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만큼 좋은 운동이 또 있을까?
최근 날씨도 좋아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퇴근할 때 걸어서 집으로 간다. 회사에서 집까지 지도 앱으로 도보를 검색하면 3.9km에 59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온다. 아침저녁으로 걸으면 좋겠지만 아침은 출근하기 바쁘니 생략하고 가급적 저녁에만 걷는다. 어떤 사람은 미세먼지 때문에 걷다가 건강을 망친다고 하지만, 그래도 나는 걷기가 좋다. 걷기가 왜 좋은지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주장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나는 다음 세 가지 이유로 걷기를 권하고 싶다.
갑자기 통찰이 나오는 순간을 유레카라고 말하는데 특별히 준비 기간이 없어 보이나 실제로는 오랜 기간 숙성한 후 통찰이 나온다. 창의적인 프로세스는 다음의 네 단계를 거친다(Csikszentmihalyi와 Sawyer의 변형).
1) 준비: 문제를 정의한다. 데이터 수집과 다른 관점에서 본다.
2) 인큐베이션: 특정 문제에서 벗어나 잠재의식에서 병렬적인 프로세스를 거친다.
3) 통찰: 만족과 큰 기쁨으로 문제의 솔루션을 낸다. - 유레카의 순간
4) 평가: 솔루션을 시도하고 적용한다. 부적절하면 준비 단계로 돌아간다.
여기서 인큐베이션 단계가 중요한데, 인큐베이션은 움직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나 실제로는 이동 중에 발생한다. 즉 이동, 운전, 걷거나 조깅, 정원 돌보기, 집안일을 하면서 인큐베이션한다. 이 내용은 우연적 학습에 관한 원서 《Informal learning: A new model for making sense of experience》 에서 본 내용인데 이 글을 보고 나서 더 걷기 옹호자가 되었다. 이 책에서는 수면도 인큐베이션의 시간이 된다고 말한다. 잘 알려지지 않고 다루기 힘든 문제도 자고 나면 분명해지고 가능해 보인다. 그러므로 어려운 문제를 결정할 때는 그날 결정하지 말고 다음날로 미루는 게 좋다.
내가 걷기와 집안일(특히 청소)을 좋아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처음에는 '1시간 걸어가면서 뭘할까?' 생각하면서 주변 풍경과 가게를 보면서 상상하며 걷는다.
'이런 커피숍이 있었구나. 다음에 한번 와 봐야지.'
'이쁜 가게네. 한번 시간 내서 구경해야지.'
이런 주변의 느낌을 생각하며 걷다 보면 어느덧 나는 내가 오늘 했던 일 그리고 내일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있다.
'오늘은 이런 일이 있었지. 내가 이렇게 하면 더 좋았을 텐데.'
' 내일은 아침에 출근하면 이런 일을 먼저 해야지.'
'다음에는 이렇게 해보는 게 좋겠어.'
생각이 생각을 낳고, 생각의 바다속에서 허우적대다 보면 벌써 1시간이 지나 집에 도착한다. 가끔 이런 과정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도 나온다.
30분만 걸으면 지방이 연소되지 않는다고 들었다. 30분이 지나서부터 지방이 연소되기 때문에 적어도 30분 이상은 걷는 게 좋다고 한다. 1시간을 이상 걷기를 최근 예닐곱 번 넘게 한 것 같은데 이미 한 두번 만에 군살이 빠지는 느낌이다. 페이스북에서 차만 타고 다니던 사람이 걷기를 시작하여 인생이 바뀌었다는 내용을 본 기억이 난다. 걷기만큼 좋은 건강 관리법은 없는 것 같다. 최근 1시간씩 걷다 보니 주변에 같은 거리를 걷는 사람을 종종 본다.
다른 운동처럼 장비가 필요하거나 코치가 필요하지 않다. 스스로 할 수 있고 언제든 시작할 수 있다. 마음만 고쳐먹으면 된다. 처음에 4km는 너무 멀다는 핑계로, 두려움에 지하철로 3정거장을 이동했다. 두려움은 일단 도전해보고 결정하면 된다(참고: 일단 도전해 보라). 대부분의 두려움은 해보기 전에 더 크다. 한 번 1시간 걸어서 집에 가본 후 알게 되었다. 막연한 두려움이었을 뿐이며 시작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그래서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도 나오지 않았을까? 시작해 보라. 시도했는데 너무 힘들면 그 때 안하면 된다. 하지만 해보지도 않고 포기할 이유는 없다. 나는 내일도 4km를 걸을 것이다.
<참고도서>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사상
Informal learning: A new model for making sense of experience / Lloyd Davies/ Gower Publishing,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