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무척 바쁘게 보냈다는 느낌은 분명한데, 연말이 되면 막상 이룬 것이 많지 않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 해의 10대 뉴스를 차분히 정리하다 보니, 참으로 다이나믹한 시간을 지나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8년에 시작한 10대 뉴스가 어느덧 여덟 번째를 맞았습니다. 이것이 열 번째가 되는 해에는, 저 역시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한층 달라져 있겠지요. 늘 그렇듯 좋은 일도 있었고, 그만큼 버거운 순간도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그 모든 시간을 발판 삼아, 내년에도 제 삶을 힘차게 꾸려나가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지켜보며 기다렸던 아들이, 우연한 기회로 취업했습니다. 오랜 시간 마음을 졸인 끝에 들려온 소식이라 마음 깊이 안도했고, 정말 두 다리 쭉 뻗고 잘 만큼 기뻤습니다. 아들을 시작으로, 2년 동안 취업을 준비하던 딸도 자신이 원하던 공기업에 합격했습니다. 살짝 눈을 낮춰 지원한 선택이었지만, 지금은 매우 만족하며 다닙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제가 바랐던 것은 단순했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자기 앞가름을 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이제 아이들은 각자의 길을 스스로 펼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제 숙제는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남은 제 인생을, 저답고 의미 있게 살아가면 되겠습니다.
3년 전 어머니를 떠나보냈고, 올해는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고향은 더 이상 따뜻한 곳이 아니라, 낯설기만 한 도시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오빠들과도 점점 멀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를 잃은 고아이자, 형제와도 소원해지는 듯한 마음. 그야말로 홀홀단신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늘 생일을 챙겨 주던 부모님이 계셨는데, 지인들의 안부 인사와는 달리 부모님의 빈자리는 유독 크게 느껴졌습니다. 생일을 맞아도 예전과는 다른, 설명하기 어려운 낯선 감정만 남았습니다. 언제나 든든한 내 편이라 믿었던 존재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조용히 마음을 쓸쓸하게 합니다. 아마도 이것은 나이를 먹으며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성장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소에도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북토크나 강연을 부지런히 다니는 편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유난히 전시를 많이 찾았습니다. 2024년에 여덟 번의 전시를 보았다면, 올해는 마흔 다섯 번이나 전시장을 찾았습니다. 거의 다섯 배에 가까운 변화입니다. 그러다 보니 같은 전시를 일본과 한국에서 연달아 보기도 했고, 이미 예매해 둔 전시를 또다시 예매하는 바람에 취소 수수료를 내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문화생활로 시간을 채우다 보니, 남은 생을 이런 방식으로 살아가도 든든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쓰기의 주요 주제가 문화생활로 옮겨가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올해는 국내와 일본만 여행했습니다. 딸과 함께한 전주 여행을 시작으로, 혼자 떠난 당일치기 전주 도서관 여행도 다녀왔습니다. 대학 동창들과는 강릉으로 여행을 떠났고, 출장으로는 혼자 1박 2일 동안 다시 강문해변을 바라봤습니다. 새벽 KTX에 오르느라 일찍 일어나 샌드위치를 챙겨 오던 친구, 회사 덕에 좋은 호텔에서 묵게 되었다며 고맙다며 강릉 커피빵을 건네던 친구. 파도 소리 사이로 그들의 온기가 다시 돌아오는 듯했습니다. 이후에는 지인들과 대부도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아버지를 뵈러 부산에 1박 2일 다녀온 여행은, 결과적으로 아버지를 보내드리기 전 마지막 효도 여행이 되었습니다. 그 뒤로는 아버지 슬하의 열한 명 대가족이 함께 춘천 1박 2일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해외여행은 일본만 다녀왔습니다. 휴가 3일에 추석 연휴를 보태 비교적 길게 떠났습니다. 처음에는 교토에만 머물 계획이었지만, 일정이 길게 느껴져 고베, 교토, 오사카로 나누어 각각 3박, 4박, 4박씩 머물렀습니다. 세 도시를 천천히, 걷듯이 여행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도쿄로 두 번 출장을 가게 되어, 한 번은 요코하마에 사는 친구 집에서, 또 한 번은 도쿄에 있는 동료의 집에서 머물며 여행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일본을 오가며 전시를 관람할 기회도 자연스럽게 더 많았습니다.
