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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May 23. 2020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지요?

자유라는 거지! 

2년 전 처음으로 《그리스인 조르바》를 접했다. 과제 수행을 위해 매년 정독하고 올해로 벌써 세 번째다. 처음 읽을 때는 화려한 문체에 푹 빠져서 줄거리를 놓쳤다. 두 번째 읽을 때는 내용을 어느 정도 파악했다. 세 번째 읽으면서 조르바와 두목에게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었다. 특히 두목의 생각과 말에 크게 공감되었는데, 나와 두목이 가지지 못한 그 무엇을 조르바가 가져서 때문이다. 도대체 조르바의 어떤 점이 우리의 부러움을 자아내는 걸까?



┃두려움 없이 누리는 자유


「내가 인생과 맺은 계약에 시한 조건이 없다는 걸 확인하려고 나는 가장 위험한 경사 길에서 브레이크를 풀어 봅니다. 인생이란, 가파른 경사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는 법이지요. 잘난 놈들은 모두 자기 브레이크를 씁니다. 그러나(두목, 이따금 내가 어떻게 생겨 먹었는가를 당신에게 보여 주는 대목이겠는데) 나는 브레이크를 버린 지 오랩니다. 나는 꽈당 부딪치는 걸 두려워하지 않거든요.」


나 역시 그 잘난 놈 중의 하나가 아닐까? 조심조심 브레이크를 걸면서 살아왔다. 부모님이 실망하지 않게 하려고 열심히 공부했고, 회사에서는 상사나 동료의 신뢰를 얻으려고 책임감 있게 행동했다. 항상 여러 개의 유리구슬을 저글링 하며 깨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런 나와 두목 같은 사람에게는 조르바 같은 사람이 이해가 안 되기도 하면서 부럽기도 하다. 우리는 절대 그렇게 못 하는 사람이니까. 늘 두려움에 떨며,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니까.


┃인생의 진리


「...... 죽으면 말썽이 없지. 산다는 것은…… 두목, 당신, 산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아시오? 허리띠를 풀고 말썽거리를 만드는 게 바로 삶이오!」


산다는 게 뭘까? 글로 행복을 배우고, 사랑을 배운다. 우리의 의식은 이성과 관념에 갇혀 있는데 조르바는 현실과 부딪히고 실제로 느낀다. 그리고 순간에 집중한다. 조르바는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느낀다. 인생이 뭔지, 내가 누구인지, 우리는 잘 알지도 못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내 보지만, 조르바는 자신 있게 인생이 무엇인지, 자신이 누구인지 확신을 가지고 말한다. 또한 자신을 믿는다. 조르바의 소신 있는 발언, 긍지에 찬 모습에 놀라는 두목, 바로 내 모습이 아니던가?


「내가 조르바를 믿는 건, 내가 아는 것 중에서 아직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조르바뿐이기 때문이오.」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


「이 기적은 도대체 무엇이지요? 이 신비가 무엇이란 말입니까? 나무, 바다, 돌, 그리고 새의 신비는?」


굴러가는 돌멩이 하나, 노인이 끌고 가는 노새, 바다, 대지를 마치 새로운 사물을 보듯 대하는 조르바를 어린아이처럼 생소하게 만난다고 두목이 표현했다. 이윤기 작가는  《그리스인 조르바》의 저자인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구축하는 정신의 피라미드 바닥에 니체가 있다고 말한다. 니체는 자기 창조의 변신 과정으로 도덕적 명령을 따르는 순종적인 낙타, 자기 의지로 스스로를 명령하는 사자, 그리고 이 두 과정을 거친 자연스런 어린아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니체의 영향을 받은 카잔차키스가 어린아이의 삶을 조르바로 그려낸 게 아닐까?



두목은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친구를 따라가지 않고 크레타섬으로 왔다. 과연 그는 조르바로, 해방감으로 자유를 찾았을까? 그는 인생이 바뀌었다며 조르바와 춤을 춘다. 대담해졌고 새처럼 가벼워졌다고 느낀다. 조르바가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긴 줄에 매달려 왔다 갔다 하면서 그걸 자유라고 착각하지 말라고 알려준다. 아 조르바, 그렇게까지 내 속을 헤집어야 할까? 두목은 이미 전형이 고상하면 고상할수록 우리가 묶이는 노예의 사슬이 길어진다고 인정했다. 두목과 나는 언제 이 노예의 사슬을 자를 수 있을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조르바가 꼭 집어서 알려준, 바보짓!



2년 전 작성한 《그리스인 조르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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