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우리말인데, 갑자기 새삼스러울 때가 있다. ‘정규’라는 말이 그렇다. '정식' 또는 '정상'이라는 의미지만, 오히려 ‘정규직’이라고 붙여서 표현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정규직’을 바라보는 노사 간 시각이 조금 다를 수 있다.
<사용자가 바라보는 정규직은>
사용자의 책무 중 가장 중요한 덕목은 사업의 지속가능성이다. 일부 예외는 있을 수 있지만, 폐업 시기를 정해놓고 사업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지속적으로 경영하기 위해서는 주된 사업분야에 정식 직원을 채용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이러한 상태가 정상적이다. 다만, 한시적 사업 등 주된 사업이 아닌 영역에서 정규직을 채용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아래와 같이 구분할 수 있다.
이처럼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결정할 때는 '시간적 요소'를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사용자는 '비용적 요소'를 기준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기도 한다. 기업 내 주된 업무 또는 지속적인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을 사용한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비정규직에 대한 낮은 처우 → 직무 몰입도 약화 → 이직률 증가 → 업무 공백 및 간접비용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우리나라의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은 약 50%로, 유럽의 80% 수준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때로는 동일 유사한 업무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입사 시기에 따라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눠지기도 한다. 우리 회사의 고용형태 결정 기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용자가 바라보는 정규직은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사람”이다.
<노동자가 바라보는 정규직은>
법률적 시각에서 정규직은 ‘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를 의미하므로, 노동자 입장에서 정규직은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정년퇴직하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렵고, 우리나라 노동자의 평균 근속연수가 길지 않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정년까지 근무할 생각이 없는 노동자라고 하더라도 입사 시 정규직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정규직은 비교적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며 임금도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크게 잘못하지 않으면 회사에서 쫓겨날 가능성도 적기 때문에 심리적인 안정감까지 준다.
정규직인지 비정규인지가 주요한 근로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노사 간에 이를 가볍게 여기고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고용형태를 명확히 하지 않고 채용하면 이후에 노동자는 정규직이라고 주장하고 사용자는 기간제 근로자로 주장할 수가 있다. 이와 관련된 노동위원회 판정례가 있다.
근로계약서에 '근로계약기간 1년으로 한다.’라고 명시하였으나, 계약서 작성 당시 인사담당자가 노동자에게 아래와 같이 말했다.
“통상적으로 근로계약기간은 1년으로 기재하나, 이는 형식에 불과하고 계속 근로하는데 문제없다.”
이를 근거로 해당 노동자는 정규직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노동위원회의 판단은 이와 달랐다. 계약기간이 명확히 정해진 계약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본 근로계약은 기간제 근로계약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정했다. 결국 ‘계약기간 1년’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기에 근로계약서 작성 시 정규직인지 기간제인지를 명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편, 근래에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따라 무기계약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민간기업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무기계약직’ 그들은 누구인가? 근로기준법 “제16조(계약기간) 근로계약은 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것과 일정한 사업의 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것 외에는 그 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못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기간을 정하지 않은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기간을 정한 노동자는 기간제 노동자로 분류한다.
그렇다면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의 또 다른 표현으로 그들은 이미 정규직인데도 불구하고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자가 생각하는 정규직은 고용안정뿐만 아니라 경쟁력 있는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말한다. 아무리 정년이 보장돼 있더라도 임금수준이 기간제 근로자와 다르지 않다면 진정한 정규직으로 생각하기가 어렵다.
노동자가 생각하는 정규직은 “회사 내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다.