다 중요했던, 시어머님과 팀장님께서 해주신 배려를 잊지 않고 있다. 우울증을 오래 앓은 와이프를 둔 신랑의 고생도 모른다고 하면 너무 배은망덕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언급된 모든 이들에게 나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살면서 하나씩 갚겠다는 흔한 말로 일단 떼운다.


 세상에 나처럼 서툰 엄마가 있을까. 그런 엄마 밑에서 사랑스럽게 자라준 내 딸아, 그 누구보다 사랑한다. 

이전 19화 출근/회사 #8. 엄마의 책과 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