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작가가 되는 시대,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싶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늘 듣는 질문이 있다.
"혹시 선생님이세요?"
"직업이 선생님이시죠?"
지금이야 기업에서 교육을 담당하니 일종의 선생님이다. 하지만 사회 초년생 때는 전혀 다른 직무를 했는데 선생님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내 인상이 선생님처럼 온화해 보이거나 혹은 범생이 같은 느낌이어서일까? 어쩌면 내 운명이 얼굴에 드러나서 사람들이 제 미래를 예측한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난 선생님이 좋고 선생님이 되고 싶다. 대학생이나 성인을 대상으로 강단에 설 때 행복하다. 한 때 시간 강사를 하면서 교수님이라는 말도 듣고, 직원 대상이나 성인을 대상으로 강의도 하니 꿈을 이룬 셈이다. 그런 삶을 누리면서 나는 미결의 과제를 품었다.
'그래 강의하는 건 좋아. 그런데 나는 어떤 내용을 전달하는 강사가 되어야 할까?'
물론 교육학 전공자니 교육학으로 강의할 수 있다. 하지만 학계에 있지 않으니 자격 미달이다. 대학에서 전임 교수를 한다면 모를까 산업 강사로서 실용적인 강의를 하고 싶다. 직장생활에서 경험한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퍼실리테이션, 프레젠테이션 등 여러 분야가 있을 것이다. "그래, 거기서 뭐? 네 전공 분야가 뭔데?"라고 묻는다면 딱히 내세울 게 없다. 다들 비슷비슷하고 나만의 경험과 개성을 살릴 분야를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결정적으로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배우자를 선택하면서 '이 사람이다'라는 느낌처럼 '이 분야다'하고 선택하기 어려웠다.
강렬한 물줄기로 다가온 '글쓰기'가 제 삶을 송두리째 바꾸었다. 취미로 가볍게 시작한 글쓰기가 그토록 결정하지 못한 강의 분야로 접목되는 순간 퍼즐의 마지막 한 조각이 맞추어졌다.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로 시작해서, 마인드맵을 활용한 글쓰기 특강을 진행하면서 '강의 분야는 글쓰기로 해야겠다'라고 결심했다. 다른 강의 분야에서는 이미 경험도 많고, 가끔 제안이 와도 거절하지만, 글쓰기 강의 제안은 무조건 수락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잘하고 싶고, 재미있고, 경험을 쌓아 전문적으로 성장하고 싶기 때문이다.
결심 때문이었을까? 기다렸다는 듯이 일이 척척 진행된다. 글쓰기 강의를 제안받기도 하고, 내가 적극적으로 제안하기도 한다. 오프라인 글쓰기 특강도 기획 중이다. 번역서를 출간하면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하니 이미 가슴이 벅차오른다.
드디어 그렇게 많이 질문받던 직업인 '선생님'을 대상으로 글쓰기 강의를 했다. 영광스러운 자리였다. 열심히 귀 기울이고 눈 맞추는 선생님들 덕분에 힘이 났다. 크게 책쓰기와 글쓰기 도구를 소개했는데, 중요한 것은 도구가 아니라 '글감과 글쓰기'고 도구는 시간 절약과 생산성에 필요한 것이라 강조했다. 그래서 공적인 공간에 글을 쓰고, 독서도 많이 하고, 온라인 글쓰기 수업도 들으라고 알려줬다.
도구 중심의 글쓰기 특강이었는데 결국 도구는 수단일 뿐, 글쓰기 자체에 관한 강의를 했다. 도서관에서 다룰 '나도 쓸 수 있다'라는 글쓰기 특강 내용도 전달했다. 다음 강의도 잘 진행할 거라는 확신이 생겼고, 이 내용으로 오프라인 특강을 진행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누구나 작가가 되는 시대, 주저하는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싶다.
강의가 끝나고 주관하는 장학사가 주제에 딱 맞게 강의를 만들고 제공해서 고맙다고 말씀했다. 내가 좋아서 그런다고 말했더니, "강사가 전달하는 내용은 대체로 비슷한데, 정말로 좋아서 강의하는 모습이 긍정적인 열정과 에너지로 전달되어 인상적이었다"는 피드백을 줬다. 장학사도 내 강의를 듣고 글쓰기가 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작은 행동의 변화를 끌어내는 것, 그게 강사로서의 보람이 아닐까? 덕분에 가슴이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