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1》 서평
콘텐츠를 연구하는 모임에서 각자의 장점을 이용해서 타인의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는 아이디어 찾아보거나 단점을 뒤집어 봐서 장점으로 전환해 볼 수 있는 방법 찾는 과제를 발표하는 중이었다. 나의 단점 중 하나는 '흥'이 없다는 것이다. 분명 어릴 때는 어른들 앞에서 트로트도 부르고 춤도 신나게 췄는데 사회화되어서 그럴까? 나이를 먹을 수록 흥이 사라졌다. 흥이 넘치는 사람이 솔직히 부럽다. 그러면서도 '혼자 즐거우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럼에도 '독서와 글쓰기'라는 주제로 모임을 이끌어나가는 나는 대중의 즐거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저는 요즘 흥을 글로 배우고 있어요."
이 말에 모두 빵 터졌다. 도대체 어떻게 글로 배우냐고 질문이 쏟아졌다. 난 사실 시간이 부족해서 TV, 넷플릭스는 아예 보지 않는다. 유튜브도 제작은 하지만 잘 보지는 않는다. 요즘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 있는지 잘 모르고, 드라마 이야기가 나오면 인터넷 검색으로 이해하는 정도다. 그나마 트렌드는 알아야겠기에, 그리고 전례 없는 코로나 19 때문에 앞날도 걱정이 되기도 해서 트렌드 책이나 마케팅 서적을 틈틈이 읽는다.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요즘 세상을 잘 알려준 책이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1》이다.
얼마 전 교육 담당인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기업 문화에 늘 관심이 많던 그는 회사에서 팀으로 책을 번역했다며 《컬처 레버리지》를 보내주었다. 코칭을 공부하는 사람들과 늘 코칭과 관련된 번역서를 함께 내자며 의지를 다졌건만 몇 년째 지지부진이다. 어떻게 회사에서 일하는 팀이 번역서를 낼 생각을 했을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1》 이 책을 온라인 서점에서 조회했을 때 저자가 9명이었다. 작가라기보다는 마케팅이 관심이 많거나 주니어 현업 담당자인가 보다 생각했다. 이들 중 일부는 2019년에도 《2020 팔리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라는 책을 공저로 냈다. '한 번 책을 낸 경험으로 그 뒷 이야기를 또다시 공저로 낸 것인가?' 상상했다. 책 목차를 보니 16가지 키워드로 트렌드를 알려준다고 해서 읽기로 선택했다. 그 키워드는 책 뒤표지에 잘 정리되어 있다. 목차는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제목에 '뒷담화'가 들어간 게 결정적인 실수가 아닌가 싶다. 절대 뒷담화가 아닌데, 차라리 앞담화라고 했으면 어떨까? (제목은 늘 중요하다. 내 책도 ㅠㅠ)
이 책은 이노션 인사이트 전략팀에서 낸 책이다. 기업의 한 팀에서 이런 책을 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만일 기업에서 지인의 번역서나 이 책처럼 책을 내는 게 또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라면 아래 키워드 중 어디에 해당할까? 부캐의 세계와 서브 콘텐츠 전성시대 정도일까? 일과 삶의 조화일까?
놀이 부분에서 흥을 글로 배웠다. 말로만 듣던 깡 신드롬을 제대로 알게 되었고, 온라인 탑골공원, 소환 놀이의 새로운 트렌드에도 눈을 떴다. 막연하게 알던 부캐, 핫한 서브 콘텐츠, 이동 수단에서 놀이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자동차 이야기 등 그야말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접했다.
가장 흥미로운 키워드는 브랜드 액티비즘이다.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로 알게 된 파타고니아가 세 번이나 언급되어 무척 반가웠다. BML(Black Lives Matters) 운동 - 《타인의 해석》, 《Between then World and Me》를 읽으며 더욱 공감한다 - 과 관련한 인종차별에 대응하는 브랜드 액티비즘을 예시로 들었다. 브랜드 진정성을 위해 안면 인식 기술 사업을 중단한 IBM을 파타고니아가 환경 파괴를 우려하여 피톤 사업을 접은 것에 비유한 내용을 보며 내심 흐뭇했다. 파타고니아는 이미 내 마음속에선 내 회사다. 이 책으로 새롭게 알게 된 내용으로 파타고니아는 2020년 9월에 반인종차별주의 회사가 되겠다고 선언한 점이다. 환경보호에만 앞장서는 게 아니라 인권에 대해서도 앞장서는 모습에 다시금 반했다.
결국 이 책에서 언급한 대로 "자사 브랜드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바탕으로 과감한 결정과 실천을 보여준다면, 그 브랜드는 소비자들과 함께 교감하며 사랑받는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다." 결국 이 책으로 얻고자 했던 '독서와 글쓰기'라는 주제로 모임을 이끌어나가는 나의 브랜드 정체성은 진정성을 담은 과감한 결정과 실천이 아닐까?
PS. 이 책은 정말 좋은데 딱 한 가지 아쉬운 게 사진이 너무 작다. 사진이 커지면 이미 두꺼운 309페이지 책이 400페이지가 넘어가겠지? 사진으로 보려니 너무 작아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사진만 모아둔 페이지 혹은 링크가 포함된 레퍼런스 페이지를 만들어 주면 어떨까 출판사에 제안해 본다. 여러 사이트를 소개하는데 일일이 다 찾아 들어가려니 힘들고 귀찮다. 그런 생각을 하니 책은 어떻게 냈을까, 정말 대단하다.
"싱긋 출판사 관계자님 어떻게 안될까요?"
* 본 글은 싱긋에서 책을 지원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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