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함께할 세 친구 이야기
칭찬과 격려의 차이를 종종 혼동하는데 《바쁜 부모를 위한 긍정의 훈육》을 읽은 후 명확하게 이해했다. 격려가 내적인 동기와 노력에 집중하는 반면 칭찬은 외적인 성취에 집중한다. 즉, 누군가가 스스로 노력한 것과 과정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격려이고, 외적인 요인이나 결과를 말하는 것이 칭찬이다. 솔직히 무엇이 되었든 나는 상대의 긍정적인 피드백에 늘 목마른 사람이고 뭐라도 던져주면 더 잘해보려고 애쓴다. 사실 나 같은 사람은 저렴하게 부려먹을 수 있다. 돈이나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칭찬 한마디로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악용하지는 말아주시길.
책은 늘 나의 소중한 친구이자 칭찬과 격려의 근원지다. 어릴 때는 나의 로망이었고, 성장 과정에서는 나의 조언자였다. 지금은 대화를 주고 받는 친구다. 책 속의 한 문장은 나를 추억에 잠기게도 하고, 질문도 던지고, 생각에 빠지게 한다.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문장에 격하게 위로받기도 하고, 비슷한 생각을 풀어내는 작가의 글에 공감한다. 때로는 내가 몰랐던 세상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지기도 한다. 책은 내 삶에서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다. 평생 나와 함께 할 친구이니 살뜰히 대한다. 매일 찾아가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부족한 건 없는지 살핀다.
혼자만의 시간엔 책이 좋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사람들과 만남이 필요하다. 커뮤니티에서 창조성을 얻기도 하고 칭찬과 격려를 받는다. 내가 커뮤니티에 도움을 주거나 혹은 리더로 활동할 때 받는 게 더 많다. 무료로 운영하든 유료로 운영하든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자할수록 얻는 혜택은 늘어난다. 얼마 전 공무원인 친구가 카카오톡에 고맙다고 말했다. 공무원 전용 메신저를 사용하다가 코로나 사태로 카카오톡을 업무에 사용하게 되었는데 얼마나 유용한지 모른다며 감탄했다. 그 말에 나는 속으로 기업용 메신저가 좋은 게 얼마나 많은데 카카오톡에 감사하다니 하며 웃어넘겼다. 그런 내가 카카오톡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운영하는 대부분 커뮤니티는 카카오톡으로 소통한다. 지금과 같은 언컨택트 시대에 카카오톡이 없었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삭막할까 상상하기 어렵다. 때로는 채팅의 홍수에 허우적대지만 말이다.
여러 모임 중 죽을 때까지 운영할 생각이 있는 커뮤니티는 "매일 독서 습관 쌓기" 무료 모임이다. 그래서 더욱 공을 들인다. 돈 안 되는 커뮤니티에 왜 나는 목을 매는 걸까? 90여 명에 오픈 채팅방에 참여하고 한 권이라도 완독하여 인증한 사람은 44명이다. 하루에 적게는 1-2명에서 많게는 7-8명이 완독 인증을 하기에 완독 데이터를 입력하고, 축하주고, 독서 인증을 잘못하는 경우 수정하느라 바쁘다. 때로는 이상한 사람이 들어와 홍보성 문구를 올리면 신고하고 내보낸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신경 쓰며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책을 꾸준히 읽도록 동기 부여할지 고민한다. 고민이 깊을수록 아이디어는 샘솟는다. 100일 잔치 아이디어뿐 아니라 통계를 정리하며 회원이 더 편하게 사용하고, 더 책을 읽도록 유도한다. 여러 사람을 모으고, 머무르게 하고, 즐기도록 도와주는 커뮤니티 운영자의 책임은 내 창조성의 근원지다.
코로나로 집콕 생활을 하면서 매일 루틴으로 만든 나만의 아티스트 데이트는 음악을 들으며 하는 산책이다. 누구는 팟캐스트를 듣는다지만, 난 산책하는 순간만큼은 세상과 단절하고 싶다.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이기에 음악과 자연으로 힐링한다. 원래 창의성은 신체활동과 함께 무의식적인 활동을 할 때 생겨난다. 나는 특히 산책할 때 아이디어가 뿜뿜 솟아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기에 창조성은 기존의 것의 조합으로 발현되기 마련이다. 관건은 관심과 열정의 깊이다.
산책하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가 "매일 독서 습관 쌓기" 무료 모임의 통계를 보여주는 방식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 올렸다. 기존에는 누적 완독 수만 보여줬는데 그렇게 하면 새롭게 참여하는 회원은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참여한 회원을 물리적인 시간으로 따라잡기란 쉽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서 고안한 것인 월별 랭킹이다. 매월 새롭게 완독 랭킹을 보여주면 새롭게 시작한 사람도 순위에 들어갈 수 있고, 해당 월에 각자 몇 권을 완독했는지 알 수 있으니 유용하다. 사실 나도 한 달에 몇 권을 완독하는지 세어보지 않아서 나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내친김에 월 마감 전까지는 실시간 완독 권수까지 보여주는 것으로 바꾸었다. 산책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결국 누구나 볼 수 있는 완독 통계는 모두를 위한 칭찬과 격려가 된다.
책, 커뮤니티, 음악과 함께 하는 산책. 평생을 함께할 세 친구다. 덕분에 계속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벌써 설렌다. 이 세 가지를 연결한 또 다른 창조적인 활동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