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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kingmom B Dec 15. 2021

임신 #1. 회사편 : 임신의 불편한 진실

임신편 #1. 임신의 불편함 in  회사

 임신이 처음이라 임신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임신을 하면 입덧을 심하게 해야할 것 같았고, 졸려야 할 것 같았고, 몸이 무거워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렇게 나의 생활이 많이 불편해질 줄 알았다.

 그러나 나의 생각과는 달리 나의 입덧은 심하지 않았다. 초기에 입덧이 조금 있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토덧은 아니었고 그냥 속이 안 좋아서 플레인한 빵을 즐겨먹는 정도였다. 그 약한 입덧 마저도 싱겁게 끝나 이후에는 먹덧으로 남은 시간을 채웠다. 종종 졸리긴 했지만 꼭 임신을 해서라기 보다는 식곤증에 가까웠다. 내가 좋아하는 산책도 할 수 있고 간단한 요가 등을 즐길 수 있어서 신체에 대한 제약도 생각보다는 크지 않았다.


 임신 자체로 회사가 버겁지도 않았다. 몸을 쓰는 현장직이 아니라 머리를 쓰는 사무직이라 크게 몸에 무리가 되지도 않았다. 그저 오래 앉아있으니 붓기가 빨리 빠지지 않는다는 정도의 불편감은 있었지만 임신 전 내 상상에 비하면 이런 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임신이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불편해진 대상이 한 명이 있었는데 바로 팀장님이다. 우리는 몇가지의 일을 겪은 후 서먹해져 이전의 관계로 돌아가기 어려워졌다.

 

 우리 둘이 서먹해진 이야기에 앞서 팀장님과의 관계와 우리 업무에 대해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팀장님과 나는 입사 이래로 쭉 알고 지낸 사이로 현재는 11년간 서로를 봐왔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나는 신입 때부터 쭈욱 해왔고 한 5년전쯤 팀장님이 바뀌었는데 그분이 지금의 팀장님이시다.

 우리 업무의 성격은 구매와 영업의 중간자 역할로 매입처와 고객사를 자주 방문하곤 한다. 딱 영업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영업의 성격이 짙다.

  






Episode 1. 너랑 영업을 가야겠어.



 팀 회의시간이었다. 그 달은 유독 실적이 좋지 않아 팀원 모두 이달의 실적을 고민할 때였다. 그리고 새로운 영업 품목을 추가하여 시작하라는 오더가 떨어졌으나 팀원들은 돈도 되지 않는 이 품목을 왜 팔아야 하는지에 대해 물음표만 늘어날 뿐이었다.

 

 평소 장난을 좋아하시는 팀장님이 정적을 깨며 이야기 하셨다.

 "B과장이 배 좀 내밀고 영업 좀 가자. 만삭으로 배 좀 내밀고 다니면 사람들이 불쌍해서라도 많이 사줄거야."

 내 얼굴은 시베리아가 되었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선배의 농담에 배신감마저 느꼈다. 내가 아이를 가진 것을 기껏 회사일 나부랭이에 써먹어야 한다는 말인가. 내 아이는 축복인데 말이다. 난데없는 모성애가 터져나왔다.

 팀장님은 나의 화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회의는 끝이 났고 다들 점심을 먹으러 갔다. 다른 친구들은 조금씩 내 눈치를 봤고 여느 때와 다르게 우리는 꽤 조용히 점심을 먹고 있었다.

 어떤 대화의 공백도 참지 못하시는 팀장님이 내게 물으셨다.

 "B과장 왜 얼굴이 그렇게 안 좋아?"

 "팀장님, 정말 왜 그런지 모르세요?"

 둘 사이의 대화는 그렇게 끊겼다. 그러다 다시 대화의 빈 공간을 못 견디시는 팀장님이 다시 입을 여셨다.

 "무슨 일 있어? 아까부터 표정도 안 좋고. 혹시 H대리 무슨 일 있는지 알아?"

 "...... 제가 보기엔 아까 팀장님이.... 배 내밀고 영업 가자고 하셔서 그걸로 화가 나신 거 같은데...."

  목석같은 H대리도 나의 화를 눈치 챘는데 팀장님이 끝내 모르시다니.

 "그건 그냥 농담이잖아, 농담."

 그런 농담은 하는게 아니다. 아무도 웃을 수 없는 농담.

 끝내 사과는 받았지만 찝찝했다. 뒤끝이 아주 썼다.

 




Episode 2. Disabled


 기획팀과의 회의가 있었다. 끝날 무렵 늘 그렇듯 회식 이야기가 오갔고 술 이야기가 나왔다. 또 말씀하시기 좋아하시는 팀장님.

 "저희 팀에 술 못 마시는 친구들이 있어요. K사원은 종교적 이유로 술을 안마시고 B과장은 보시다시피.... Diasbled.... 아파요."

 Disabled(a.장애를 가진)라니. 아이를 가진 것이 장애란 말인가? 회의에 참석했던 상대편 팀장님과 팀원들이 당황했고 그런 말씀하시면 안된다고 하시며 상황을 무마시키려고 하셨다. 그냥 질 수는 없을 거 같아서

 "저희 팀장님 말씀하시는 거 보세요. 혼좀 내주세요."

 팀장님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저녁이 되고 생각을 하고 또 해봐도 사과를 받아야 할 일 같았다.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는 나에게 아픔이 아니고 장애는 더더욱 아니었기에.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팀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팀장님, 식사하고 계세요?"

 "응, 그래. 왜?"

 "팀장님 낮에 하신 말씀 사과해주세요."

 "뭐? 내가 뭐라고 했는데?"

 간단하게 설명을 드렸다. Disabled라고 하셨고 나는 화가 많이 났다고. 팀장님은 더 화난 사람이 되어있었다.

 "니가 그게 지금 할소리가? Disabled.... 그거 그냥 공항에 가면 있고 그래서 써본 단어고. 나도 화 많이 났다. 니가 다른 사람들한테 날 혼 좀 내라니. 니가 그게 할소리가."

 내가 왜 그랬는지에 대한 공감이 전혀 되지 않는 팀장님께 많이 당황했다. 내가 알던 팀장님이 아닌 것 같았다. 팀장님의 고성은 계속 되었고 그러자 손발마저 덜덜 떨렸다.

  통화를 마치고 이후에 사과를 하셨지만 진정한 사과는 아닌 것 같았다.

 "난 그냥 한 소리인데 너무 의미두지 마라. 나는 니가 임신하니까 예민해가지고 뭔 말을 못하겠다."

 나의 임신은 회사에서 희화화되거나 장애가 되었다. 나는 선배의 농담을 받아주지 못하는 예민한 사람이 되었다. 난 원래 예민한 사람이었는데 그 예민함 마저도 임신이 원인이 되었다. 추가적으로 임신으로 민감해져 선배에게 불필요한 사과까지 요구하는 하극상이 나였다.




 갑자기 회사에서의 임신이 몹시, 아주, 매우, 많이, 극도로 불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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