문화생활과 여행을 즐기다 보니, 독서는 자연스럽게 우선순위에서 밀려났습니다. 물론 매일 독서를 하기는 했습니다. 다만 예전만큼의 시간을 내지는 못했습니다. 하루에 두세 건의 문화 일정이 겹치는 날에는 마음이 정리되지 않아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았고, 사진을 정리하는 데만도 꽤 많은 시간이 들었습니다. 한정된 시간 안에 이 모든 것을 다 해낼 수는 없었기에, 결국 독서는 조금씩 뒤로 밀려났습니다. 하루에 두세 권씩 읽던 날들도 있었는데, 어느새 한 권을 최소한의 시간, 15분 정도만 읽고 덮는 날이 잦아졌습니다. 그러다 문득 ‘나는 정말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인가?’라는 정체성의 혼란까지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외부 활동이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다행히도 지금은 다시, 독서가 일상이 되는 자리로 천천히 돌아오고 있습니다.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에서 사용하는 글쓰기의 10단계 특강 내용을, 그냥 두기에는 아까운 마음에 잠시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두 차례 모임을 열었지만 신청이 많지 않아, 결국 다시 조용히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와 함께 제대로 운영되지 않던 「나를 사랑하는 하루」도 은근슬쩍 문을 닫았고, 1년 가까이 이어오던 일요낭독회 역시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요즘의 흐름에 맞게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직장을 다니며 모든 것을 병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했습니다. 「매일 독서 습관 쌓기」, 「어른의 글쓰기」, 「내 글에서 빛이 나요!」이 세 가지만, 더 단단하게 이어가려 합니다.
작년에 《Romance the Every Day: Inspired Ideas for a Year of Little Luxuries》(일상을 로맨틱하게: 일 년 동안 작은 사치를 위한 영감 가득한 아이디어)를 읽고 깊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1년을 로맨틱하게 살아가자는 제안으로, 52가지 ‘작은 사치’를 소개합니다. 그 내용을 제 나름대로 재해석해 매주 한 편씩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모든 글에는 직접 아이패드로 드로잉을 더했고, 처음에는 전체 글을 공유하다가 중간부터는 멤버십 형태로 발행했습니다. 이렇게 차곡차곡 준비해 온 원고를 바탕으로, 내년 초 《나를 사랑하는 하루》를 발간할 예정입니다. 따뜻한 관심으로 함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 편이 궁금해져 쉽게 빠져들까 봐, 드라마를 끊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오랜만에 다시 드라마를 봤습니다. 바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입니다. 직장인이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지요. 〈미생〉이 신입사원의 이야기였다면, 〈김 부장 이야기〉는 경력 사원의 삶을 다룹니다. 드라마 속 김 부장만큼은 아니지만, 저 역시 비슷한 부담과 상황 속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는 드라마 속 도진우 부장을 두고 AI와 같은 존재라고 말하더군요. 회사의 변화뿐 아니라 AI의 등장까지, 직장인의 삶을 위협하는 요소는 점점 더 늘어납니다. 저는 지금, 천천히 내려가고 있습니다. 우당탕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애쓰면서요.
지금 다니는 회사로 이직을 준비하며 면접을 보던 시절, 사내 공식 면접관이 되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그러나 일상의 바쁜 업무 속에서 그것을 현실로 옮기기에는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작년부터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채용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 과정은 순탄치 않았고, 까다로운 회사 규정 앞에서 두세 번쯤은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다행히도 운 좋게 합격해, 공식 면접관이 되었습니다. 이제 매번 면접을 진행할 때마다 회사에 오고자 하는 후보자들의 진지함과 열정을 마주합니다. 그 과정에서 배우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감성 리더십 강사 자격을 취득하고도 강의할 기회가 많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아이디어를 내어, 점심시간에 식사하며 참여하는 5주 과정으로 프로그램을 개설했습니다. 서로에게 시간 부담이 크지 않았고, 그룹 코칭 방식으로 진행한 덕분에 참여자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았습니다. 올해 세 차례 진행했는데, 모두 만족도 5점 만점에 5점을 기록했습니다. 이 외에도 다른 교육 과정을 그룹 코칭 형태로 운영했는데, 역시 반응이 좋았습니다. 작년에 배운 그룹 코칭을 실제 현장에 적용해 볼 수 있었던 점에서 큰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IamRemarkable 세션도 두 차례 진행했습니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제가 원하는 과정을 직접 기획하고 강의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참 감사한 한 해였습니다.
10대 뉴스를 모두 정리하고 나니, 한 해를 관통한 장면들이 조용히 한 자리에 모입니다. 많이 움직였고, 많이 느꼈으며, 그만큼 내려놓기도 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무언가를 더 이루기보다, 지금의 나에게 맞지 않는 것들을 하나씩 정리하며 삶의 방향을 다시 가다듬은 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기록은 지나간 시간을 붙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시간을 더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작은 기준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또 한 해를 정리하고, 저는 다음 계절로 천천히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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